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미시구조 이론의 태동
시장미시구조 이론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새롭게 나온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오산이다. 이전에도 앞서 언급했듯이 시장미시구조 이론 또한 그 역사가 매우 깊다. 사실 이는 고전 경제학으로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가 있는데, 결국 시장미시구조라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상황에서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며, 어떤 특정한 시장 구조는 그러한 가격 형성 다이나믹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미시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경제학자들의 주요 목표는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매수, 매도에 대한 거래 의지가 실제로 어떻게 거래 행위로까지 이어지는지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미시구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거시적 세상의 수급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실제 거래를 가능케 하는 다양한 블랙박스들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의 조밀한 매매 과정을 분석한다.
이 때문에 시장미시구조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들 중 하나는 바로 정보(Information)이다. 경제학자들은 시장미시구조 이론을 통해 과연 어떤 방식으로 가격이라는 것에 정보가 묻어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해 연구했으며, 특히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정보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이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와 시장 유동성에 어떻게 그리고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이었다.
1980년대, 호(Ho)와 스톨(Stoll), 글로스텐(Glosten)과 밀그롬(Milgrom) 같은 학자들은 유동성 공급(Liquidity Provision)과 매수-매도 스프레드의 결정 요인 등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모형들을 활용해 시장 조성자의 행동 패턴을 모델링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바로 초창기 시장미시구조 이론의 기반을 닦은 주역들이었다. 2000년대 초 혹은 그 이전에 쓰인 시장미시구조의 텍스트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시장미시구조 이론의 초창기 모델들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된 시장 미시구조, 그에 따른 규제 설정 문제
그들의 연구 결과, 거래와 가격을 통한 정보의 전이는 시장 충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고, 이러한 시장 충격(Market Impact)에 대한 모델링은 시장미시구조 이론의 단골 주제가 되었다. 또한 가격 형성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시장 마찰(Market Friction) 또한 매우 중요한 논제거리였다. 이러한 실제 시장의 현상들은 과거 이론에 매몰되어 있던 퀀트들이 쉽사리 무시했던 이슈들이었지만, 오히려 반대로 시장은 그러한 퀀트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더욱더 현실성을 강조해왔다.
더불어 이쪽 영역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또 다른 연구 주제는 바로 시장 구조(Market Structure) 그 자체였다. 왜냐하면 각각의 거래소가 가지고 있는 그 고유한 구조적 특질에 따라 가격 형성 과정과 시장의 품질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거래 가능 시간, 한 틱의 크기, 주문 방식, 시장 조성자의 역할과 권한 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유동성과 투명성은 다르게 표출되었고, 특히나 2000년대 들어 등장한 다크풀(Darkpool)로 인해 금융 규제 당국은 어쩔 수 없이 시장미시구조와 친해져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규제를 어떻게 설정해야 되는가 하는 문제는 지난 20년간 금융시장에서 매우 핫한 화두였다. 구체적으로, 이전에도 앞서 언급했던 미국의 Reg NMS와 유럽의 MiFID에 따른 시장 세분화(Market Fragmentation)는 정보의 전달, 거래소 간의 경쟁, 거래소별 매매 규칙과 수수료 구조 등에 대한 이론적 연구를 양산해냈고, 나아가 컴퓨터 기반의 전자 거래 및 고빈도 매매의 계속되는 시장 점유율 증가는 가격 형성 과정과 시장의 안정성에 대한 끝없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2010년에 발생했던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사건은 이제 더 이상 금융시장의 거시 영역과 미시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현상들을 관찰하고 그들만의 모델을 만들어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데 몰두하였고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또다시 실무의 영역으로 들어가 의사결정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돕고 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