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숄즈 이전의 시대
금융공학이 과학의 한 분야로써 등장하게 된 것은 정확히 언제일까? 사실 모든 과학 분야가 그러하듯이 금융공학에도 공식적인 출생증명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여러 다양한 시점들을 금융공학 시작점의 후보들로 생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실제로 금융공학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학적 도구들의 본류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베르누이와 파스칼, 페르마와 피보나치 혹은 훨씬 더 이전 시대인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렇기에 오늘날 우리가 금융상품 혹은 파생상품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수학적 토대는 사실 과거 인류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천천히 발전되어왔다. 하지만 굳이 금융공학 역사의 시초를 반드시 꼽으라고 한다면, 오늘날 현대 금융 공학의 시초라고 부를 수 있는 금융공학의 진정한 아버지는 바로 루이 바슐리에(Louis Bachelier)라고 불리는 한 프랑스 사람이었다.
파리 증권거래소에서 일하면서 영감을 받을 루이 바슐리에는 1900년 앙리 푸앵카레의 지도 아래 『투기 이론(Theorie de la speculation)』이라는 제목의 박사 학위 논문을 썼다. 그의 논문에서 그는 최초로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모델링을 하여 옵션 가격 결정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다. 여기서 사용한 확률적 과정은 우리가 훗날 위너 과정(Wiener Process)이라고 부르는 것과 매우 유사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의 업적은 그가 살아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했다.
이렇게 수면 밑에 잠겨 있던 루이 바슐리에의 연구는 195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다시금 몇몇 경제학자들에 의해 회자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유명했던 통계학자 중 한 명인 레너드 새비지(Leonard Savage)는 바슐리에의 이런 연구 결과를 알고 있었고 거기서 사용된 수학적 도구들이 경제학에서 유용성을 가질 수 있을 거라 느꼈다. 이에 그는 주변 경제학자들에게 바슐리에의 연구를 읽어볼 것을 권하는 엽서 몇 장을 보냈다. 그 엽서 중 하나를 받은 경제학자가 바로 그 유명한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 교수다. 폴 새뮤얼슨 교수는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경제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수학이라는 도구를 도입한, 현대경제학을 처음부터 건축한 장본인이다.
1960년대에는 워런트의 이론적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워런트란 주식을 일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증서, 즉 옵션을 의미한다. 폴 새뮤얼슨 교수는 스프렌클(Sprenkle), 보네스(Boness) 등 다른 경제학자들과 함께 이러한 금융 수학적 모험에 합류하게 된다. 그들은 워런트 가격을 계산할 수 있는 공식을 제안했는데, 이 공식은 이후 등장한 블랙-숄즈 옵션 공식과 그 형태가 매우 유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방법론은 현실적으로 큰 혁신을 불러오지는 못했는데, 왜냐하면 새뮤얼슨 교수와 그의 동시대 사람들은 실제 세상에 대한 기댓값인 P-측도(P-Measure)를 사용했으며, 옵션이라는 상품이 동적으로 복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 1973년, 금융공학 역사의 새로운 세상이 열리다
금융공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세 인물이 있다. 바로 옵션 가격 결정 원리를 발견한 피셔 블랙(Fisher Black)과 마이런 숄즈(Myron Scholes), 그리고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이다. 금융공학의 역사는 바로 이 원리 발견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그들은 현대 금융 시장의 모습이 이렇게까지 형성되는데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피셔 블랙의 회고에 따르면, 1965년 그는 컨설팅 회사인 아서 디 리틀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고 그때 당시 한창 자본 자산 가격 결정 모형인 CAPM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다 1960년대 말 블랙은 앞서 경제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던 워런트 가격 책정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자연스럽게 CAPM 모형의 아이디어를 차용에 옵션 가격을 계산하는 공식을 만들어냈고, 옵션의 가치를 시간과 기초자산 가격의 함수로 표현했다. 이 공식은 편미분 방정식의 형태를 띠었지만, 물론 아직 이때까지만 해도 이 공식은 옵션 가격과 그 움직임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었다.
블랙-숄즈 공식이 나온 것은 결국 그가 숄즈와 같이 연구를 하고 난 뒤였다. 비슷한 시기, 마이런 숄즈는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때마침 MIT에서 지내고 있었고 보스턴에서 마침내 블랙과 조우하게 된다. 마음이 잘 맞았던 그들은 합심하여 옵션 가격을 계산하는 문제를 함께 연구하기 시작했다. 몇 달간의 고생 끝에, 결국 그들은 과거 스프렌클이 도출했던 공식이 바로 무위험 이자율이 할인과 주가 다이나믹스에서의 추세항에 모두 사용되는 특정 케이스에서의 편미분 방정식의 해법이라는 것을 발견해냈다! 이렇게 블랙-숄즈 공식(Black-Scholes Formula)은 탄생하게 된다.
물론 이 옵션 가격 결정 원리를 발견한 사람은 블랙과 숄즈 뿐만이 아니었다. 마이런 숄즈 외에도 옵션 공식으로 인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은 한 사람이 더 있는데, 그가 바로 로버트 머튼이다. 머튼은 1970년에 폴 새뮤얼슨 교수 문하의 박사과정 학생이었고, 블랙과 숄즈가 그들의 연구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머튼은 그들과 상당한 교류를 했다고 전해진다. 머튼 또한 그 당시에 옵션 가치평가에 많은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독자적으로 연속적 시간 하에서 복제 포트폴리오(Replicating Portfolio)를 통해 옵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블랙과 숄즈가 공식을 도출해냈다면, 머튼은 복제(Replication)라는 개념을 세상에 소개한 것이다. 옵션과 관련된 위험을 동적 트레이딩 전략으로 완전히 헤지할 수 있다는 이러한 머튼의 발견은 금융공학 역사상 굉장히 중요한 발견이었다. 나아가 이러한 아이디어는 옵션의 복제 포트폴리오 비용이 다름 아닌 옵션 가격 그 자체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는데, 이는 결국 프라이싱(Pricing)과 헤징(Hedging)이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무적 혁신이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