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미시구조와 정보 기반 모형 #1.

by 퀀트대디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 EMH)에 따르면, 증권 가격은 해당 증권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믿음을 반영하며, 이 믿음은 새로운 정보가 도입될 때마다 지속적으로 갱신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바로 기업들의 실적 발표나 금리 결정 및 경제 지표 발표 같은 매크로 이벤트들이다. 가령 예정된 배당금 발표가 시장 컨센서스로부터 크게 어긋나는 깜짝 뉴스라면, 가격은 이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모든 정보가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동시에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거나, 혹은 탁월한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다른 참여자들보다 먼저 가격과 관련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은 시장 미시구조 이론의 출발점이 된다.


사적 정보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거래에 나설 경우, 그들의 주문 흐름(Order Flow)은 이미 공개된 정보 이상의 내용을 시장에 전달하게 된다. 다른 시장 참여자들은 이 주문 흐름을 관찰하면서 증권의 가치를 다시 추정하고, 이에 따라 자신의 기대를 수정한다. 평소보다 강한 매수 압력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반대로 매도 압력이 커지면 가격은 하락한다. 다시 말해, 거래라는 행위 그 자체가 새로운 정보의 전달 수단으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은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Bid–Ask Spread)의 존재를 직관적으로 설명해 준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71년 잭 트레이너(Jack Treynor)가 제시한 고전적인 논증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원칙적으로 딜러, 즉 마켓 메이커는 모든 고객보다 정보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보 우위를 가진 트레이더는 딜러의 프라이싱 오류를 이용해 이익을 추구한다. 딜러가 제시한 매도 호가가 본질적 가치보다 낮으면 매수하고, 반대로 매수 호가가 높으면 매도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딜러는 그들의 정보 열위로 인한 손실을 입게 되는데, 이를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 부른다.


마켓 메이커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항상 이러한 역선택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정보 기반 거래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다른 트레이더들과의 거래에서 이익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개별 고객이 정보 기반 거래자인지 혹은 그저 노이즈 트레이더인지 여부를 사전에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마켓 메이커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매수–매도 스프레드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보상을 얻으려 한다.


이후 살펴볼 정보 기반 모형의 대표작인 글로스텐–밀그롬(Glosten–Milgrom) 모형은 이러한 직관을 단순화된 설정 속에서 체계적으로 발전시킨다. 이 모형에서 딜러의 매도 호가는 매수 주문을 예상해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되고, 매수 호가는 매도 주문을 고려해 낮게 책정된다. 그 결과 항상 양(+)의 매수–매도 스프레드가 존재하게 되며, 이러한 스프레드는 주문 흐름에 내재된 정보로부터 기인한다. 즉, 딜러들은 주문 자체를 '새로운 정보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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