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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Oct 09. 2021

코로나 2년, 웹소설을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최근 들어 구독이나 조회수 알림이 엄청 많이 온다.

바빠서 브런치에 글은 올리지 못했지만, 알림이 올 때마다 그때그때 한 번씩 확인은 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처음부터 이렇게 알림이 많이 왔던 건 절대 아니다.

분명 글을 올린 적이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씩 오던 알림이 갑자기 미친 듯이 몰려왔다. 아마 작년 겨울, 혹은 올해 초부터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러문득 코로나가 장기화가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도 업계 사람이니 웹소설은 물론 온라인 콘텐츠 업계가 많이 성장했다는 이야기는 건너 건너 들었다. 하지만 그걸 실감해본 적은 없었다.

정말 미친 듯이 알림이 울리고, 글을 올리기 전 보다 더 많은 구독자가 늘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전에 썼던 글들은 어떻게 보면 한탄, 자기만족에 가까운 글들이었다.

아마 지금 다시 보면 너무 쌔게 말하거나, 과하게 말했거나, 혹은 현 2021년 사정과 맞지 않은 것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우진 않을 거다. 그냥 기록이니까.


뭐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마감에 치이고 그렇게 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미뤄지게 됐다. 지금도 마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서 써 본다.


나 또한 많은 일이 있었다. 정말 취업의 기로에 서 있던 순간에 코로나가 터졌다. 하필이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관광업이었다.

코로나 때문 만은 아니지만, 취업을 할까 작가로서 살아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 어차피 글을 놓지 못할 거라면 글을 쓰며 살기로 했다.


조금 두서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웹소설을 시작하려는 지망생분들이 많이 늘었다. 강의 같은 것도 많이 늘어났고, 여기저기서 글을 써 보려고 하는 사람도 많이 늘어났다.


웹소설을 지망하시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1] 그냥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쓰셨으면 좋겠다. 그런 분이 성공하시더라.


지망생분들이 불안하시니까, 강의 보시고, 서로 감 평하고. 이전에도 감평과 관련된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아직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소재가 별로다, 프로모션이 별로다, 필력이 별로다 같은 소리를 들으며 작품을 오픈하기도 전에 혹은 출간 계약을 하기도 전에 꺾여 나가시는 작가님들을 너무 많이 뵀다.

질 나쁘게도 기성 중에서도 자신이 기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망생분들, 초보 작가님들에게 까기 위한 감평을 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거 같은 분들도 있었다.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 까기 위한 감평은 누구나 한다.


당신이 쓴 글에 대한 평가는 독자와 플랫폼, 출판사가 하는 거지 톡방에 있는 익명의 작가, 강사분이 하는 게 아니다.

심지어 출판사 담당자도 정답이 아닐 때가 있다. 하지만 독자는 정답이다.


웹소설 작가는 대중 소설을 쓰는거지 소수를 위한 예술을 하는게 아니다.


이 전에는 프로모션, 일러스트, 선인세, 이런 것에 집착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드는 생각은 하나밖에 없었다.


글이 재미있으면 된다. 잘 쓰면 된다.


그런데 거기에 정답은 없다. 모든 작가님이 No,라고 말 해도 잘 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글을 썼으면 좋겠다.


강의 같은 걸 들으시는걸 뭐라 하는 건 아니지만 딱 하나, 최근에 봤던 강의 커리큘럼 중에서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본 거 같아서 그 부분만 살짝 언급하고 가겠다.


[2] 강의 명목으로 공동창작, 공동집필, 단체 집필을 요구하는 강의가 있었다. 절대 안 된다.


물론 강의를 들어 본 것도 아니고 홍보지만 본 거긴 하지만 이런 건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현재 웹소설 업계는 공동 창작(여기서 말하는 공동 창작은 한 작품을 여러 명이 집필하는 것/단편집 x)에 대한 안전망이나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이건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결국은 강사랑 팀원들이랑 공동창작을 해도 특정 출판사와 계약을 맺어야 할 텐데, 그 과정이 무척이나 복잡하고 또 개인이 가져가는 금액이 적거나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


대부분의 출판사의 계약서는 '개인 창작'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공동창작을 하려면 아예 출판사 내부에서부터 협의가 진행되어야 가능한 부분이다. 공동창작이 없진 않지만, 엄청나게 희귀하고 복잡한 케이스이니 신인 작가님이 하실만한 건 절대 아니다. 심지어 기성작가-지망생 관계라면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올해 그것과 관련해서 사고가 터진 적도 있다. 만약 문제가 생길 출판사/에이전시는 작품에 대해 거의 법적인 보호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복잡하게 다 설명할 순 없지만, 어쨌든 저런 종류의 웹소설 제작은 창작가가 가지고 가는 돈도 적을 가능성도 높을 뿐더러, 출판사도 보호를 해 주기가 힘들며, 더불어 저작권 보호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3] 목표를 정하고, 안 된다 싶으면 다른 일을 하셨으면 좋겠다.


웹소설로 돈 벌기 어렵다. 반드시 모든 지망생분들이 웹소설 작가로서 성공해야 할  할 필요는 없다.


 상위 1%만 보고 달릴 거라면 다른 일, 혹은 하던 일을 하시는 게 맞다. 어느 업계나 상위 1%는 다 잘 번다.


돈이 급한 게 아니고 취미로 하실 거라면 취미로, 하지만 돈을 목적으로 하신다면 정말 독해야 한다. 위에서 상위 1%는 잘 번다고 말했지만, 어느 일이든 상위 1%가 되려면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


남들처럼 놀고 싶은 거 다 놀고, 남들 쉬고 싶을 때 다 쉬고,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쓰고, 쓰기 싫은 글은 쓰지 않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하는 건 글에 대한 기만이고 욕심이다.


장담하는데 그런 작가님들 중에서 열에 아홉은 몇 년 안에 다른 일을 하고 계시거나, 계속 지망생이다.

연락 끊긴 작가 중에 5년째 지망생인 작가도 있다. 아마 평생 지망생일 거다.


부업으로 웹소설 시작했어요, 이것만 알면 웹소설 1억 벌기 쉽다, 이런 건 당연하지만 말도 안 되는 거다. 글쓰기 또한 공부와 같다고 생각한다.


요행으로 성공하는 건 딱 한 번이다. 그리고 운도 마찬가지다. 운은 절대 실력이 아니다.

운이 좋아서 한번 성공했을지언정, 두 번째 세 번째 실패하는 작가들을 수두룩하게 봐 왔다. 진짜 성공한 작가는 운이 왔을 때, 두 번째, 세 번째 작품도 성공하는 작가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독한 작가님들 생각보다 많다. 당장에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지망생 분들 중에서는 저와도 경쟁을 해야 한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역시 작년 11월 즈음부터 전업을 결심한 이후 오래 앉아서 작업은 하지 못할지언정 단 하루라도 사무실에 나오지 않은 날이 없다. 약속이 있으면 무조건 사무실에 와서 오전에 조금이라도 글을 쓰고 갔다. 되든 안 되든.


코로나 때문에 어차피 외박 여행 같은 건 불가능하긴 했지만 잡아 본 적도 없고, 명절, 연휴, 빨간 날 전부 근무했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사무실 출근 시트를 작성하고 있어서다.


얼마 버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 같아서 말씀드리자면 그냥 정말 또래 직장인만큼 번다. 바꿔 말하자면 차라리 취업을 할 수 있으면 회사를 다니는 게 더 낫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단점이 있는 만큼 장점도 많아서 작가를 계속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살지 않는 게 아니다. 작가는 아무래도 혼자 작업을 하다 보니 그걸 깨닫기가 더 어려운 직업인 거 같다.


직업에 귀천은 없고, 쉬운 일은 없으니 힘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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