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는 보았나, MECE
경영학 개념 중에 MECE라는 녀석이 있다. 흔히들 '미씨'라고 읽는다.
맥킨지에서 처음 고안한 분석 원칙인 이 MECE는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의 약자다.
이를 한국어로 풀어 해석하면,
'서로가 상호 배타적이되 이를 합하면 전체적으로 완전하여 비어 있는 부분이 없음' 정도가 될 것이다.
어떤 집합에 여러 원소들이 있고 그 원소들이 서로 독립성을 띠고 있는 동시에 해당 원소들을 전부 합하면 전체 집합이 되는 상황을 떠올려본다면 MECE에 대해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MECE, 퀀트 투자의 성배
갑자기 생뚱맞게 이 MECE라는 개념을 왜 가져왔냐고?
그 이유는 결국 이 MECE라는 것이 퀀트 투자의 궁극적인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퀀트 영역에서는 대신 MECE라는 용어가 아닌 'Factor Comple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 'Factor Completion'은 어떻게 보면 퀀트 투자라는 것의 이데아적 개념이다.
즉, 퀀트 투자의 이상적 지향점인 것이다.
퀀트 투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그것은 당연히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꾸준히 창출할 수 있는 견고한 투자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절대적인 조건들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MECE에서 말하는 ME와 CE이다.
우선, Mutually Exclusive
이것을 퀀트적으로 해석하자면, 팩터들 간의 독립성(Independence)이 만족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팩터 간의 직교성(Orthogonality)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퀀트 투자에서 이러한 직교성 혹은 독립성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아무리 많은 팩터가 있다고 해도 이것들이 단일한 공통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면 팩터 간 분산투자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멀티 팩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한 이유는 팩터 간 분산투자 효과를 누림으로써 최대한 테일 리스크 발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함인데, 팩터들 간의 상관성이 높다면 이는 엄밀히 말해서 참된 의미의 팩터 포트폴리오가 아니게 된다.
그다음은, Collectively Exhaustive
시장 상황에 무관한 투자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퀀트 투자의 목적상 당연히 좋은 팩터 포트폴리오란 어떠한 시장 국면(Market Regime)에도 대비가 되어있는 포트폴리오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적인 팩터 포트폴리오는 독립적인 팩터들로 구성이 되어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당연히 커버가 안되는 공간을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Collectively Exhaustive라는 개념이 필요한 이유다.
MECE라는 개념이 철저히 반영되어 있는 대표적인 투자 방법론이 바로 우리 달리오 형님의 그 유명한 '올웨더 포트폴리오(All Weather Portfolio)'이다. 올웨더 포트폴리오는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을 기준으로 하여 경제를 크게 네 가지 국면으로 나누어 구분하고 있으며, 어떠한 국면이 와도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자산배분 시스템이다.
퀀트가 다루는 팩터 포트폴리오의 목표 또한 이와 같다.
어떠한 시장 국면을 마주할지라도 마음 편하게 안정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보다 견고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것이 전 세계 퀀트들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이상향이며, 이것이 바로 그들이 팩터 그리고 팩터 포트폴리오와 하루 종일 씨름을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