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키우기 전 내가 생각했던 산책이란 하루에 한 번 정도 강아지와 함께 집 근처를 거닐며 경치 구경을 하는 굉장히 한가롭고 우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나는 산책의 적나라한 실체를 마주하게 되었다.
일단 산책을 한다는 건 나의 하루 일과 중에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하여 강아지에게 목줄을 채우고 배변봉투와 혹시 필요할지 모를 물과 물티슈를 챙겨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퇴근 후 쓰레기를 버리러 집 앞에 잠깐 나가는 것도 귀찮은데 매일매일 30분씩 나간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주변에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는지 차나 오토바이가 오지 않는지 계속 확인하며 강아지를 냄새 맡게 하고 대변을 치워야 한다. 이 정도면 나는 강아지의 보디가드 겸 엄마다. 핸드폰을 볼 여유 따위는 당연히 없고 양손에는 강아지 목줄 외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을 수 없다.
혹여나 강아지가 흥분해서 차가 오는 방향으로 내달릴 수도 있고 우리 강아지는 얌전하더라도 어디서 목줄 안 한 강아지가 튀어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나는 한별이를 키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목줄 안 한 강아지가 한별이에게 달려들어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트려 박살이 난적이 두 번이나 있다. 그리고 뒤따라온 주인은 ’ 우리 강아지 안 물어요 ‘를 시전 하며 내 핸드폰이 박살 났든지 말든지 갈길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아지가 주인을 안 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고 그 당연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예외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다른 강아지나 다른 사람도 안 문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는가. 잊을만하면 들리는 강아지 물림 사고들 때문에 견주들은 언제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생각보다 길거리에 강아지가 좋아하지만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 꽤 많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한별이와 산책하면서 깨달았다. 조금만 한눈팔면 흙속에 숨어있는 치킨 뼈라던지 사탕, 초콜릿 등등 사람들이 무심코 먹다 버린 음식이 꽤 많다. 게다가 이런 것들은 강아지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음식이기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또한 강아지 산책은 날씨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는다. 비가 오면 우비를 입혀줘야 하고 눈이 오면 체온조절을 위해 옷을 입혀주고 바닥에 뿌려진 염화칼슘 때문에 습진, 화상, 출혈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정도면 거의 신생아를 데리고 동네 산책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챙겨야 할 것도 많고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기 때문에 한가로이 우아한 산책이란 절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산책을 하고 들어오면 강아지의 발을 물로 씻어주거나 물티슈로 닦아주어야 한다. 게다가 봄, 여름, 가을에는 진드기나 작은 벌레에 노출되지는 않았는지 산책 후 주의를 기울이며 빗질도 종종 해주어야 한다.
나는 지금 산책이 너무 버겁고 힘들다는 말을 구태여 장황하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산책의 무게를 알고 사람들이 강아지를 입양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강아지는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산책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기분전환을 하고 산다. 밥을 먹이고 간식을 많이 준다고 강아지가 건강하게 사는 것이 절대 아니며 강아지를 입양하면 산책은 당연히 따라오는 필수옵션 같은 것이다.
혹여나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강아지 입양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강아지의 산책의 무게에 대해 진지하게 한 번쯤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감히 장담한다. 산책의 무게는 무겁고 어렵지만 강아지가 주는 행복은 확실히 큰 행복이라는 것을.
쨍하고 좋은 날씨에 풀밭으로 산책을 나가면 한별이가 웃으며 좋아하는 게 눈에 보인다. 그리고 한별이가 웃으면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는 사실. 그래서 힘들게 야근까지 하고 퇴근한 날일지라도 한별이의 웃음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나도 모르게 목줄을 들게 된다. 내가 힘들어 코피를 흘릴지언정 한별이만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오늘도 산책을 나갈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산책의 무게를 수치로 표현하자면 1kg 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가볍지 않냐고?
누군가에게는 밥을 한 끼 안 먹으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쉬운 무게지만 누군가에게는 빼고 찌는 것도 쉽지 않은 그런 무게다. 쉽다고도 어렵다고도 쉬이 말할 수 없는 무게. 나는 이 무게를 강아지를 키우려고 마음먹으려는 사람들이 모두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작 1kg밖에 안 되는 무게지만 하루 종일 지친 일과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꼬리 흔드는 강아지를 데리고 목줄을 채워 산책을 한다는 수고로움은 매일매일 노력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진정 알 수 없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이꼬르 나의 일정과는 상관없이 강아지를 위해 하루에 몇 분이라도 기꺼이 시간을 내줄 수 있다는 것. 즉 그래도 행복하다는 건 그만큼 사랑하는 존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내가 나은 자식이나 우리 부모 혹은 사랑하는 사람 말고도 그런 특별한 존재가 생긴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랍고 신비한 감정인가. 이 감정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고 또한 산책의 무게도 같이 가져갔으면 좋겠다.
비록 우리 한별이는 이제 고작 20분의 산책에도 힘들어하고 집에 가자고 나에게 고집을 부리지만 한별이가 한 번이라도 냄새 맡으면서 웃을 수만 있다면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나는 목줄을 챙겨 나갈 수 있다. 강아지가 산책하자고 주인에게 조르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한별이가 아프기 전까지 나도 알지 못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통해서 알 수 있기를.
오늘 하루 강아지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물할 기회를 가진 세상의 모든 견주들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