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는 세 가지 유형의 트레이더가 있다. 꾼과 딜러, 그리고 호구.
시장 미시구조 이론에서는 이를 유식한 말로 각각 정보 기반 트레이더, 마켓 메이커, 그리고 유동성 트레이더라고 부른다. 여기서 정보 기반 트레이더(Informed Trader)는 특정 증권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는 트레이더다. 그들은 딜러 그리고 호구보다 더 나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반면 이와 달리 유동성 트레이더(Liquidity Trader) 혹은 노이즈 트레이더(Noise Trader)는 시장에 와서 무지성 거래를 일으키는 트레이더다. 그들은 예상치 못한 비상사태로 현금이 필요한 개인일 수도 있고, 주기적으로 규칙에 맞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수행해야 하는 펀드 매니저일 수도 있으며, 원유의 가격 변동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원유 생산업자일수도 있다.
딜러 즉, 마켓 메이커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주문을 요청하는 거래상대방은 정보 기반 트레이더와 유동성 트레이더 둘 중 하나다. 시장 미시구조 서사의 주인공은 장중에 끊임없이 오퍼레이션을 수행해야 하는 마켓 메이커다. 거의 대부분의 모델들이 마켓 메이커의 관점에서 그들의 고객 즉, 정보 기반 트레이더 및 유동성 트레이더와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이론을 전개해 나간다. 정보 기반 모형의 대표 주자인 글로스텐-밀그롬(Glosten-Milgrom) 모형 또한 마찬가지다.
글로스텐-밀그롬 모형은 아주 단순한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주문 흐름에 내재된 정보가 어떻게 매수-매도 스프레드의 존재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를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이 모형에는 몇 가지 설정들이 있는데, 우선 증권의 기본 가치는 높은 가치와 낮은 가치, 두 가지 상태만을 가지는 이산 확률변수이며, 딜러는 높은 가치와 낮은 가치에 대해 각각 θ와 1-θ만큼의 확률을 부여한다. 또한 딜러의 고객이 정보 기반 트레이더 혹은 유동성 트레이더일 확률은 각각 π와 1-π로 정의된다.
정보 기반 트레이더는 당연히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증권이 높은 가치를 갖는다면 매수 주문을, 반대로 낮은 가치를 갖는다면 매도 주문을 낼 것이다. 반면 유동성 트레이더는 무지성으로 거래를 수행하기에 50%의 확률로 매수 혹은 매도 주문을 제출한다. 이러한 설정을 이벤트 다이어그램의 형태로 표현해 보면 아래의 그림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위의 설정을 기반으로 t 시점에서 딜러가 생각하는 증권 가치에 대한 추정치를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도 있다.
글로스텐-밀그롬 모형의 함의는 위에서 상정하는 딜러의 가치 추정치가 현재 시점 들어오는 주문의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값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문 흐름의 방향이 다르다는 의미는 그 속에 들어있는 정보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마켓 메이커 입장에서는 역선택으로부터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 그들의 호가를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라는 형태로 분리해서 고객에게 쿼트를 하게된다.
매수-매도 스프레드가 존재하는 현실 세계에서 매도 호가가 매수 호가보다 높다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로스텐–밀그롬 모형의 핵심 기여는 이러한 매수–매도 스프레드가 단순한 거래 비용이나 관행의 문제가 아닌 정보 기반 트레이더의 존재 그 자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아래의 표와 같이 정보 기반 트레이더의 비중 π가 0보다 크기만 해도, 증권의 가치가 높을 때 매수 주문이 도착할 확률은 매도 주문 확률보다 커지고, 가치가 낮을 때는 그 반대가 된다. 즉, 정보 기반 트레이더로 인해 주문 방향과 증권의 근본 가치 사이에 체계적인 양의 상관관계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정보 기반 트레이더가 시장에 조금이라도 존재하는 한, 매수 주문은 평균적으로 ‘호재’이고 매도 주문은 ‘악재’다.
이러한 직관은 매우 자연스럽다. 정보 기반 트레이더가 증권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들은 기대 이익의 최대화를 꾀하기 위해 연속적으로 매수 주문을 제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문 흐름은 단순한 거래 기록이 아닌 '정보의 운반체(Vehicle of Information)'로써 작용한다. 결국 양방향 호가 제출 의무가 있는 마켓 메이커들은 역선택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 사이에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주입하게 되고 이것이 매수-매도 스프레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