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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무형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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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민 Dec 18. 2016

#2. 뜻밖의 재회 (10/完)

2014.09.03.~09.04. 나미비아

 나미비아는 남쪽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북쪽으로 앙골라, 동쪽으로 보츠와나, 북동쪽으로 잠비아와 접해 있고 서쪽은 대서양에 맞닿아있으며 면적은 남한 영토의 8배가 넘는, 꽤나 큰 국가이다. 영토의 중앙에는 고원이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으며, 고원 서쪽에 ‘나미비아’라는 국가명의 기원이 되었으며 작년인 2013년에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나미브 사막’이 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이어지고, 고원 동쪽에는 보츠와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나미비아에 걸쳐 있는 칼라하리 사막이 있다.

 나미비아의 국경은 대체로 직선이지만 꾸불꾸불한 부분도 있는데, 그곳은 보통 강으로 국경이 나뉜 곳이다. 남쪽의 남아프리카 공화국과의 국경은 ‘오렌지 강’으로 나뉘어 있었고, 북동쪽의 보츠와나와의 국경은 ‘리니안티 강’, 잠비아와의 국경은 ‘잠베지 강’, 앙골라와의 국경은 ‘오카방고 강’, 북서쪽의 앙골라와의 국경은 ‘쿠네네 강’으로 각각 나눠졌다.

 지도를 펼쳐 보인 남자는 북쪽에 있는 에토샤 국립공원이 사파리로 매우 유명한 장소이며 다른 사파리와 다르게 직접 차를 빌려서 운전을 하며 공원 내부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말을 한 뒤에 우리가 있는 빈트후크에서 남서쪽으로 위치한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찍었다.

 “이 즈음이 소서스블레이예요.”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차를 빌려서 가요. 투어로 여기를 가려면 돈이 장난 아니게 드는데, 애초에 투어로 가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잘 구하면 렌트비는 보험 포함해서 하루에 약 500 나미비아 달러면 될 거예요.”

 500 나미비아 달러면, 한국 돈으로 50,000원 정도 되는구나.

 “사람 많으면 꽤 저렴하게 가능하네요?”

 “네, 대신 이륜구동에 수동인 경우일 때 이 가격이 나와요. 사륜구동이나 오토매틱은 비싸죠.”

 수동이라, 운전해 본 지 꽤 됐는데. 뭐,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빈트후크에서 오전에 출발해서 소서스블레이 갔다가 근처의 세스림 야영장에 텐트를 치고 자야 해요. 그리고 다음날 새벽 4시쯤 나가서 100 나미비아 달러 정도 하는 첫 번째 택시를 타면 해가 뜨면서 사구 그림자가 데드블레이를 절묘하게 감쌀 때의 매우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죠.”

 “잠깐만요. ‘택시’라고요?”

 “아, 택시라고 부르기는 했는데 사실 셔틀버스 같은 거예요. 소서스블레이 입구의 주차장까지는 도로가 있는데 그 안쪽으로는 그냥 사막길이거든요. 당연히 이륜구동 자동차로는 못 들어가는데 그 택시를 타면 소서스블레이와 데드블레이로 들어갈 수 있어요.”

 사막에서 탈 수 있는 어떤 교통수단이 있는 모양이었다. 일단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에서 꽤나 만족스러운 정보를 얻었다. 내친김에 스바코프문트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 빈트후크 시내에 있는 ‘코뿔소 공원’이라는 곳에 가서 15인승에서 17인승 정도의 미니버스 타고 가면 100 나미비아 달러 수준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버스에 가이드도 있어서 스바코프문트 가는 길에 수만 년 전에 사람이 남긴 그림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해골 해변 백패커스’라는 숙소가 참 좋았더라는 조언도 얻었다.

 “내일 에토샤 가는 팀에 합류하면 같이 일정 조율해서 나미브 사막을 갈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 친구가 나미브 사막을 이미 다녀왔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데. 내일 같이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되겠죠.”

 “좋네요. 알겠습니다. 아, 참.”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려다가 꼭 물어야 할 것이 생각났다.

 “여기 와이파이 어떻게 쓰나요?”


 촤라락.

 끓는 물이 담긴 냄비에 딱딱한 스파게티 면을 둘렀다. 물에 소금을 살짝 풀고 곧바로 옆의 냄비에 버섯 크림 스프를 끓였다.

 주방은 숙소 건물 내부의 사무실 용도로 사용하는 방 옆에 있는 뒷문을 나가면 보이는 야외에 위치해 있었다. 야외라고는 해도 훌륭한 지붕을 갖추고 있었고 공용으로 사용하는 큼지막한 냉장고가 들어가 있었다. 또한 서랍과 찬장에 냄비와 프라이팬, 각종 식기와 접시 가득했다.

 와이파이는 하루에 두 시간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한이 걸려 있었다. 사무실에서 비밀번호를 받아 접속하면 그때부터 24시간 중에 2시간만 접속할 수 있었다. 남은 시간은 특정 웹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으며, 다음 날에는 다시 비밀번호를 받아야 했다. 그마저도 너무 느려서 수차례 휴대전화 재부팅과 와이파이 재연결을 시도한 끝에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찬장에서 접시를 꺼내 놓으며 웹하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페이스북 사진첩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찍은 나머지 사진들을 업데이트했다. 파스타면 위에 버섯 크림 스프를 올릴 때도, 식사를 시작하여 마무리하기 까지도 사진은 계속해서 올라가는 중이었다. 결국 설거지를 마치고 방에 돌아와 쉴 때 즈음에야 이 작업이 끝났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꼬박 한 시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인터넷 뉴스도 확인하고 카카오톡 연락도 확인한 뒤 와이파이를 끄고 밖으로 나갔다. 이미 어둠이 내린 완연한 밤이었다.


 카멜레온 백패커스에는 야외 바와 수영장이 있다. 입구에서 들어와서 왼쪽으로 가면 숙소 건물과 주방, 오른쪽으로 가면 수영장과 바가 있었고, 수영장 뒤로 들어가면 텐트를 칠 수 있는 구역이 있어서 텐트를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들은 도미토리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텐트를 치고 묵을 수 있었다.

 밤이 되니 수영장에서 파란 조명이 빛났다. 주변의 썬베드에는 여행자들이 앉아서 쉬고 있었고, 그 뒤의 탁자에서는 사람들이 맥주를 한 병씩 마시며 기분 좋게 떠들고 있었다.

 바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한 병에 15 나미비아 달러, 와인은 한 잔에 20 나미비아 달러, 한 병에 66 나미비아 달러였다. 바에서 ‘타펠’ 라거 맥주 한 병과 시라 품종의 적포도주 한 잔을 사서 썬베드에 앉았다. 세상 누구보다 편한 자세로 술을 홀짝이며 휴대전화에 저장되어있는 소설을 읽으니 이보다 더 여유로운 기분도 없었다. 카멜레온의 9월 밤은 시원하고, 느긋했으며, 풍요로웠다.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6시 반이었다. 더 잠이 들 것 같지도 않아 어제 읽던 소설을 더 읽고, 드라마를 한 편 보고 야외로 나섰다.

 8시 반의 주방에는 사람들로 인한 활기가 있었다. 조식으로는 시리얼, 요거트, 우유, 오렌지 주스, 식빵, 딸기잼, 땅콩버터, 버터, 메이플 시럽이 제공되었으며 주방에 있는 토스트기를 이용하여 꽤나 든든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성민 씨, 오늘 10시에 어제 얘기했던 에토샤 가려는 사람이 이쪽으로 오기로 했어요.”

 어제 이야기를 나눴던 일본인, 쇼고 씨가 아침 인사를 건넨 뒤 현황을 전했다. 그와 몇 마디를 더 나누고 방에서 뒹굴 대며 쉬다가 9시 50분에 나오니 탁자 옆 의자에 못 보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한국인이에요?”

 앉아 있던 아저씨 한 명이 한국어로 물었다.

 “아, 네.”

 탁자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은 한국인 아저씨와 아주머니, 그리고 아마도 어제 쇼고 씨가 얘기한 사람 같은 일본인 여자 한 명, 그리고 쇼고 씨였다. 비어있는 의자 하나에 앉아 이야기에 합류했다. “혹시 나미브 사막은 모두 다녀오셨어요?”라고 물으니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다녀왔다고 한다. 이것 참.

 “그런데 북쪽에도 볼 게 많다고 해서. 힘바족? 아무튼 원시 부족 사는 곳도 있고, 에토샤도 볼만하다고 하고.”

 아주머니가 말했다.

 “그러면 루트를 짜 볼게요.”

 쇼고 씨는 어제 본 나미비아 지도를 펼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정한 루트는 빈트후크에서 스바코프문트를 가면서 ‘달 지형’이라는 이름의, 말 그대로 달 표면처럼 생긴 지형과 ‘웰위치아’라는 독특한 식물을 보고, 플라밍고로 유명한 스바코프문트 남쪽의 ‘왈비스 만’을 들렀다가 수많은 물개를 볼 수 있는 ‘케이프 크로스’를 거쳐 북쪽으로 향한 다음, 동굴 벽화를 보고 북쪽 국경 인근의 도시 ‘오푸우’에서 힘바족을 만난 뒤 에토샤 국립공원을 거쳐 빈트후크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그가 일정을 정하는 것을 물 흐르듯이 막힘없이 진행되어서 실제로 떠나는 우리들은 거의 그냥 수긍하기만 했다.

 일정이 정해지니 렌터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래도 사륜구동이 낫지 않아? 도로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안전하면서 힘 있는 사륜 구동이 훨씬 좋을 것 같은데.”

 아주머니의 의견에 쇼고 씨가 말했다.

 “이 정도 루트에서는 사륜구동이 필요 없어요. 지형이 험한 곳도 없고, 이륜구동으로도 충분해요.”

 아주머니에게 통역해주는 것은 남편으로 보이는 한국인 아저씨가 맡았다. 아저씨는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했다.

 결국 이륜구동 쪽으로 무게가 실린 뒤에는 오토매틱이냐 수동이냐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오토매틱은 비싸고 수동은 싼데, 문제는 그 자리에 있는 세 명의 한국인 모두가 수동 운전을 해 본 지 오래되었고 먼 이국인 아프리카 땅에서 익숙하지 않은 수동 운전을 하는 것은 위험할 것 같다는 점이었다.

 대화의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방에 들어가 세면도구를 챙긴 뒤 방에 붙어 있는 샤워 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충전 중인 휴대전화의 와이파이를 잠깐 켜서 인터넷을 살피고는 밖으로 나왔다.

 거실의 탁자 옆에는 새로운 사람 한 명이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엉겁결에 놀란 채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녹아 있었는데, 아무래도 원래 일행이었는데 잠시 다른 곳에 있다 온 모양이었다.

 “오, 안녕.”

 그도 나를 보더니 인사를 건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나미비아에 오는 인터케이프 버스에서 만났다가 어제 눈치도 못 챈 상태로 헤어진 바로 그 일본인 남자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



'#2. 뜻밖의 재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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