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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Feb 21. 2022

퀀트 커리어를 위한 학습 로드맵

퀀트 커리어를 위해서는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까요?"


블로그를 운영하고 강의를 나가면서 또 여러 학생들을 만나면서 공통적으로 가장 자주 듣는 질문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퀀트는 정말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이 필요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일매일의 실무에서 어떤 분야의 지식들이 필요한가를 한번 나열해 보자면, 경제학, 경영학, 미적분학, 선형대수학, 통계학, 역사학, 심리학, 철학, 컴퓨터과학 등 오만가지 잡지식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식들 중에는 직접적으로 업무에 필요한 분야도 있고, 간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포트를 하는 분야도 있다.


퀀트는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씨실 날실로 켜켜이 엮어 자신만의 지식 격자 모형을 완성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퀀트의 공부에는 끝이라는 개념이 없다. 어떤 영역에 익숙해졌다 싶을 무렵이면 또다시 내가 모르는 새로운 영역이 나타나 나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다시 말해, 퀀트는 언제나 학습의 우로보로스와 커리어를 함께 한다. 무한한 학습을 통해 무한한 변화와 무한한 발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퀀트 커리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여기서는 퀀트 커리어를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퀀트, 좀 더 구체적으로는 리스크를 테이크하고 금융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바이사이드 퀀트(퀀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퀀트 트레이더, 퀀트 리서치)를 목표로 한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에 대한 학습 로드맵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금융시장 (Financial Markets)

우선 두말할 필요가 없는 첫 번째 빌딩블록은 단연 금융시장,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금융상품들에 대한 이해이다. 사실 이 첫 번째 빌딩블록에 대한 강조는 마지막 빌딩블록인 금융 머신러닝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 퀀트 커리어를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이 하는 착각은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에 대한 지식만 있다면 퀀트로 돈을 쓸어 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것은 대단한 착각에 불과하다. 만약 진짜 그것이 가능했다면 금융투자회사는 고객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금융상품을 세일즈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실리콘밸리에서 AI에 능통한 전문 인력들을 웃돈 주고 싹쓸이해와서 투자 알고리즘을 만들어 자기자본을 때려 넣고 떼돈을 벌면 되기 때문이다.


금융 머신러닝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를 해보았다면 당연히 알 수밖에 없는 금융 머신러닝 분야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 예를 들어 마르코즈 로페즈 데 프라도(Marcos Lopez de Prado) 교수, 어니스트 챈(Ernest P. Chan) 교수와 같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오히려 머신러닝을 금융에 잘못 사용했을 때의 문제점과 위험에 대해 항상 지적한다. 또한 그들은 결국 금융 머신러닝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에 대한 해박한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이 필요함을 언제나 강조하곤 한다. 결국 머신러닝은 인간이 쉽사리 인지하지 못하는 패턴을 찾아주기만 할 뿐, 그것이 시장의 메커니즘을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해석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시장의 법칙을 발견해 내는 것은 결국 경제적 논리의 합리성이다.


그렇다면 금융시장과 금융상품에 대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당연히 여러 가지 금융상품들이 시장에서 어떻게 거래가 되며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금융시장에는 다양한 상품들이 존재하는데 퀀트가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자산군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주식(Equity), 채권(Fixed Income), 외환(Currencies), 원자재(Commodities), 파생상품(Derivatives)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그렇다고 주식 투자를 잘한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FICC 영역과 파생상품에 대해 다소 겁을 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쪽 분야를 모르고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전형적인 맹인모상(盲人摸象)의 오류를 발생시킨다. 글로벌 자산시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금융상품들에 대한 이해 및 그것들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게 필수인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상품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어떠한 변수가 해당 자산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끊임없이 탐구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이후 언급할 세 번째 빌딩블록인 팩터 모델링과도 아주 긴밀하게 관련이 있는데, 결국 팩터를 찾기 위해서는 시장을 본질적으로 움직이는 메커니즘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빌딩블록에 대한 지식을 쌓는 방법에 대한 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FICC 혹은 파생상품에 대한 대표적인 서적들을 읽으면서 지금까지는 익숙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자산들을 공부해 보는 것이다. 이는 네 번째 빌딩블록인 금융공학을 공부하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른 하나는 12개 지역 연준의 홈페이지를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다.

미국 12개 지역 연준

글로벌 경제 대통령은 당연히 미국 연준 의장이며, 연준의 의사결정에 따라 실시간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연준은 글로벌 매크로 시장에 대한 연구를 어느 누구보다도 빡세게 또 트렌디한 주제들로 진행한다. 매일매일 지역 연준 홈페이지에서 살다시피 하라. 그곳에 모든 좋은 블로그 포스팅과 리서치 페이퍼, 논문들이 숨겨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12개 연준 중에서도 뉴욕 연준, 시카고 연준, 세인트루이스 연준,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연준의 홈페이지를 좋아한다.


물론 금융시장과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체계가 하루아침에 뿅하고 만들어질 리는 만무하다. 이미 시장에서 실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항상 이쪽 분야에 대한 리서치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렇기 때문에 첫 번째 빌딩블록은 가장 쉬워 보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영역이다.



2. 포트폴리오 최적화 (Portfolio Optimization)

두 번째 빌딩블록은 포트폴리오 최적화이다. 포트폴리오 최적화는 여러 금융자산들 혹은 여러 팩터들을 어떻게 조합하여 매 시점에서 나의 투자 목표에 부합하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낼지를 풀기 위한 도구이다. 학교에서 투자론이라는 수업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가장 익숙한 빌딩블럭일 것이다. 포트폴리오 최적화 이론은 결국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 유니버스를 활용해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사실 전통적인 주식,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어야 하는, 즉 기본 중의 기본을 담당하고 있는 지식 체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퀀트는 전통적인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달리 포트폴리오를 자산(Asset)의 관점에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팩터(Factor)의 관점에서 활용한다. 다시 말해, 퀀트의 포트폴리오는 자산을 매수하여 투자를 하는 자산 배분(Asset Allocation)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팩터에 대한 익스포져를 가져가는 팩터 배분(Factor Allocation) 포트폴리오인 것이다. 퀀트의 유니버스에는 자산이 아니라 팩터가 존재한다. 팩터는 실제로 금융시장에서 수익과 리스크의 본질적인 원천을 의미한다. 따라서 퀀트가 생각하는 투자의 관념은 '자산을 사는가 파는가'가 아닌 '팩터에 대한 롱 익스포져를 가져가는가 혹은 숏 익스포져를 가는가'이다. 퀀트의 궁극적인 이상향은 결국 시장의 움직임과 무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팩터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것이다.

자산배분 vs. 팩터배분

그렇다면 포트폴리오 최적화는 어떤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또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까? 실무적으로 포트폴리오 최적화는 크게 두 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하나는 횡적 배분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종적 배분 모델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횡적 배분 모델은 주어진 자산 혹은 팩터 유니버스에서 어떻게 가중치를 배분하여 위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솔루션이며, 종적 배분 모델은 내 전체 자금 중에 얼마만큼을 앞서 만든 위험 포트폴리오에 베팅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모델이다.

포트폴리오 최적화 프레임워크

따라서 포트폴리오 최적화라는 빌딩블록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횡적 배분 모델과 종적 배분 모델이 전체 프로세스 상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이후 각 카테고리 내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모델들을 하나씩 공부를 해나가는 것이 좋다. 세부적인 모델들은 각각의 고유한 목표와 특징들을 지니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정답인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이 가지고 있는 투자 목표가 다르고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적의 모델은 존재할 수 있으나 최고의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적화(Optimization)라는 단어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숨겨진 의미는 바로 '정답 없음'이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에게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찾고자 하는 것이 바로 최적화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오직 지속적인 최적화만 있을 뿐이다. 입시 세대여, 존재하지도 않는 정답을 찾아 헤매지 마시라.



3. 팩터 모델링 (Factor Modelling)

세 번째 빌딩블록은 바로 퀀트의 가장 원초적인 무기라고도 할 수 있는 팩터이다. 이 팩터라는 것은 퀀트를 퀀트답게 만들어주는 퀀트 투자의 원재료이다. 금융시장이라는 메커니즘을 움직이는 본질적인 동인, 그것이 바로 팩터이며 퀀트는 이 팩터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베타(Beta), 모멘텀(Momentum), 밸류(Value), 캐리(Carry), 변동성(Volatility) 등과 같은 것들은 모두 이러한 팩터의 한 종류이다.

멀티 팩터의 세상

일반적으로 좋은 팩터란 팩터를 설명하는 경제적 논리가 충분히 합리적이면서도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수익 곡선을 보여주며 그리고 다른 팩터들과는 독립성을 가지는 팩터를 의미한다. 퀀트 투자의 목표는 결국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팩터들을 찾고 이를 활용하여 견고한 팩터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팩터에 대한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여기서는 월드퀀트의 창립자인 빡빡이 아저씨 이고르 툴친스키(Igor Tulchinsky)의 저서 『The UnRules』 상의 한 문장을 인용하고자 한다.


Quantity is Quality.
- The UnRules 中


양이 곧 질이다. 결국 팩터 공부를 위한 왕도는 없으며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인 만큼, 수많은 팩터 전략에 대한 논문을 읽으면서 그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한 뒤, 거기에 나온 팩터 디자인을 기반으로 스스로 구현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단순 논문 읽기에만 그쳐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스스로 구현을 해보는 단계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래야만 할까?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논문의 본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논문은 절대적 진리를 이야기하는 곳이 아닌 자신의 주장을 설파하는 곳이다. 결국 논문은 논문 저자의 주장이 담겨져있으며, 그것은 참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당연히 검증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많은 팩터 논문들이 실무적으로는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가정을 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거래비용이 없다는 가정이다. 아니, 거래비용이 없는데 거래를 어떻게 하는가? 따라서 이러한 부류의 논문들은 학술적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실무적으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많은 논문들의 백테스팅 결과가 너무나도 좋다는 점 또한 경계해야 할 사항이다. 이런 경우 실제로 현실적인 제약 조건 하에서 검증을 해보았을 때 이미 더 이상 효력이 존재하지 않는 팩터이거나 과최적화가 되어 버린 결과를 제시했기에 표본 외 성과에서 처참히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가능한 한 많은 논문들을 읽으면서 팩터 모델링에 대한 지식을 학습하고 또 이를 스스로 구현해 보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다.



4. 금융공학 (Financial Engineering)

네 번째 빌딩블록은 금융공학이다. 이 네 번째 빌딩블록과 이후에 나올 마지막 빌딩블록은 사실 퀀트 투자 프레임워크의 메인 뼈대는 아니지만 그 프레임워크를 보다 단단하게 만들어줄 강화 재료와 같은 녀석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금융공학은 파생상품, 구조화상품과 관련된 전통적인 개념의 셀사이드 금융공학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금융공학에 대해서는 '그런 옛날 개념의 고리타분한 금융공학은 이미 쓸모없는 죽은 지식 아닌가요?'라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외파생상품 비즈니스와 구조화상품 비즈니스가 크게 위축된 것은 사실이며, 앞으로도 이쪽 분야의 비즈니스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니라 블랙숄즈 옵션 공식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개념의 금융공학적 지식이 퀀트 투자, 퀀트 트레이딩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모든 건 결국 극에 달하면 통하기 마련이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 가령 퀀트에 관해 어느 정도 공부했다면 당연히 모멘텀 팩터가 무엇인지는 알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질문, 모멘텀 팩터를 수학적으로 분해하여 과연 모멘텀 팩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대략 난감이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사실은 무엇이냐. QIS 비즈니스, 즉 팩터 비즈니스를 주도하고 있는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팩터를 전부 이런 식으로 분해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멘텀, 평균회귀 팩터 등을 전부 금융공학적으로 분해하여 제시한다. 가령 모멘텀 팩터는 금융공학적으로 옵션 스트래들의 델타를 정확하게 복제하는 포지션이다. 이렇게 했을 때의 장점은? 이 팩터가 언제 벌고 언제 터지는지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이것은 시장 국면이 변화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확실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공문십철의 한 사람인 자로(子路)는 본디 깡패였는데 공자의 제자가 되기 전 공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남산의 대나무는 바로잡아주지 않아도 자연히 곧고, 잘라서 쓰면 제아무리 두꺼운 가죽이라도 뚫는다고 합니다. 천성이 그러하다면 굳이 학문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이에 대한 공자의 대답은 이러했다. "네가 말하는 남산의 대나무에 날개를 달고, 화살촉을 붙여서 갈면 단순히 가죽을 뚫을 뿐이겠는가?" 퀀트 투자에 금융공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금융공학은 퀀트 투자라는 화살을 좀 더 예리하게 만들어줄 날개와 화살촉이 된다.


그렇다면 금융공학은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까? 금융공학의 기본은 파생상품의 이론적 가치를 추정하는 프라이싱(Pricing), 그리고 파생상품의 위험 민감도인 그릭스를 산출하여 포지션을 관리하는 헤징(Hedging)이다. 따라서 금융공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우선 여러 가지 기본적인 파생상품(선도, 선물, 스왑, 옵션)이 어떻게 합성되어 만들어지고 그것들이 주가, 금리 등과 같은 기초자산들과 어떠한 역학관계를 맺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결국 금융공학이라는 학문은 쉽게 말하자면 다양한 금융상품들의 현금흐름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것에 불과하다. 금융공학이 전제하고 있는 가정들이 무엇인지 그러한 가정들 하에서 어떠한 논리적 전개를 통해 파생상품을 만들어왔는지를 이해한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나머지는 하나하나 여러 가지 다양한 파생상품들을 접하고 이를 실제로 구현해 보면서 이에 좀 더 익숙해지는 것뿐이다.



5. 금융 머신러닝 (Financial Machine Learning)

마지막 빌딩블록은 요새 주목을 받고 있는 바로 그 머신러닝이다. 금융 머신러닝은 말 그대로 머신러닝 기법을 금융투자업에 적용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명심해야 할 점은 이 금융 머신러닝이 퀀트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 머신러닝은 기존 퀀트 투자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이를 증강시켜줄 서포터가 되어야 하지, 만약 이와는 다르게 주객전도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거의 확실하게 과최적화(Overfitting)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머신러닝은 데이터만 주어진다면 그것이 경제적 의미가 없는 패턴일지라도 그것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 머신러닝을 사용하려는 시도는 고무적이나 그 밑바탕에는 반드시 도메인 지식이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 금융 머신러닝은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최근 쇼핑몰 구매 이력 데이터나 인공위성 이미지 같은 대체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종류의 알파를 찾기 위한 경주가 글로벌리하게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이러한 시도에 의한 성과가 본질적으로 과연 머신러닝으로부터 기인하는가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성과의 본질은 바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남들이 얻지 못하는 정보를 남들보다 더 빠르게 얻었다는 것이지 머신러닝이 본질은 아니다. 즉, 여기서 머신러닝은 도구일 뿐인 것이다. 그 옛날 로스차일드가가 비둘기를 통해 워털루 전투의 결과를 남들보다 빠르게 얻었고, 이를 통해 채권 거래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오늘날 비둘기는 머신러닝으로 대체된 셈이다. 결국 투자의 성과는 머신러닝이 아닌 좋은 정보에 의해 결정되며, 좋은 정보는 철저하게 합리적인 경제적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 머신러닝은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지금까지의 전개로 보아 당연히 단순하게 머신러닝을 공부하여 금융 데이터를 머신러닝 모델에 집어넣어 결과를 내는 것은 하등 의미가 없다는 것은 직감했을 터이다. 여기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머신러닝을 금융투자업에 어떻게 적절히 사용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인데, 문제는 이를 생각할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도돌이표마냥 본질과 다시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도메인 지식이다.


가령 앞서 언급했던 금융 머신러닝의 대가인 마르코스 로페즈 데 프라도 교수의 저서 『실전 금융 머신러닝 완벽 분석』을 한 번 살펴보자. 이 책은 정말로 실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꿀팁들을 한 권으로 응축시켜놓은 책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또한 많은 학생들이 제목만 보고 호기롭게 구매했다가 채 한 챕터도 다 보지 못하고 덮어버리게 되는 책으로도 악명이 높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로페즈 교수가 책에서 언급한 모든 요소들의 전후에는 실무적인 맥락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실무적인 맥락에는 기존의 방법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 및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머신러닝으로 증강된 새로운 방법론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도메인 지식의 부재는 이 맥락에 대한 접근을 애초에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린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지도학습, 비지도학습, 강화학습 등의 일반 머신러닝 콘텐츠들을 공부하는 것은 매우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미래에 이러한 지식들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필수 스킬셋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 머신러닝을 배우고자 한다면 이러한 머신러닝 영역을 배우는 것 이외에도 다시 첫 번째 빌딩블록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금융 도메인 지식을 쌓아나갈 필요가 있다.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금융 머신러닝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Back to Basic이다.



지금까지 퀀트 커리어를 위한 학습 로드맵을 구성하고 있는 다섯 가지 빌딩블록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로드맵은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퀀트 트레이더라는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본 바, 실무적으로 퀀트가 과연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지식을 체계화하여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울지를 고민한 결과이다. 퀀트대디 블로그와 강의 컨텐츠는 모두 이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나열된 다섯 개의 빌딩블록들을 학습하기 위한 절대적인 순서나 공식은 없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구조를 먼저 이해하고 여기서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인지한 뒤에 이를 채워나가고자 계속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파편화된 지식의 조각들을 하나씩 모아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것들이 서로 융합되는 것을 느끼는 데에서 학습의 즐거움은 비로소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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