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의 마인드셋 #3.
결국 퀀트와 계량 모델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퀀트는 모델을 사용해서 금융시장을 바라보고 또 해석한다. 퀀트가 다른 포지션들과 차별화를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모델을 통해 보다 수치적 그리고 객관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판단한다는 점에 있다.
모델(Model)이란 실제 세계의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간단하게 묘사한 것이다. 퀀트는 모델을 제작하기 위해 수학과 컴퓨터 과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어떤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측정하고 싶다고 할 때 퀀트는 수학을 사용해서 수치적으로 위험을 측정할 수 있는 이론적 모델을 디자인한 후, 이것을 컴퓨터 과학을 사용해 실무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을 해낸다.
물론 계량 모델은 그것 자체의 내재적 한계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촉발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가우시안 코풀라 함수를 사용한 신용 파생상품 모형 때문이었다. 모델이라는 것은 결국 실제 세상을 매우 간단하게 추상화시켜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이기에 이는 절대적 진리가 아니며 현실의 특정 단면을 근사화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모델을 사용하여 사고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단지 감 혹은 어림짐작에 의해서만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결과물을 제공한다. 그 이유는 우리의 뇌가 인지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퀀트는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모델을 사용해 사고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음은 우리가 모델을 사용하여 사고해야 하는 이유들을 제시하고 있다.
# 모델은 보다 명확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떤 아이디어를 채택하여 이를 적절한 모델로 개발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학과 컴퓨터 과학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사고는 더 명확해지며 아이디어가 가지고 있는 모호성과 추상성은 보다 줄어든다. 모델이란 우리로 하여금 입력과 처리, 그리고 출력이라는 일련의 시스템을 요구하므로, 이러한 절차를 밟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무언가 빠진 부분은 없는지 혹은 잘못된 부분을 고쳐야 하지는 않는지를 인지하도록 도와준다.
# 직관과 달리 모델은 검증이 가능하다
어떤 아이디어가 컴퓨터 과학을 사용해 코드화 되는 순간 그 아이디어는 이제 검증 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 모든 모델이 거쳐야 하는 궁극적인 테스트는 결국 이것이 실제 세계와 견줄만한지 비교해보는 것이며, 이러한 비교를 통해 우리는 해당 모델이 실제 효용 가치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만약 우리가 어떤 알고리즘 트레이딩 전략을 개발했다면, 우리는 백테스팅을 통해 과거에 이 전략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 테스트해볼 수가 있다.
직관의 경우는 이러한 검증이 불가능하다. 가치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펀드매니저의 아이디어와 전략은 정해진 형식과 객관성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직관이라는 것을 신뢰하기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펀드매니저가 잘 해낼 것이라고 오직 믿는 수밖에 없다. 계량적 모델을 사용하는 것은 이런 면에서 직관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또한 현실적이다.
# 모델은 시장에 숨겨진 패턴을 찾도록 도와준다
어떤 한 도시에서 인종차별적 성향이 강해져 인종에 의한 갈등의 정도가 80%를 넘기 위해서는 과연 도시 내의 인종차별주의자 비율이 최소 어느 정도 되어야 될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놀랍게도 도시 인구의 30%만 인종차별주의자라면 해당 도시가 인종차별로 물들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답을 알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경제학자 토마스 셸링의 분리 모델(Schelling's Model of Sgregation) 덕분이다.
이처럼 모델이 없다면 우리는 어떤 현상에 대한 통찰을 얻기가 매우 힘들다. 수학 및 컴퓨터 과학 모델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이점은 우리가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정확한 심리에서 벗어나게 도와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지적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인지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데에 있다. 즉, 모델은 우리 인류를 점점 더 똑똑하게 만들어준다.
결국 퀀트는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가?
모델로 사고하라, 이것이 퀀트의 세 번째 마인드셋이다.
직관과 아이디어를 모델화시켜라.
모델을 통해 사고를 명백하게 만들고,
아이디어를 검증하며,
현상 이면에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