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타나베 부인과 환캐리 트레이드
2000년대 초, 일본의 거품경제가 꺼지고 경제가 장기 불황 및 제로금리 시대가 접어들자 소위 와타나베 부인들이라 불리는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은 저리의 엔화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환 캐리 트레이드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환 캐리 트레이드(FX Carry Trade)란 저금리의 통화를 차입해 자금 조달의 원천으로 사용하고 그 반대급부로 고금리의 통화자산을 운용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이러한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금리가 낮은 엔화를 차입한 뒤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해 그만큼의 통화간 금리차를 수익으로 가져갔다. 이러한 캐리 트레이드는 매크로 환경이 안정적인 상황에서 환율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캐리 수익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캐리 트레이드가 돈이 되는 이유는 글로벌 투자 자금이 결국에는 일드(Yield), 즉 수익이 많이 나오는 곳으로 끊임없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며,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양한 투자 상품을 끊임없이 재고 비교하며 조금 더 좋은 조건을 주는 곳으로 계속해서 갈아탄다. 이는 마치 우리가 동일한 스마트폰을 사려고 해도 여러 가지 조건을 비교해 보면서 조금이라도 싼 곳에서 사려고 하는 것과 같다. 여기서는 와타나베 부인들의 이러한 환 캐리 트레이드에 착안해 통화 선물 유니버스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FX 캐리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 CME 통화 선물로 구현하는 FX 캐리 전략
1) 자산 유니버스
FX 캐리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CME에 상장되어 있는 13개의 통화선물(9 DM + 4 EM)을 자산 유니버스로 선정한다. CME 거래소에는 원화 선물과 위안화 선물 또한 상장되어 있긴 하지만 이 둘은 실질적으로 유동성이 거의 없는 관계로 트레이딩 유니버스에서 제외했다. 아래의 그래프는 13개 통화선물의 로그 가격이다. 가격 단위가 전부 달라 한 그래프에 모든 통화선물 가격을 보여주고자 로그를 취했다.
2) 트레이딩 시그널
FX 캐리 전략의 기본 스킴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금리 통화를 차입, 즉 매도하고 반대로 고금리 통화를 매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전략의 트레이딩 시그널을 결정하는 변수는 바로 각 통화들의 단기 금리다. 각 통화들의 금리 커브에서 3개월짜리 내재 선도 금리를 추출하여 시그널을 계산한다. 트레이딩 시그널은 3개월 내재 선도 금리의 크기대로 순위를 매겨 가운데 통화를 기준으로 롱숏의 가중치를 단순하게 선형적으로 결정한다.
3) 변동성 패리티
마지막으로 이후 각 통화선물별로 최종적인 베팅 사이즈를 결정하기 위해 통화간 변동성을 매일매일 계산해 각 통화 포지션이 동일한 변동성을 가질 수 있도록 역변동성(Inverse Volatility)이라 불리는 변동성 패리티 스킴을 적용한다. 이렇게 되면 각 통화 포지션의 변동성이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지게 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디자인한 FX 캐리 전략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샤프 비율은 1.28 정도가 나온다. 시장에 별 이벤트가 없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FX 캐리 전략은 그야말로 꾸준한 캐리를 쌓아나간다. 다만 FX 캐리 전략은 말 그대로 캐리 전략이기에 변동성 캐리(Volatility Carry)와 같이 캐리를 수취하기 힘든 불확실성이 큰 시장 국면을 만나면 기존에 조금씩 쌓아놨던 캐리 수익을 한순간에 날릴 수도 있다. 이는 대부분의 캐리 전략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음의 왜도(Negative Skewness) 성질을 잘 보여준다. 가령 일은포(日銀砲) 사건과 같이 환율 움직임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이벤트들이 발생하면 FX 캐리 전략의 손익 변동이 매우 커지게 된다.
따라서 캐리 전략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위기의 순간에 캐리 전략의 손실을 메꿔줄 수 있는 디펜시브 팩터(Defensive Factor)들을 함께 운용하거나 혹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트래킹할 수 있는 지표를 기반으로 마켓 타이밍 필터를 오버레이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