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패의 이유: 관점의 고착화
무릇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함에 있어 나 자신만의 생각과 관점만을 관철한 채 대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필패의 요인이다. 다시 말해, 개방적 사고를 가지지 못하고 나만이 옳다는 식으로만 아집에 사로잡힌다면 우리가 원하던 솔루션이 눈에 잘 안 보일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 즉 타인의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려는 시도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접근할 때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묘수가 번뜩 떠오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는 문제를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달의 뒷면까지를 확인하는 것처럼 보다 입체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눈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둑판에 스윽 나타나 훈수를 두는 할아버지가 대국을 두고 있는 사람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판세를 읽고 묘수를 생각해낼 수 있는 이유는 제3자의 관점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판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존에 얽매여있던 관점에서 벗어나는 'Think out of the box'야말로 혁신을 가능케하는 열쇠다.
# 당신이 보고 있는 차트는 왜곡되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당연히 인간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해석하려 한다. 그것이 편하고 또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인간의 관점에서만 접근한다면 필시 왜곡을 낳게 되고 결국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주가 차트 또한 그러한 범주에 속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는 장중에서 주가 차트를 볼 때, 5분봉, 10분봉, 30분봉 등과 같은 이른바 '시간 기준의 바(Bar), 즉 타임바(Time Bar)'를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타임바라는 것이 사실은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편한 결과물이지, 시장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반영한 결과물은 절대로 아니라는 점이다.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선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타임바에 익숙한 이유는 우리의 생체리듬이 시간, 특히 태양의 움직임에 기반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매수 주문과 매도 주문을 매칭시켜주는 매칭 엔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타임바는 잘못된 관점으로 바를 샘플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매칭 엔진의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닌 주문(Order)의 발생이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해도 그 기간 동안 거래가 별로 없다면 바를 만들어서는 안되며, 또 반대로 아무리 찰나의 시간이라고 해도 그 순간 거래가 엄청나게 많이 발생했다면 이러한 정보의 양을 반영해 바를 계속해서 생성해야 한다. 결국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이 아닌 주문과 거래, 즉 정보의 발생이다. 금융계의 양자역학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미시구조(Market Microstructure) 이론에서는 시장에 흘러들어오는 이러한 정보(Information)의 흐름과 유입에 주목한다.
시간 단위로 끊어 바를 만들게 되면 거래가 많은 경우 정보를 과소샘플링(Undersampling) 하게 되고, 반대로 거래가 적은 경우 정보를 과다샘플링(Oversampling) 하게 된다. 다시 말해, 타임바를 만들게 되면 시장에 존재하는 정보가 왜곡되게 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장중 거래량은 장 초반과 장 막판에 거래가 몰리는 U자형 패턴이 관찰되는데 이 또한 타임바가 실제 시장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 달러바, 정보량의 균등
그렇기 때문에 장중 트레이딩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 우리에게는 타임바가 아닌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그 대안이 바로 달러바(Dollar Bar)다. 여기서 말하는 달러바는 타임바처럼 시간을 균일하게 잘라서 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대용치인 거래대금(Dollar Amount)을 균일하게 잘라서 바를 만드는 방식이다. (물론 기준이 되는 통화에 따라 이것의 이름이 원바, 엔바, 유로바 등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바를 전부 달러바라고 통칭한다.)
달러바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거래의 원시자료인 틱데이터(Tick Data)를 수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틱데이터는 실제 거래의 기본이 되는 최소단위로써 기본적으로 언제 거래가 발생했는지(타임스탬프), 어떤 가격에 거래가 발생했는지(가격), 얼마나 거래가 발생했는지(거래량)가 하나의 티켓을 이룬다. 이 틱데이터를 가지고 달러바를 만드는 방법은 매우 직관적인데, 틱이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동안 가격 곱하기 거래량인 거래대금을 실시간으로 누적시켜 나가다가 내가 정한 임의의 기준(10억 원, 100억 원 등)을 넘게 되면 그 순간 바를 하나 만들면 된다.
아래의 차트는 E-Mini S&P 500 지수 선물의 틱데이터를 가지고 만든 달러바 차트의 예시다. 타임바와는 달리 바의 생성이 시간적으로 균등하지는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달러바는 정보량이 많고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구간에서는 바를 미친 듯이 많이 찍어내고 반대로 정보량이 적고 거래가 한산한 구간에서는 드문드문 바를 생성한다.
이렇게 생성된 달러바에는 당연히 달러바만의 시가, 고가, 저가, 종가가 있고 각각의 달러바들은 당연히 거의 균일한 거래대금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달러바는 정보량이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는 바인 것이다. 이렇게 달러바를 만들어 사용하게 되면 한 가지 장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달러바의 통계적 분포가 어느 정도의 정상성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거래 활동에 기반해 바를 만들어 내는 틱바(Tick Bar)와 거래량바(Volume Bar), 달러바의 부분적 정상성 회복 성질은 이미 여러 연구들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달러바의 성질은 장중 트레이딩 전략의 확률적 우위 확보에 대한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그렇기에 만약 장중에서 빈번하게 거래를 하는 장중 트레이딩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면 우선 틱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여 달러바를 만드는 것이 트레이딩 시스템 설계를 위한 가장 첫 번째 스텝이라고 할 수 있다. 틱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크립토 퀀트 영역에서도 이러한 달러바 개념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된다. 항상 솔루션은 관점의 전환으로부터 나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