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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쥴리안리안 Aug 15. 2017

30의 연애

(6) 스쳐지나간 많은 것과, 잔여물

“이 스프 정말 담백한 게 맛있다!”


감기가 걸리거나 기운이 나지 않을 때

비트, 양파, 샐러리가 사콤사콤 씹히는 비트 스프를 만들곤 한다.


“야채를 올리브 오일에 허브와 살짝 볶아서,로스트 비프와 야채스톡을 넣고 끓이다가, 싸워크림을 올리면 땡!”


달콤 새콤하면서도 담백한 맛 때문에,

식욕이 좀처럼 나지 않을 때도,

한 그릇 비우기 참 좋다.


내 것도 아닌데, 내 것처럼 레시피를 알려주고 나면, 피식 웃음이 난다.


10년 그보다 더 이전에, 감으로 열이 펄펄 나던 나와 과거의 연인을 이어준 소울푸드였다.


분명 스프가 연인으로 발전할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니 사랑의 묘약은 아니더라도, 사랑의 MSG정도라고는 해두고 싶다.


헤어짐을 곱씹어볼 필요는 없지만

키워드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나의 많은 습관들이,  

내 삶 속의 긍정적인 변화와 도전에,

내가 함께했던 많은 인연들이 담겨있음을 깨닫는다.

(분명 기억하기도 질색할만큼 최악의 경우들도 있지만)


매일 운동을 하는 법을 배웠고,

새로운 언어를 배웠고,

색다른 요리를 배웠고,

조금 더 정리정돈을 잘하게 되었으며

타 분야의 지식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는 지나간 과거지만

긍정적인 것을 배우게 했고

현재까지도 나를 유익하고 부유하게 하고

스쳐지나간 많은 것 중,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거르는 작업을 할수 있다는게

(스프를 먹으면 잠시 감사)


#범사에감사, #그래도헤어지면끝, #헤어질땐이유가다있음, #역시는역시, #긍정적인것만겟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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