한 동안 웹소설 관련 글을 쓰지 않아서.
오랜만에는 가볍게 웹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정확하게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다.
나는 웹소설, 혹은 소설을 쓰는 건 '어둠 속에서 랜턴을 커는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카페에 들어갔을 때 보이는 정보는 상당히 많다. 카페 천장부터 바닥, 테이블 개수, 의자 개수, 카페의 인테리어 소품, 앉아 있는 사람, 흘러 들어오는 음악, 주변의 소음. 마주 앉은 사람. 그리고 나 자신의 행동, 대화까지 카페만 생각했는데도 여러 가지 것들이 나온다,
현실에서는 그 모든 게 리얼타임으로 동시에 이뤄진다.
카페의 음악이 나오면서 동시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떠들고 있고, 주문을 하고 있고, 인테리어가 시야에 들어온다. 소설은 리얼 타임이 아니다.
카페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각, 음악의 노래 등을 묘사하는 순간 독자는 그 글을 읽게 된다. 주문은 그다음이다. 즉, 현실의 우리는 카페에 들어가는 순간 일시적으로 그 모든 걸 받아들이지만, 소설은 그 모든 것들을 긴 지문으로 묘사하고 그 지문을 읽은 후에야 그림이 그려진다.
이것은 낭비이다.
예를 들어 카페 전체를 묘사하는데 30줄의 지문이 들어갔다고 치자. 한 줄만 읽어도 피로도가 엄청난데 카페 하나를 머릿속에 그려 넣기 위해 30줄을 읽어야 한다면 독자는 지치고 만다.
그래서 소설이란 어둠 속에서 렌턴을 켜는 것.이라고 비유하는 거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소설에 대한 의견이다.)
카페 전체를 묘사하는데 30줄이 들었다고 치자. 그런데 그 카페가 소설에서 중요한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카페 일 뿐이다.
중요 한 건 여주와 남주의 대화이지 카페가 어떻게 생겼고, 손님이 몇 명 있고, 옆 손님이 무엇을 시켰고 메뉴가 어떤 것이 있고 여주가 그중에서 한참만에 무엇을 골랐는지 그리고 그 커피에 토핑이 무엇이 올라갔는지는 독자로서는 중요하지 않은 정보이다.
많은 묘사와 섬세한 묘사, 상세한 지문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현장감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뇌 속에 들어오는 정보의 과부하, 그리고 소설의 전체적인 속도와 리듬이 굉장히 느려진다는 단점이 있다.
흔히들 웹소설을 쓰라고 할 때, 영상을 보듯. 빠르게 써야 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모든 '웹소설'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적어도 아직까지 여성향에서는 독자들이 작가에게 어느 정도의 필력과 묘사를 요구한다. 인터넷에서 흔히 돌아다니는 웹소설에 대한 말은 거의 90% 이상은 '판타지'(혹은 남성향)에 해당되는 글들이 많다고 보면 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과한 묘사가 아니라, 전개에 필요한 것들. 서술자이자 작품의 신이나 마찬가지인 작가가 독자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들을 선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작품을 쓰다 보면 욕심이 생기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더 쓰는 것보다 덜어내는 게 언제나 어려운 법이다.
그럼 웹소설 묘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인물을 따라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3인칭이라고 해도 결국은 주인공에 대한, 혹은 서브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 가급적 주인공을 따라가면서 주인공의 심리나 주변에 있는 상황들을 차근차근 묘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문장, 아름다운 주변 이런 거 다 필요 없다. 분명 그런 문장도 잘 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따라가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뜬 구름 잡는 것 같으니, 필자가 경험한 몇 가지 팁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흔히 이제 막 글 좀 쓰기 시작하는 분들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나 역시 과거에 그랬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1) 완결을 낸다. 2) 퇴고를 해 본다. 3) 시간차를 두고 글을 보기 때문에 내 글의 문제점(특히 습관)을 알게 된다. 또는 주변에 누군가가 짚어 준다.
현실적으로 작가의 '습관'을 주변 작가가 짚어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쓰기 습관을 잡아 주려면 해당 작가가 그만큼 상대의 글을 많이 읽어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막 글을 쓰기 시작한 분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들이 있기 때문에 글을 조금만 읽고도 눈치챌 수 있다.
1. 과도하게 긴 문장.
그는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카운터로 향해서 매일 시키는 아메리카노를 시킬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왠지 기분이 안 좋아서 카페라테와 함께 초콜릿이 잔뜩 올라간 신 상품인 머핀을 시킨 후 진동벨을 받아서 자리로 돌아왔다.
: 실제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쓰시는 분들이 꽤 많다. 가급적이면 문장을 나눠 주는 게 좋다.
→ 그는 카페로 들어오자마자 카운터에 다가갔다. 평소에는 아메리카노를 마시지만, 오늘은 다른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한참의 고민 끝에 카페라테와 머핀을 시킨 후 빈자리에 앉았다.
: 과도하게 긴 문장이 나오는 작가의 특징 -> 특정 인물, 특정 사물, 환경에 엄청난 미사여구를 붙인다.
위에서 본 것처럼 '초콜릿이 잔뜩 올라간 신 상품인 머핀' = 머핀 이면 된다. 전개상 머핀에 올라간 초콜릿이나 혹은 신상품인 머핀으로 인해 뭔가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굳이 과도하게 서술을 할 필요는 없다.
보통 이런 경향은 2차 창작(팬픽, 동인 회지, 패러디) 소설을 쓰시는 분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2. , , , , , & ~했고, 했지만, 그러나, 그리고, 그래서
이거 습관처럼 계속 쓰시는 분들이 많다. 어떤 글을 보면 모든 문장이 [그리고]로 연결되는 소설도 있다. 누구는 ~했다. 그리고 ~했다. 그래서~ 했다. 그러나 ~ 하고 말았다. 하는식이다. 마찬가지로 ~고, ~지만,도 반복해서 쓰시는 작가들이 꽤 많다.
[,]도 마찬가지다. 꼭 써야하는 곳이 아닌데 습관처럼쓰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글을 지저분하게 만든다.
3. 과한 말 줄임표 [....]
이것도 생각보다 이렇게 작업하시는 작가님들이 많다. "내가... 원래 그러려 그랬던 게 아닌데.."하고 습관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장담하는데 80% 이상은 과도한 말 줄임표 사용이나 말줄임표가 없어도 되는 대사일 확률이 높다.
4. 문장 꾸미기.
예를 들어 단어형으로 지문을 끝내는 걸 좋아하시는 작가님들이 간혹 계신다.
웹소설 이펍 기술도 많이 발전해서 최근에는 웹소설 내에 이미지를 집어넣거나, 삽화를 넣거나 혹은 특정한 대사들은 굵은 색 글씨로 표시를 하거나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생겨 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지망생 작가님들에게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가급적 지문도 ~다. 형식으로 끝내라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성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단어형으로 지문을 끝내는 건, 그 작가님이 ~다. 형식으로 글을 쓸 줄 몰라서 단어형으로 끝내는 게 아니다. 그건 분명한 의도와 이유가 있는 것이고, 일종의 기교다.
다른 것도 다 마찬가지다. 기교는 가장 기본이 되는 깔끔한 소설을 쓸 줄 알게 된 다음부터 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