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머리 아픈 강아지.

by 박성희

한별이가 뇌수막염과 뇌 수두증을 진단받은 지 벌써 6개월이 흘렀다. 현재 한별이의 상태는 이주에 한두 번씩 발작을 하고 전에는 없던 눈물자국과 입 주변 털이 마치 노견처럼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으로 잡아 뽑아도 뽑히지 않던 털이 우수수 빠져 온 집안을 날아다니고 있다.


여전히 발작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고 단지 심하게 하지 않기를 바라며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있다. 발작할까 봐 미용을 맡길 수도 없어서 엉성한 솜씨로 내가 조금씩 털을 잘라준다. 처음에는 예민하게 굴던 한별이도 끊임없는 나의 시도 끝에 미용 후 간식을 요구하는 뻔뻔한 단골손님이 되었다.


얼핏 보면 평화로운 일상 같지만 순간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퇴근하고 단 몇 초라도 한별이의 발걸음이나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새벽에 갑자기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깨서 한별이의 숨소리에 귀 기울일 때. 아침에 눈을 떠서 잠시라도 한별이가 보이지 않을 때. 낮잠을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숨쉬기 힘든 듯 컥컥거릴 때. 한별이가 내 곁을 떠났을까 봐 나는 여전히 무섭다. 결국은 절대로 못하겠다던 마음의 준비도 이런 식으로 조금씩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함께한 지 일 년 육 개월 만에 아프기 시작한 한별이를 치료하기 시작한 지 이제 고작 육 개월. 여전히 이주에 한 번씩 병원을 가고 진료를 받고 약을 먹는다. 우리는 이제 어딜 가든 한별이와 함께 가고 강아지 출입이 불가능한 곳은 갈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감사하게도 우리 부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한별이의 아픔을 같이 슬퍼하고 보고 싶어 하며 사랑해준다.


요즘은 한별이에게 한 번이라도 더 표한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쓰다듬으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비록 한별이가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우리가 사랑한다며 표현하는 숨소리, 표정, 눈빛으로 아주 어렴풋이라도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한별이의 약을 챙겨 먹이고 밤새 발작하지 않는지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곁을 지킨다. 나의 하루 일과 중에 한별이의 안부가 가장 중요한 일과이며 모든 일정은 한별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비록 이제는 경제적인 이유로 항암치료는 중단하고 약만 먹이고 있지만 이 세상에서 강아지에게 쓸 수 있는 돈이 넘쳐서 아니면 내가 쓸 돈이 남아돌아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우리는 한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있다.


만약에 내가 아이를 낳아서 키웠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아이가 없기 때문에 이런 감정이었을 거라 감히 짐작해 본다. 한별이는 우리에게 있어 영원한 아기이고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신이 강아지가 사람을 조건 없이 사랑하도록 만들어 놓은 이유는 생을 아가면서 지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행복 요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여전히 한별이가 없는 미래를 걱정하고 서운해하며 아쉬워 하지만 아직까지 함께 할 수 있음에 깊이 감사하며 지내고 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한별이가 하루라도 더 우리와 함께 살아주지는 않을까. 혹시 한별이와 같은 병을 앓고 있거나 아픈 반려동물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 다면 그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되어주고 싶다. 짧은 글로나마 위로받고 힘내서 나의 반려동물과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보자고 말이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남편이 키우다 보낸 '별이'가 우리에게 못다 한 길고 긴 인사를 하기 위해 잠시 한별이로 우리 품에 살다 가는 것은 아닐까. 혹 그게 아니라면 나중에 한별이가 혼자서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별이가 마중 나와 그 곁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흘러 우리가 다 같이 만났을 때 둘이서 재밌게 잘 놀고 있었다며 꼬리를 흔들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전히 한별이와 이별하는 법을 모르는 채로 살아가지만 이것 하나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한별이와 우리 부부는 매일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하고 재미있게 잘 살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