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과 금융, 그리고 문제 해결
공학이라는 학문은 문제 해결을 위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학의 일부인 금융공학이라는 학문 또한 공학의 모토와 같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금융공학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바로 금융산업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금융적 문제들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점은,
여기서 말하는 금융적 문제라는 것이 '도대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이 금융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결국 문제의 당사자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 셀사이드 vs. 바이사이드
금융산업은 크게 두 부류의 주체로 이루어져 있다.
셀사이드와 바이사이드가 그것인데, 이 두 주체는 서로의 목표가 다르다.
간단히 말하자면, 셀사이드는 돈이 없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바이사이드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반면, 바이사이드는 원래 가지고 있는 돈을 가지고 금융 시장에 투자를 하여 리스크 대비 적절한 리턴을 원한다.
즉, 이는 그들이 금융시장에서 추구하는 목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금융공학에게서 바라는 것이 역시 다를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과연 그들은 금융공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 금융공학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융공학은 각 주체가 당면하고 있는 금융적 문제와 목표에 따라 그 모습이 매우 다르다.
아래의 다이어그램을 한 번 살펴보자.
우선, 바이사이드의 금융공학 (Buy-Side Perspective)
바이사이드가 금융공학이 필요한 이유는 당연히 시장을 이기기 위해서(Beat the Market)이다.
퀀트 펀드와 알고리즘 펀드들은 시장을 이기는 초과수익(Excess Return), 혹은 시장이 망가져도 나는 돈을 번다는 생각의 절대수익(Absolute Return, Alpha)을 창출하기 위해 금융공학을 활용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금융적 문제는 당연히 '어떻게 하면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이다. 이러한 생각은 또한 기본적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효율적 시장 가설(EMH; Efficient Market Hypothesis), 혹은 랜덤 워크(Random Walk)를 거부한다. 다시 말해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시장이 비효율적이다라는 생각과 동치(同値)이며, 나아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은 시장에 어떤 패턴이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연결된다. 결국, 바이사이드 금융공학의 목표는 이러한 시장에 숨겨져 있는 패턴을 인식(Pattern Recognition)하여 투자 혹은 트레이딩을 하는 것이며, 이러한 패턴을 찾아 돈을 벌기 위해 백테스팅, 최적화, 성과평가 등과 같은 금융공학적 도구들이 사용된다.
그리고, 셀사이드의 금융공학 (Sell-Side Perspective)
셀사이드의 금융공학은 바이사이드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전통과 역사가 오래되었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금융공학은 보통 셀사이드의 금융공학을 의미한다. 확률미적분과 편미분방정식, 수치해석 기법 등이 필요한 금융공학의 분야가 바로 이 셀사이드의 금융공학이다.
셀사이드 금융공학의 목표는 어떻게 하면 파생상품의 공정가치를 추정해서 이를 적절히 헤지할까이다.
셀사이드에서 금융공학이 필요한 분야는 보통 구조화데스크이다. 구조화데스크는 ELS, DLS와 같은 구조화상품을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판매에 대한 마진을 수익으로 향유한다. 이들의 목표는 시장에서 베팅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판매한 구조화상품을 적절히 헤지하여 판매 시 책정한 마진을 잘 지키는 데에 있다.
셀사이드 금융공학은 바이사이드와 다르게 기본적으로 랜덤워크에 대한 특정한 견해가 없다. 시장이 효율적인지 비효율적인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가 않다. 물론 금융공학 모델링이 자산가격이 랜덤워크로 움직인다는 가정 하에 모든 논리를 시작하지만 그것은 랜덤워크가 옳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순전히 랜덤워크의 이론적 합리성과 수학적 편리성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다. 즉, 셀사이드 금융공학이 중요시하는 것은 기초자산과 파생상품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풀어낼 수 있는 도구이지, 시장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결국, 셀사이드에서 필요한 것은 어떤 파생상품 혹은 구조화상품의 공정가를 합리적으로 추정하고 시장에서 이를 적절히 헤지할 수 있는 기법들이며, 그렇기 때문에 셀사이드 금융공학은 복잡한 수학적 지식과 수치해석적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그들의 금융적 문제에 접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