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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Aug 15. 2023

통계적 차익거래와 비이성성 그리고 메타전략

# 이상치를 찾아서

통계치 이상치(Outlier)는 통계학에서 스무딩 혹은 제거의 대상이지만, 퀀트의 영역에서는 이것이야말로 잠재적 기회이기에 퀀트는 눈에 불을 켜고 이상치를 찾아다닌다. 즉, 특이한 값이라고 해서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특이하지 않기에 오히려 주목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흔히 말하는 통계적 차익거래(Statistical Arbitrage)는 금융시장이 통계적으로 굉장히 이상한, 다시 말해 엄청난 극단치를 보여줄 때 그것이 과도하다 생각하여 거기서 수익의 기회를 노리는 트레이딩 전략이다.


따라서 기회는 비정상적인 곳에 있다. 퀀트는 통계적 차익거래를 통해 시장의 미스 프라이싱(Mispricing), 즉 시장이 현재 가격을 잘못 평가하고 있다는 상황을 간파하고 기꺼이 금융시장의 자경단원이 되어 이를 바로잡아 그 대가로 수익을 얻어낸다. 퀀트가 각종 수학적, 통계적 모델로 금융시장을 모델링하는 이유는 이러한 통계적 차익거래의 기회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학과 통계만으로 통계적 차익거래를 위한 충분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퀀트 리서치와 퀀트 트레이딩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단순히 시장 밖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시장을 바라보느냐 아니면 태풍의 한 가운데 들어와 시장에 나의 감정을 같이 섞느냐라고 볼 수 있는데, 결국 퀀트 트레이딩은 수학과 통계, 프로그래밍 외에도 심리와 메타 인지, 그리고 자기 규율이라는 다소 정신적인 요소들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퀀트 트레이딩은 단순히 피상적인 데이터를 수동적으로 관찰만 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 그 이면에서 왜, 그리고 무엇 때문에 데이터가 그렇게 표출되고 있는지를 탐구하고 이해해야 한다. 나아가 현재의 상황에서 내가 내려야 하는 최적의 의사 결정은 어찌 되어야 하는가를 판단할 수도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퀀트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패턴(Pattern)이 아닌 메커니즘(Mechanism)이다.


# 극단치의 시장, 그 속에서 나오는 심리적 기제들

그렇다면 극단치의 그 이면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통계적 이상치가 발생할 때 그 이면에는 반드시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작동한다. 이를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데이터가 특이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시장에서 사람들이 평소와는 다르게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이상한 행동은 평소와는 다른 비이성적 의사 결정으로부터 나오며, 만약 이것이 과도할 경우 데이터 상에서 이상치가 찍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통계적 이상치에 베팅을 한다는 것, 통계적 차익거래를 하겠다는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점점 다시 이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믿음에 베팅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증하던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모두가 이성을 되찾는 순간이 오면 불안정한 특이값에서 잡아놓았던 포지션은 수익으로 치환된다.


시장참여자들 중 오직 소수가 비이성에 취해 있다면 그들을 교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때는 몇몇 자경단원들이 곤봉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충분히 정상을 되찾아간다. 3-시그마 안에서의 현상을 다시 제로로 정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한두 명이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이 집단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게 되면 그것은 군중심리를 이루고 마치 그 행동이 정상적인 규범인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만약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게 되면, 비이성적 시장 현상은 단기적으로나마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으로 비치며 오히려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소수가 되고 소외된다. 이때 이 단기적인 기간은 실제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에겐 영겁의 세월같이 길게 느껴진다. 10-시그마 이상의 소용돌이는 그 힘으로 상대적 시간 축을 아주 길게 늘어뜨려 매우 가혹한 상대성 원리를 시장참여자들에게 선사한다.


금융공학 올스타로 구성된 LTCM이 일순간에 쓰러진 이유는 시장 패닉으로 인한 10-시그마 이상의 소용돌이를 눈앞에서 정통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통계적 차익거래와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 변동성 매도(Volatility Selling) 전략은 공통적으로 평균회귀 성향을 보이는 페이오프를 공유하는데, 이 평균회귀 전략들의 테일 리스크는 바로 3-시그마의 벽, 즉 퀀트가 쌓아놓은 교화의 댐이 무너졌을 때 현실화된다. 결국 위기에서 기회로, 또 기회에서 위기로의 상전이(相轉移)는 정말로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다. 이 상황에서 '버티면 돌아올 수 있었잖아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트레이딩의 본질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하수다. 미안하지만 고객은 그렇게 너그러운 성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천재들의 실패


# 메타 전략, 퀀트의 금낭묘계

그렇기 때문에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메타 전략(Meta Strategy)이다. 전략을 사용함에 있어 그 전략을 언제 사용하고 언제 사용하지 말지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전략. 그것이 바로 메타 전략이며, 바로 이 메타 전략이 없는 트레이딩 전략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메타 전략은 전투기 조종사의 사출 버튼과도 같다. 절대로 감당해서는 안 되는 리스크가 눈앞에 펼쳐졌을 때 사출 버튼을 눌러 파일럿이 안전하게 탈출을 도모하는 것처럼, 메타 전략 또한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시장 상황에서 무리한 리스크 감수를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통계적 차익거래를 사용하는 것이 위험한 순간에 시장을 생태학적 관점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이때의 시장은 종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시장 생태계가 빠르게 붕괴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띈다. 즉, 이때 시장에서는 불균형(Imbalance)이 누적되고 쏠림이 발생하게 되는데, 메타 전략을 위한 퀀트의 모델이 네트워크 이론(Network Theory)과 정보 이론(Information Theory), 전염 효과(Contagion Effect) 등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시장의 불안정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그 옛날 주유의 획책에 의하여 유비가 동오로 혼삿길에 올랐을 때, 유비 일행은 제갈량이 조자룡에게 준 세 개의 비단 주머니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위기가 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조자룡의 직감과 그 상황에서 냉정하게 어떠한 행동 지침을 해야 하는가를 미리 명시해둔 제갈량의 안목이 그들을 살린 것이다.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퀀트 트레이딩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재기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손실을 피하는 것이다. 결국 메타 전략은 트레이딩 전략을 위기에서 구해줄 금낭묘계(錦囊妙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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