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퇴양난의 글로벌 경제와 제로금리
이 그림보다 더 명쾌하게 작금의 글로벌 경제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그림이 과연 있을까.
지금은 거의 모든 국가들이 무역과 금융으로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시대이다. 따라서 어떤 나라에서의 경제 상황은 매우 쉽게 다른 나라의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각각의 국가 경제라는 배들은 서로 쇠사슬에 의해 단단히 묶여 있다. 이는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방통의 계략에 말려들어 펼친 연환계(連環計)를 생각나게 한다. 선박들을 서로 묶어 안정성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단 일격의 화공에 의해 모든 선박들이 침몰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위의 그림을 감상해보자. 모든 선박들은 서로 쇠사슬에 묶여 있어 거대한 선단을 이루고 있다. 중요한 것은 좁은 해협의 양 사이드에 모두를 침몰시킬 수 있는 아주 큰 두 가지 위험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왼쪽에는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는 천 길 낭떠러지, 그리고 오른쪽에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라는 지옥불이 기다리고 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둘 중 하나로 매우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한 가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방향타를 조금만 세게 돌려도 바로 다른 종류의 위험에 직면하는 상황. 조타수의 입장에서는 정말 피가 말리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모든 배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니. 내가 잘해도 다른 배가 잘못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각 선박의 조타수인 중앙은행들은 이러한 상황이 매우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돈을 너무 적게 푼다면 자칫 경제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게 되어 새로운 대공황이 펼쳐질 수 있고, 또 반대로 돈을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이 찍어내게 되면 또 다른 초인플레이션이 미래에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192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의 초인플레이션,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유령선들은 보름달이 뜨는 밤 이따금씩 나타나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중앙은행의 수장들은 이러한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머리를 싸매고 정책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순탄하게 국가 경제를 새로운 번영의 길로 안내할 나침반이 부재한 상황인 듯하다.
현재 주요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은 저금리 정책, 심지어는 나아가 제로금리,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과거와 같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한다고 해서 실물경제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지는 않으며 물가 상승 또한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례 없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이 또한 정부 부채만을 증가시킬 뿐 얼어붙은 실물 경제에 온기를 가져다주지는 못하고 있다.
# 제로금리 시대의 투자위험
이러한 제로금리 상황은 통화정책을 수립하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같은 개인 투자자들도 이를 보다 현실적으로 직시하고, 또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제로 금리 시대가 일상생활을 열심히 살고 있는 개인들에게 매우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이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돈이 절대 불어나지 않는 세상이 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로금리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종류의 투자 위험을 제공하는데, 그 위험은 바로 '투자를 하지 않는 위험'이다. 금리가 높았던 과거에는 열심히 근로하여 그 돈을 은행에 저축해놓기만 해도 노후준비와 내 집 마련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세상이었다. 하지만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또 사회가 수축 사회로 변모해감에 따라, 이제는 더 이상 저축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제로금리 시대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커다란 위험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위험은 우리에게 또 다른 투자위험을 제공한다. 이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건강한 투자를 하지 않는 위험'이다.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제로금리 시대에 매우 큰 위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떠한 공부도 하지 않은 채 아무렇게나 투자를 하면 어떻게 될까? 운이 좋아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단 한 번의 테일 리스크에 의해 지금까지 쌓아놓았던 부가 한순간에 소멸해버릴 수도 있다. 건강한 투자를 하지 않는 위험에는 묻지 마 투자, 전문가만 믿고 하는 투자, 카더라 투자, 마바라식 투자 등 모든 비합리적인 방식의 투자를 포괄한다. 사실 이러한 투자는 투자보다는 투기 혹은 도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크게 두 가지 위험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 투자를 하지 않는 위험
2. 건강한 투자를 하지 않는 위험
이처럼 제로금리 시대의 투자는 양극단의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 즉, 투자를 아예 하지 않아도,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투자를 해도 투자자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는 양극단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협소한 해협을 어떻게든 통과해 보려는 한 척의 배와도 같다.
# 투자, 제대로 공부하자
그렇다면 결국 답은 하나이다. 투자를 배우자. 그것도 건전한, 건강한 방법의 투자를 배우자.
투자가 정말로 위험한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가 정말로 위험한 점은 돈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투자가 위험한 본질적인 이유는 여기에 언제나 인간의 심리가 결부되기 때문이다. 돈을 빠르게 벌어 일확천금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심리, 남들은 돈을 다 벌고 있는데 나만 돈을 못 벌어 뒤처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심리, 오랜 시간 동안 손실을 보고 있어 본전치기라도 하고자 하는 심리 등등... 이러한 심리는 금융시장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인 동시에 역사적으로 모든 투기 버블들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투자는 스스로 공부할 수밖에 없는 자기 고유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투자라는 행위는 개인마다 추구하는 목표와 위험 감내의 정도, 시간적 여유, 그리고 기타 제반 여건들이 모두 다른, 결국 스스로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야 하는 자기 자신과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말을 듣더라도 그것을 자신 스스로가 객관적으로 검증해보아야 하며, 이렇게 객관적으로 검증해보기 위해서는 결국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제로금리의 시대, 우리는 모두 새로운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 그것은 바로 건전한 투자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