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명구도의 재치
혼란의 시기인 중국 전국시대에 이름을 날렸던 세력가 중 한 명인 맹상군은 그 휘하에 여러 식객들을 두었다. 그 시절 세력가들은 이러한 식객들을 거느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식객들은 거처와 식사를 제공받으며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해 세력가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도움을 주었다. 이는 제자백가 시대에서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맹상군에게도 여러 식객들이 있었는데, 심지어 그중에는 닭 울음소리를 완벽히 모사할 수 있는 광대와 어떤 물건이라도 훔쳐 올 수 있는 좀도둑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러한 천한 사람들까지 식객으로 두는 맹상군을 비난했지만, 그는 이러한 비난에 크게 개의치 않았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식객으로 두었다.
어느 날 맹상군은 정치적 음모에 휩싸여 다른 나라에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때 그는 그 나라 제후의 애첩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그 애첩은 맹상군을 풀어주는 대가로 백여우로 만든 모피를 원했다. 그런데 사실 그 모피는 맹상군이 이미 제후에게 바친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었다. 맹상군이 난색을 표하던 그때, 식객으로 있던 좀도둑이 제후의 창고에 몰래 숨어들어 그 모피를 가져다 애첩에게 바쳤고 애첩은 이에 기뻐하며 맹상군 일행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들이 성문에 다다를 무렵 제후의 추격대가 그들을 쫓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문은 굳게 잠겨 있었는데 왜냐하면 이 나라에서는 첫 닭이 울기 전까지 성문을 열지 말라는 것을 법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그때, 맹상군의 식객으로 있던 닭 울음소리를 기가 막히게 내는 광대가 불현듯 닭처럼 울기 시작했다. 이에 주변에 있던 닭들도 그 소리를 듣고 일제히 울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들은 문지기들은 성문을 열어젖혔고, 맹상군 일행은 그 나라를 무사히 빠져나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위의 고사는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사자성어의 일화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맹상군의 식객들이 모두 학자들이었다고 한다면, 그러한 위기의 순간에 처했을 때 그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다양성 덕분이었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는 예기치 못한 방법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여러 식객들이 예기치 못할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맹상군을 구하고 위기를 타개한 것이다.
# 천하를 통일한 유방
다양성을 기반으로 엄청난 수혜를 본 역사적 케이스는 또 있다. 바로 중국을 통일하여 한나라를 세운 한고조 유방이다. 사실 유방은 그의 라이벌 항우에 비하면 보잘것없던 인물이었다. 실제로도 유방이 항우와의 전투에서 이긴 횟수는 그리 많지 않다. 항우야말로 시대가 낳은 호걸이자 귀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하통일의 대업을 항우가 아닌 유방이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항우에게는 없었으나 유방에게는 있던 것, 바로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다양성 덕분이었다.
일개 한 사람이 모든 종류의 일과 상황에 전부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필요한 것은 각자 서로 다른 능력과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중지를 모으고 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배분 방식, 즉 용병술이 필요하다. 항우보다 뭐 하나 뛰어난 것 없었던 유방이 마침내 천하의 패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각 분야에 뛰어난 사람을 기용하여 그들로 하여금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전권을 부여하였기 때문이다.
유방 또한 스스로 다양성에 기반한 용병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거 바로 그가 말하는 삼불여(三不如), 즉 '세 사람보다 못하다'였다. 그는 그가 승리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군막 안에서 계책을 짜서 천리 밖 승부를 결정짓는 일이라면 나는 장량만 못하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달래고 전방에 식량을 공급하고 양식 운반로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라면 내가 소하만 못하다. 100만 대군을 통솔하여 싸우면 승리하고 공격하면 틀림없이 손에 넣는 일은 내가 한신만 못하다. 그러나 이 뛰어난 인재 3인을 내가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비로소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내치와 전략, 그리고 전투에서 각각 소하와 장량, 한신보다 자신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각 분야의 전문가인 소하와 장량, 그리고 한신을 기용함으로써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어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현실 세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에 기반한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수정을 거쳐야만 한다. 현재의 미국과 과거 로마제국이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다양성에 기반한 열린 사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따라서 이를 대비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가능한 한 많은 수단과 방법을 구비해놓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중구난방식으로 굴러가는 것 같은 민주주의가 정작 위기에 강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다양성을 포용하기 때문이다. 확실성의 세계에 있다면 뛰어난 개인에 의한 독재정치, 철인정치가 답이 될 수도 있으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비선형적이며 복잡성을 띠고 있다. 지구상 가장 강한 종이었던 공룡이 한순간에 종말을 맞은 것처럼 불확실성의 세계에서는 절대적 강함이 생존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환경의 변화가 강한 것을 약하게도 만들고 또 약한 것을 강하게도 만들기 때문이다. 공룡의 발짓 한 번에 저세상으로 갈 수 있는 바퀴벌레가 그들보다 오래 아니 어떤 종들보다 오래 생존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어느 지역에서나 생존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 다양성과 생존, 그리고 멀티 팩터
따라서 금융시장에서 생존을 도모하고 나아가 번영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스스로가 계명구도의 지혜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다양성을 기치로 하는 멀티 팩터는 바로 이러한 지혜를 철저히 실천하고자 하는 계명구도의 현신이다. 우리는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지 혹은 어떻게 변할지 절대로 알 수 없다. 향후 시장이 이렇게 저렇게 될 거라고 섣불리 예측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자 교만이며, 불확실성의 세상을 멋대로 재단하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이다. 결국 프로크루스테스는 그 자신이 자신이 만든 침대에 의해 재단당하는 비극을 맞이했다.
멀티 팩터에 기반한 팩터 포트폴리오는 이러한 관점에 있어서 철저히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시장 국면이 바뀔지를 절대로 알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는 팩터들을 우리의 도구 상자 안에 넣어놓는 것이다. 도구 상자에 다양한 기능을 하는 여러 공구들이 있는 것처럼 퀀트의 팩터 유니버스에도 다양한 팩터들이 라인업 되어있어야 한다. 이는 공격수만으로는 축구를 할 수 없으며, 망치만 가지고는 제대로 토목공사를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역사적으로 생물종의 진화를 발생시킨 것은 예정설이 아닌 불확실성 그 자체였다. 진화는 결과론적인 것이며 결국 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변이에 의한 수많은 시행착오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결국엔 우연히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의미다. 이는 우리가 단일한 최적의 경로를 선택하는 것보다 그럴듯한 여러 가지 선택지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것이 낫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것이 바로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팩터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이유이며, 겉보기에는 괴상망측하지만 그럼에도 라쿠카라차의 다양성과 유연함을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아름다운 그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