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많은 구직자들에게 아직까지도 선망의 대상이지만 2020년대에는 그러한 선망의 포지션들이 그리 많이 남아있게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미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포지션들이 빠르게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머신러닝 전문가인 코넬 대학교의 Marcos Lopez de Prado 교수에 따르면 가격을 모델링하고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금융권에서 6백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그가 물론 금융권의 모든 직업들을 알고리즘이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금융권 종사자들은 이러한 새로운 기술적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재교육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2019년 IHS Markit에 의해 발간되었던 한 레포트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데, 그 레포트는 2030년까지 미국 금융권에서 13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브루킹스 연구소도 최근 이러한 알고리즘 및 인공지능 혁명에 가장 취약한 노동자 계층은 바로 테크 분야와 금융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화이트칼라 계층이라고 주장한 바가 있다. 그들은 사회복지사나 선생님 그리고 요리사와 같은 직업들보다 알고리즘에 의해 일자리를 확률이 더 높은 셈이다.
금융권의 연봉은 다른 산업 군에 비해 꽤 비싸기로 소문이 나있다. 미국 기준으로 신입 애널리스트의 기본급은 약 1억 정도에 달하며 상무이사들은 보너스로만 보통 10억 이상을 가져간다. 사실 회사 입장에서 이러한 인건비는 전부 비용인데, 만약 금융권에 자동화가 도입된다면 금융권은 글로벌리하게 약 512조의 매출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인공지능의 활용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며 인공지능 기술 또한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도입에 의해 매출이 증가하는 것을 경험한다면 금융권은 그때부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동화를 도입하게 될 것이다.
구직자들에게는 비보일지 모르나 자동화에 대한 주요 IB들의 투자는 이미 현재 진행 중이다. 사실 Business Insider Intelligence에서 발간된 2018년도의 한 레포트는 주요 IB들이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여 인간 직원들의 업무를 똑같이 수행할 뿐만 아니라 업무 상 발생되는 문제들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제이피모건은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씨티은행의 수장인 Jamie Forese는 5년 내로 로봇이 은행 내 만 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한 바가 있다. 또한 스위스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는 직원들에게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재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CTO인 Laura Barrowman은 "아직 금융권에서는 IT 스킬에 대한 부족 현상이 만연하며 그렇기 때문에 회사들은 이러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였다.
기회와 위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에 위기의 뒷면에는 항상 기회라고 쓰여 있다. 기존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변화는 엄청난 위기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입장에서 보면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현 상황은 게임의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다.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새로운 2020년대의 막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