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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Dec 27. 2021

알파와 자유도

크리스마스에 느끼는 단상

빵빵~ 빵빵~

크락션이 울린다.


차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성탄절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사진은 줄어들 생각이 없다.

이 차들은 전부 어디로 가는가?

바로 대형 복합 쇼핑몰이다.

이미 전층의 주차장은 만차상태.

그럼에도 장사진은 계속 이어진다.

아침부터 밤까지.

유통업체들에게 성탄절 연휴는 당연히 대목일 수밖에 없다.

운전자들은 점점 지쳐감과 동시에 끼어드는 옆차에 엄청난 분노를 느끼며 창문을 열고 욕설을 퍼부어댄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성탄절 전주에 여유 있게 미리 다녀오면 되었지 않았을까?'

'굳이 왜 하필 오늘?'

'날도 추워서 실내에 당연히 사람이 몰릴 텐데?'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날만 되면 사람들은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 다 같은 장소에 북적북적 모여댄다.

엄청난 피로와 분노감은 상수이다.

이렇게 또 한바탕 겪고 집에 도착하면 또 녹초가 된다.

그 누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그 위대한 '호모 이코노미쿠스'라 칭했는가?

우리는 매우 자주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의 상태로 회귀하는데도 말이다. 우끼우끼~


충분히 예측가능한 시나리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그 예측가능함을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크리스마스 같은 아주 '특별한' 날이니까!

오늘 같은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하니까!

'특별한' 선물이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저 수많은 날들 중 하루일 뿐이다.

성탄절이라고? 

하지만 예수님이 태어난 날은 오늘이 아니다.

그날은 2021년 전의 12월 25일이다.

오늘의 성탄절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의 감정이다.

시간을 1년 단위로 나누고 연말을 즐기도록 만든 것 또한 자연이 아니다.

자연의 눈에는 그저 수많은 날들 중 하루일 뿐이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 쉽사리 거부할 수 없는 일련의 행동패턴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충분히 예측가능함에도 말이다.

그 예측가능함을 활용하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성수기와 연휴에는 사람이 몰리고 가격이 뛴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수기와 연휴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왜일까?

그렇게 행동하도록 주변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해야만 주변인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도록 인간의 편도체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편도체는 금융시장에서도 패턴을 만들어낸다.

바로 팩터다.

이 팩터는 성탄절 주차대란과 같은 어떤 일종의 패턴이다.

이러한 패턴은 인간의 비이성적 행동방식에 의해 발생한다.

퀀트는 이러한 패턴을 역이용해 돈을 번다.

패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인간의 뇌가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봤을 때 돈을 버는 방법은 무척이나 쉬워 보인다.

1. 패턴을 인지한다.

2. 패턴을 역이용한다.

단 두 가지 스텝이다.

얼마나 쉬운가?

그런데... 과연 그럴까?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필수적이다.

바로 내가 그 패턴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그것을 역이용하려는 나는 그러한 환경과 제약에서 절대적으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나 또한 똑같은 행동패턴을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아무리 패턴을 잘 인지한다 해도 그것을 역이용하지 못한다.

말짱 도루묵이 된다.

만약 내가 패턴을 생성하는 제약 속에 있다면,

나는 오히려 그 패턴을 만들어내는 쪽에 위치한다.


따라서 자유도는 퀀트에게 필수적이다.

알파를 수취하기 위해서는 패턴이 기반으로 삼고있는 환경과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렇기에 운신의 폭이 크면 클수록 퀀트는 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기에 사일로는 퀀트에게 쥐약이다.

알파의 실현 가능성은 자유도와 비례한다.


이런 사유의 과정을 겪는 찰나.

갑자기 옆차가 끼어들기를 시도한다.

어림없지!


빵빵~ 빵빵~

크락션이 울린다.


어라? 이쯤에서 드는 의문.

나는 진정한 퀀트라고 할 수 있는가?

존재론적 회의감이 드는 메리 크리스마스.

우끼우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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