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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Jul 09. 2023

내재 변동성을 활용한 마켓 타이밍 전략

# 어게인, 시장국면분석

만약 나의 플레이가 롱(Long)만 하는 플레이, 즉 시장 위험에 대한 익스포져를 무조건 들고 가야 하는 베타 플레이라면, 그 무엇보다 시장국면분석이 제일 중요하다. 왜 그럴까? 아무리 좋은 팩터라 할지라도 롱온리 팩터의 퍼포먼스는 어쩔 수 없이 시장과 똑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롱온리 팩터는 장기적으로 시장 대비 초과성과를 내는 것에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나 시장이 망가진다면, 즉 시장이 하락 사이클에 들어선다면 팩터의 수익률 또한 무너지게 된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90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주식에 대한 몇 가지 롱온리 팩터들의 누적 수익 곡선을 볼 수가 있는데, 이것만 본다 하더라도 직관적으로 우리는 왜 시장국면분석이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다. 따라서 내 플레이의 운신의 폭이 롱온리에만 국한되어 있다면, 좋은 팩터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 시장에 들어가고 나올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흔히 마켓 타이밍(Market Timing)이라 부른다.

미국 주식 롱온리 팩터 추이 (출처: Bloomberg)

포커에서 내 패가 메이드 된 것 하나도 없이 하이카드만 가지고 무리하게 베팅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짓이다. 설사 개패로 블러핑을 쳐서 몇 번 이긴다 하더라도 이렇게 무리한 플레이를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개털이 되는 날이 반드시 오는데, 이는 투자와 트레이딩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현재 시장 상황이 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다시 말해 확률적 우위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계속해서 주식을 사려고 하는 사람은 시장에서 퇴출될 확률이 굉장히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리한 플레이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뭣도 없는 자존심 문제이거나 다른 하나는 자극 중독 때문인 경우이다. 이 두 가지 경우는 사실 시장에 돈이 아닌 다른 것을 찾으러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시장에서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돈을 벌러 왔기 때문이 아니라 돈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얻기 위해 돈을 쓰러 왔기 때문이다.


# 내재 변동성, 금융시장의 카나리아

그럼 우리는 어떻게 마켓 타이밍을 알 수 있을까? 바로 내재 변동성(Implied Volatility)이다. 물론 금융공학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내재 변동성에 대해서는 당연히 알고 있을 테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주식시장의 내재 변동성 뿐만 아니라 전 자산군의 내재 변동성까지 고려할 것이라는 점이다. 내재 변동성이 중요한 이유는 옵션의 실시간 시장 가격에 사람들의 위험 선호도와 그에 따른 시장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내재 변동성은 웬만한 경제지표들보다 훨씬 더 빠른 시장 대응을 가능케 한다.


여기서는 총 12개의 내재 변동성을 가져와서 하나의 지표로 통합하는 작업을 할 텐데, 이 12개의 내재 변동성 종목들은 아래와 같다. 이들은 글로벌 자산 시장에서 자주 거래되는 옵션들로부터 추출해낸 내재 변동성 값들이다.


            VIX 지수          

            VSTOXX 지수          

            VNKY 지수          

            VHSI 지수          

            EURUSD 3개월 내재 변동성          

            USDJPY 3개월 내재 변동성          

            GBPUSD 3개월 내재 변동성          

            USD 3개월 스왑션 내재 변동성          

            EUR 3개월 스왑션 내재 변동성          

            WTI 3개월 내재 변동성          

            금 3개월 내재 변동성          

            구리 3개월 내재 변동성          

글로벌 주요 자산시장의 정규화된 내재 변동성 추이 (출처: Bloomberg)

이 12개의 내재 변동성 값들로부터 우리는 전체적인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스코어 지표를 만들 건데, 이를 계산하는 방법은 의외로 굉장히 간단하다. 우선 각 내재 변동성의 현재 값이 과거 1년 대비 어느 정도 순위에 있는지를 계산한 후, 그 12개의 순위들을 단순히 평균해 준 뒤에 이를 250일로 나누어주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이제 이 스코어 지표는 0부터 1까지의 값을 가지는 지표가 되는데, 만약 이 값이 0이라면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음을 의미하며, 반대로 1이라면 시장 상황이 매우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 지표를 이제부터 마켓 센티멘트 지표(Market Sentiment Indicator)라고 칭할 것이다.

마켓 센티멘트 지표 추이 (출처: Bloomberg)

그렇다면 과연 이 지표는 우리에게 현재의 시장 분위기를 잘 알려줄 수 있을까? 바로 한 번 백테스팅에 들어가 보도록 하자.


# 마켓 센티멘트 필터를 적용한 롱온리 베타 전략

마켓 센티멘트 지표를 활용해 베타 익스포져, 즉 베팅 사이즈를 결정하는 방법 또한 지표를 계산하는 방법만큼이나 굉장히 직관적이다. 우선 만약 지표가 0.5 아래로 내려간다면 시장이 안 좋다는 의미이므로 베팅 사이즈를 0으로 설정한다. 굳이 시장이 안 좋다는데 들어가서 털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숏 포지션을 구축할 수 없다면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는 트레이딩을 쉬는 게 답이다. 트레이딩을 쉬는 것 또한 트레이딩이다. 그리고 만약 지표가 0.5 이상이라면 해당 지표만큼을 베팅 사이즈로 가져간다. 예를 들어, 0.6이라면 전체 자본의 60%만을 투입하고 1이라면 100%를 투입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하면 시장 상황이 좋을 때 포지션을 더 크게 늘리게 되어 시장 상승에 따른 모멘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백테스팅 결과는 아래 그래프와 같다. 마켓 센티멘트를 필터로 적용한 경우 S&P 500 지수 선물을 바이앤홀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위험 조정 성과를 보여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는 전략과 벤치마크의 비교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앞에서 설명한 전략 구조에 1.5배의 레버리지를 걸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의 MDD는 -8%에 불과했으며, 연평균 수익률은 11%였고 전략의 샤프비율은 1.59였다.


S&P 500 지수 선물의 샤프지수가 0.66, 연평균 수익률이 11%, 그리고 MDD가 -72%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켓 센티멘트 지표에 기반해 베타 익스포져를 조정하는 전략의 효과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특히나 아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 이 전략은 과거 20년 동안의 크고 작은 하락 사이클을 효과적으로 방어해 주었다. 

마켓 센티멘트 전략과 벤치마크의 성과 추이 (출처: Bloomberg)

결국 이 전략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심플하다. 빅숏으로 하락 사이클에서 먹을 재간이 없다면, 시장이 안 좋을 때는 쉬는 것이 답이라는 것이다.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스타일의 투자나 트레이딩을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수와 내 투자 성과의 상관계수를 계산해 보면 굉장히 높게 나올 것이다. 이는 무조건 내가 테이크하는 대부분의 리스크 팩터가 베타 그 자체라는 소리인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국면분석에 기반한 자금관리다. 베타 플레이는 언제 들어가고 언제 나올지 결국 그 때를 아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내재 변동성이라는 녀석은 우리에게 이러한 적시성을 잘 알려줄 수 있는 녀석이며, 옵션을 거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옵션 시장과 친하게 지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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