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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Apr 03. 2021

팩터 모델링 프레임워크의 시작

퀀트 팩터 모델링 #0.

# 맹인모상(盲人模象), 장님 코끼리 만지듯

직접 투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제 투자자들은 펀드에 돈을 맡긴 채 나 몰라라 하는 대신 스스로 공부하고 분석하여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렇게 스마트해지고 있는 투자자들은 퀀트투자에도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이 있는 투자를 할 수 있다는 퀀트투자의 장점이 스마트한 투자자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여 이제는 책과 유튜브, 블로그 등과 같은 다양한 플랫폼 상에서 퀀트 혹은 퀀트 투자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컨텐츠들이 숲 전체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기보다는 나무만을 패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한두 가지 개별 전략이나 팩터에 매몰되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퀀트 투자에 관심 있는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사실 PER, PBR 같은 개별 지표들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투자하는 것이 퀀트투자의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퀀트투자의 영역이란 본래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 같은 전통적 영역의 투자가 아니었을뿐더러, 학계와 달리 돈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곳인 이 바닥에서 퀀트들은 자신의 지식 체계를 굳이 널리 알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접할 수 있는 컨텐츠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전설적인 논문들과 퀀트투자에 대한 뉴스 기사들, 그리고 몇 권의 원서 책들이 전부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든 공부가 다 그렇듯이 어떤 것을 탐구함에 있어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나무보다 숲을 보는 것이다. 그 탐구의 대상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세계관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옴에 따라 왜 그것이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것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며, 나아가 그것을 응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는 자양분을 갖게 된다. 만약 전체 프레임워크 상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것을 무턱대고 사용한다면 그것을 잘못 사용하게 될 확률이 높고, 과거 사례들이 이미 제시했던 오류들을 그대로 겪게 되어버린다. 전형적인 맹인모상의 오류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곧바로 개별 전략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팩터 모델이라고 하는 것의 전체 프레임워크를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단일한 무적불패의 전략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팩터투자를 건강한 방법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팩터 유니버스를 어떻게 구성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하나의 포트폴리오에 녹여낼 것인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 기반하여 여기서는 팩터 유니버스를 구성하기 위한 팩터 모델이라는 것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반추해보려 한다. 또한 팩터 모델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마지막으로는 왜 여러 팩터 모델들이 하나로 융합되어야 하는지를 논의해 볼 것이다.



# 팩터 모델의 시작

우선 팩터 모델의 전체적인 프레임워크를 이해하기에 앞서, 우리는 팩터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팩터 모델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실 팩터 모델의 발현은 어떤 단순한 하나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은 바로 '어떠한 투자전략도 팩터라는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퀀트 투자의 가장 중요한 초석이며, 여기서 팩터(Factor)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어떤 객관적인 규칙 기반의 전략'으로 정의된다.


팩터 모델은 이러한 생각에 기반하여 탄생하였고, 결국 아래와 같은 기본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즉, 어떠한 전략 혹은 포트폴리오의 성과가 두 가지 요소 1) 팩터 수익률과 2) 팩터에 대한 익스포져의 결합으로 설명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러 팩터 모델들은 모두 이러한 프레임워크를 공유하고 있다.

팩터 모델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시계의 태엽을 거꾸로 돌려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52년, 해리 마코위츠(Harry Markowitz)는 그의 전설적인 논문 「Portfolio Selection」을 통해 처음으로 포트폴리오 운용과 위험 관리에 대한 분석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는 평균-분산 최적화(MVO)라는 기법을 통해 포트폴리오 모델링에 대한 제반을 닦았다.


그로부터 12년 후, 1964년에 윌리엄 샤프(William Sharpe)는 마코위츠의 MVO 프레임워크에 무위험자산을 추가하여 CAPM 이론을 도출해내는 데 성공하고 최초의 팩터를 발견해내는데, 그것은 바로 베타(Beta)였다. 이 베타라는 팩터는 시장 위험(Market Risk)이라는 단일 요인으로 주식의 수익률을 설명했다. 이 베타라는 것은 아직까지 포트폴리오 운용 세계에서 매우 널리 사용되는 개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CAPM 프레임워크는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고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 이유는 서로 독립적이어야 할 잔차들이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실증적 증거들이 계속해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거시경제적 요인이든 기업의 특징 때문이든 다른 종류의 리스크 원천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1976년, 스티픈 로스(Stephen Ross)는 APT(Arbitrage Pricing Theory) 이론을 소개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바야흐로 멀티팩터 모델(Multi-Factor Model)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게 된 순간이었다. APT 프레임워크는 멀티팩터 모델의 효시로 이후에 등장할 수많은 팩터 모델들에 영감을 주었다.


Reference

1. 『Portfolio Selection』, Markowitz, H. (1952)

2. 『Capital Asset Prices: A Theory of Market Equilibrium under Conditions of Risk』, Sharpe, W. (1964)

3. 『The Arbitrage Theory of Capital Asset Pricing』, Stephen A Ross.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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