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응(Jeffrey Ng)은 2005년 GE Money에서 그의 금융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때 당시 그가 프론트 부서보다 데이터 애널리틱스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을 때, 그는 그 자신을 루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권에서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은 모두 실제 수익창출을 하는 프론트 부서에 가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아시아의 주요 은행들은 엄청난 숫자의 데이터 전문가들을 채용하고 있고, 심지어는 CEO, CIO, CFO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CDO(Chief Data Officer)라는 포지션까지 생겨난 마당이다. 이후 그는 홍콩 BNP 파리바에서 아시아태평양 데이터랩의 헤드로 8년 이상 근무를 했으며, 그다음에는 홍콩 인터넷 전문은행 중 한 곳인 PAObank의 핀테크 솔루션 헤드로 재직했다.
여러 은행 CEO들과 같이 일해본 경험 덕분에, 그는 은행들이 실제로 초점을 맞추어야 할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금융권에서 AI를 사용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기에 정작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함에 있어 과연 어떤 부문에서 비즈니스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수익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곳 혹은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곳을 짚어내는 것, 즉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이 무작정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PAObank에서 퇴사한 그는 금융권 내 기술 변화의 속도가 정말 좌절스러운 정도로 느리다고 밝히면서, 이러한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금융 AI 관한 책인 「Hands-On Artificial Intelligence for Banking」을 출간했다.
그의 책은 AI의 중요성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이썬 코딩 예제를 담고 있다. 그는 금융권에서 모든 포지션에 걸쳐 AI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필수적인 사항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크게 두 가지 부류의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저술했는데, 한 부류는 자신들의 엣지를 금융권에도 적용해보고자 하는 IT 전문가들이며, 다른 한 부류는 새롭게 파이썬과 AI를 배우고자 하는 금융 전문가 및 상경계열 학생들이다. 만약 독자들이 그의 책에서 실용성이 있는 흥미로운 예제들을 발견했다면, 그들은 깃허브에서 관련 코드들을 복사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그의 책은 글로벌 금융시장, 기업 금융, 리테일 금융, 그리고 투자 은행 부문 등 금융권 전 부문에 있어 AI가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특히나 마지막 투자 은행 부문에 있어 그는 조만간 머지않아 AI 기술이 현재 애널리스트들이 현재 엑셀로 하고 있는 매우 지루한 작업들을 모두 자동화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조만간 AI는 얼마나 많은 양의 주식과 채권을 발행할지에 대한 질문들 마저 대답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관련 업무들을 모두 자동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사실 IB 애널리스트들이 이러한 모델링을 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것은 그들의 건강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인간이기에 업무과정에서 실수를 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자동화는 그들의 잡일을 줄여 그들이 고객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이미 AI는 리테일 뱅킹에서 거의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들을 위한 IT 기술과 인공지능 도입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으며, 이제는 고객 데이터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가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른다. 기업 금융의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자산-부채 관리(ALM; Asset-Liability Management)인데 AI 기술은 이러한 자산-부채 관리 또한 자동화시켜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현재 은행들이 파트너십 제휴 과정에서 각종 핀테크 업체들이 들고 오는 기술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왜냐하면 그의 경험에 의하면 자신들이 잘났다고 PR하는 여러 스타트업들은 사실 대부분 오픈소스 코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은행들이 스타트업들의 비전 있는 세일즈 피칭을 듣고 있기보다는 은행들 자신이 자체적으로 그러한 오픈소스 코드를 활용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폭주기관차처럼 무서운 속도로 금융 산업을 향해 돌진하고 있으며, 이제 금융권 프론트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한다. 처음부터 테크니컬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들을 이해하고 나아가 이러한 도구들이 어떻게 금융산업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시니어 포지션에 있다면 새로운 사람을 뽑을 때 현재의 AI 트렌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팀 혹은 조직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주니어라면 우선적으로 프로그래밍 경험을 통해 개발 환경에 보다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파이썬이 가장 선호되긴 하지만 이전부터 오랫동안 사용되어왔던 VBA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무방하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프로젝트부터 스스로 구현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훗날 시니어 포지션이 되었을 때 이러한 경험과 지식을 굉장히 큰 자산이 되어있을 것이다. 코딩을 배우는 것은 금융권 커리어 패스에서 좋은 방패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