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어이, 형씨. 혹시 나를 잊은 건 아니겠지?'하고 간간이 터져주시는 옵션 양매도 이슈. 이번 블랙 먼데이 때도 코스피가 하루 만에 8% 넘게 하락하면서 옵션 매도 포지션은 그야말로 개작살이 났다. 파산했거나 재기불능의 상태가 된 볼펀드 혹은 볼데스크의 소식도 간간이 들려온다. 그만큼 옵션 매도는 정말로 위험하다.
그런데 사실 옵션 매매를 안 해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옵션 매도가 왜 그렇게 위험하고 또 어느 정도로 위험한 건지 잘 와닿지 않는다. 일단 옵션의 페이오프 상으로는 손실이 무한대로 열려있다고는 이론적으로 이해하나 사실 페이오프만 보고는 딱히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바로 코스피 200 옵션 양매도 전략의 백테스팅 결과다. 여기서는 110 OTM 콜과 90 OTM 풋을 동시에 매도하는 숏 스트랭글(Short Strangle) 포지션의 역사적 성과를 보여준다. 여기서의 포지션 사이즈는 1억이다. Y축의 손익도 1억 단위로 표기를 했다. 옵션 앞의 숫자가 의미하는 건 가격도(Moneyness)다. 110 OTM 콜이라는 건 행사가가 현재 주가보다 10% 비싼 행사가의 콜옵션이라는 의미이며, 마찬가지로 90 OTM 풋은 행사가가 현재 주가보다 10% 싼 행사가의 풋옵션이라는 의미다. 백테스팅 결과는 아래와 같다.
자, 어떤가? 이렇게 시장에 공포가 만연하게 되면 옵션 양매도 포지션은 순식간에 계좌를 단두대행 급행열차에 태워 저세상으로 보내버린다. 이번 블랙먼데이 때도 옵션 양매도 포지션 1억으로 거의 -70억 정도의 최대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다음날 시장이 빠르게 돌아와 어느 정도 회복을 했다고 해도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렇듯 옵션 매도 전략은 평상시에 짤짤이로 벌어두었던 수익을 압도할 만한 손실을 발생시킨다. 퀀트들이 볼캐리 전략을 '기찻길에서 동전 줍기 전략(Pennies and the Steamroller)'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더욱더 무서운 사실이 뭔지 아는가? 그것은 바로 옵션이 외가격에서 내가격으로 들어오게 되면 언와이딩이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옵션의 호가창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이러한 현상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이는 위기상황 발생 시 신나게 팔아놨던 옵션 포지션이 손절이 안되어 계좌가 그냥 골로 갈 수 있다는 걸 뜻한다. 그래서 옵션 프리미엄에는 변동성 프리미엄뿐만 아니라 유동성 프리미엄까지 같이 녹아들어가 있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서 퍼포먼스가 좋은 볼펀드들을 보면 뛰어난 국면 필터로 옵션 매도를 언제 중단하고 빤쓰런을 갈길지 그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거나, 혹은 장중에서 꽤 빈번한 인트라데이 헤징을 통해 발생 가능한 손실폭을 최소화하거나, 혹은 유사시에 테일 리스크 헤지 전략의 일환으로 오히려 옵션 매수 포지션을 구축해 다가올 시장 충격을 방어하고자 한다. 물론 이 모든 방법론들은 말이야 쉽지 사실 하나하나가 굉장히 어렵고 심오한 주제들이다.
이러한 모든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연속 게임 상황 하에서 본질적으로 옵션 매도는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옵션 매도는 나심 탈레브가 말한 천일 동안 모이를 받아먹다 천하룻날에 모가지가 날라가는 칠면조의 형국이기 때문이다. 오직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날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