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팅: 난 너무 수고했어!
서른이 훌쩍 넘어버렸다.
내가 싱글이라고,
당연히 누구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너무나 무례한 발상이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취미를 즐기며, 더 많은 것을 보고,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하고 싶은 수 만가지 일들이 있다.
“이지지배야, 그건 시집가서 니 신랑이랑 해라, 지금 결혼해도 노산이다. 철모르는 소리하지 말고.”라며 등 짝을 휘갈기고 가는 저 아줌마...아니 우리 마미.
30대의 노처녀에게는 상처 받을 권리조차, 선택조차 없는 것인가? 스크레치난 나의 인격과 비루한 자신을 바라보다가,
이번이 마지막, 다시는 나가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하지만, 과년한 딸이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효도라는 맥락에서 심기일전하고 주말의 약속을 잡아본다.
주말마다 품앗이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소개팅을 하고 있을 때면,
정말이지 난 결혼을 하고 싶은 것인지,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인지,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질문하며 우주를 떠도는 길 잃은 위성 같은 느낌이 든다.
“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 하며 이내 속마음을 다독이기도 하지만,
소개팅은 뭔가 우울하다.
파운데이션을 초속으로 두드려 곱게 펴 바르지 않고서는 감출 수 없는 피부나이,
섬세한 화장술로 커버하려면 필요한 장시간의 장인정신
너무 차려 입지도,
너무 과하게 꾸몄다 싶지도 않고,
억지스럽게 어려 보이려 애쓰지 말아야 하며,
내 취향을 강조하기 보다는,
보편적인 여성상에 맞추는 것으로 정해버리면;
준비 과정부터 힘을 너무 빼버린 듯 하다.
소개팅은 언제나 유쾌하게 막을 내린다.
고객의 구매 의향과는 별개로 적어도 브랜드 가치는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지 말자는 선에서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준비해온 연사와 최선의 영업을 한다.
속마음은 아무도 모르고, 서로에 대한 체크리스트는 끊임없이 채워지고 있겠지만...
그래서인지 돌아오는 길엔 공허하고 씁쓸하다.
난 오늘 무난한 사람이었을까?
짧게 셀프평가 시간을 가진다.
아무래도,
오늘 난 너무 수고했어.
쓰담 쓰담.
수고한 나에게 치킨을 허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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