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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Apr 02. 2021

메타인지와 심리 트레이닝

퀀트의 마인드셋 #4.

합리적인 방식의 귀납적 추론과 철저하고 검증 가능한 과학적 방법론, 그리고 정교한 모델을 통한 계량적이고 수치적인 분석까지. 이러한 것들로 중무장을 한다면 퀀트는 맹호처럼 자신 있게 시장에 달려들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어디 시장이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였던가. 의외로 상당수의 퀀트 트레이더, 퀀트 투자자, 그리고 퀀트 펀드들이 실패를 맛보고 금융시장에서 퇴출된다. 무언가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했거나 잘못된 방법론을 사용했다고 생각하여 계속 모델을 수정하고 백테스팅을 해보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만약 모든 외부 요인들이 충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계속 문제가 발생한다면 결국 원인은 바로 하나, 퀀트 자신의 심리 상태에 그 궁극적인 원인이 있다. 퀀트의 마인드셋을 구성하는 마지막 요소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연과학으로는 절대 설명이 불가능한 바로 이 심리라는 녀석이다.


# 메타인지

메타인지(Metacognition)란 소위 상위인지라고도 불리며 흔히 '인식을 인식하는 것', 혹은 '의식을 의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메타인지란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1차적 인지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한 한 차원 더 높은 인지를 의미하며, 제3자의 입장에서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퀀트에게 있어서 왜 메타인지가 중요한 것일까? 그 이유는 퀀트 자신 또한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 또한 인간 자체가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각종 심리적 편향과 감정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 심지어는 퀀트 자신들도 퀀트라는 사람들이 매우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존재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 또한 행동재무학의 창시자 다니엘 카너먼이 말하는 시스템 1에 지배를 받고 있으며, 휴리스틱적 사고, 감정적 사고의 틀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메타인지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에서 가격이라는 것이 왜 변화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결국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 그리고 심리와 연관이 있다.


# 결국 시장은 심리다

금융자산의 가격이 움직이는 원인은 과연 무엇인가? 시장의 상승과 하락은 도대체 왜 발생하는 것일까? 해당 종목의 펀더멘털이 저평가되어 있어서? 아니면 글로벌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혹은 지정학적 이슈가 격화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금융시장이 움직이는 원인에 대해 이처럼 실로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으나, 결국 아주 본질적인 관점에서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동인(動因)은 바로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한 인간의 탐욕(Greed), 그리고 돈을 잃으면 어쩌나 하는 인간의 공포(Fear), 이 두 가지 심리적 기제 때문이다.


퀀트들은 밸류, 모멘텀, 캐리, 변동성 등과 같이 시장의 비효율성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팩터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수많은 팩터들이 왜 존재하는가를 생각해본다면 결국 이것은 인간의 탐욕과 공포가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아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탐욕과 공포는 심리(Psychology)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즉, 금융시장은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에 자연과학과는 응당 다르다. 또한 시장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한데 모여 행동하고 의사결정하는 장소이기에 심리야말로 시장에 변화를 제공하는 원동력이다. 이러한 결론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시장의 비효율성을 수익의 기회로 삼는 퀀트는 결국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역이용하여 돈을 버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퀀트 자신이 시스템 1의 지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퀀트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심리 또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 지기를 해야 하는 이유

손자병법의 제3장 「모공(謨攻)」편에는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이는 우리가 매우 잘 알고 알듯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어떤 전투에서든지 위태롭지 않다.'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의외로 시장에 있는 많은 투자자들과 트레이더들, 그리고 퀀트들은 '지피'에 대해서는 기똥차게 잘하지만 정작 '지기'에 대해서는 한없이 약하다. 오로지 좋은 투자 방법이나 매매 기법 혹은 좋은 시스템을 추구하는 것에만 지나치게 몰두한 채 메타인지에 실패하고 오히려 스스로 심리에 휘말려 시장에 비효율성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의 역사에서 전설로 남아있는 투자자들과 트레이더들, 그리고 퀀트들의 공통점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를 통해 자신의 심리를 관리할 줄 알고, 나아가 자신이 세운 원칙들을 스스로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투자나 트레이딩에 왕도는 없으며,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방법론들이 저마다의 에지를 가지고 있다.


기본적 분석(Fundamental Analysis)을 사용하던, 기술적 분석(Technical Analysis)을 사용하던, 계량적 분석(Quantitative Analysis)을 사용하던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 내면의 심리를 트레이닝시키고 이를 끊임없이 단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시장에 존재하는 비효율성을 오롯이 자신의 수익으로 치환할 기회를 얻게 된다. 심리를 관리하는 일은 시장에 존재하는 그 누구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결국 퀀트는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가?

퀀트의 마인드셋을 완성하는 마지막 열쇠는 바로 퀀트 자기 자신에게 있다.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결국 심리에 지배를 받는다.
인간이 만들어낸 시장은 심리로 움직인다.
메타인지를 통해 내면을 마주하고,
자신의 심리를 트레이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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