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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Mar 29. 2021

과학적 방법론과 검증 가능성

퀀트의 마인드셋 #2.

계량적 모형(Quantitative Models)을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그 모형이 묘사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원리, 즉 일반적 이론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의 영역에서는 응당 이러한 일반 이론을 도출하기 위해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여 해당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한다. 결국 퀀트 또한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기에, 퀀트는 이러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무엇이든 검증해보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과학적 방법론(Scientific Methods)이란 일반적으로 어떤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관찰, 수치적으로 정확한 측정, 가설 설정, 실험과 가설 검정, 그리고 가설 개선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지속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퀀트 또한 과학적 사고를 통해 금융시장을 해석하고 또한 예측하려는 사람들이므로, 퀀트의 업무 또한 이러한 과학적 방법론의 과정을 그대로 따른다.



# 과학적 방법론의 과정

1) 현상 관찰

과학적 방법론의 출발점은 전형적으로 우리가 어떤 현상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한다. 우리는 어떤 현상을 직접 관찰하거나 혹은 책, 인터넷, 기타 다른 매체로부터 간접적인 관찰을 하게 되고, 이러한 관찰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오르게끔 한다. 만약 예를 들어서 학계의 여러 논문들을 통해 '시장의 수익률이 랜덤워크를 따른다'라는 주장을 관찰했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이러한 생각들을 접했을 때 이에 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떠올릴 수가 있는데, 현상 관찰 다음 단계가 바로 이에 관한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2) 질문 제기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지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본능 중 하나이다. 어떤 현상을 관찰했다면 우리는 건강한 방식의 회의주의를 통해 추가적인 연구를 위한 궁금증들을 가지게 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라는 전형적인 육하원칙에 기반하여 질문을 제기함으로써 자신만의 가설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본적 준비를 할 수 있다. 랜덤워크 가설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을 던져본다면 아래와 같은 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누가 : 어떤 시장에서 이러한 가설이 적용될 수 있는가? 모든 시장이 동등하게 랜덤한가? 유동성 혹은 다른 효율성 측정의 지표들은 시장의 랜덤성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

언제 : 언제 시장이 무작위적인가? 시장은 항상 무작위적인가, 아니면 어떤 무작위적이지 않은 국면이 존재하는가? 만약 시장이 항상 랜덤이 아니라면 이것은 수익 창출의 기회를 암시하는가?

어디서 : 어디서 시장은 무작위적인가? 세계에서 어떤 특정한 곳은 다른 곳보다 덜 랜덤한가?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시장의 움직임은 시장마다 다른가?

무엇을 : 무엇이 시장을 랜덤하게 만드는가? 실제로 효율성이란 것이 무작위성을 야기하는가? 만약 시장이 랜덤하다면, 시장에 진입해 거래를 할 어떠한 유인도 없지 않은가?

어떻게 : 우리는 어떻게 시장의 효율성을 측정할 수 있는가? 어떻게 랜덤워크 가설을 테스트해 볼 것인가?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 왜 시장은 랜덤한가? 시장을 랜덤하게 만드는 어떤 힘이 시장에 존재하는가?


사실 이러한 질문을 생각해보는 것은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처럼 매우 임의적이며, 대부분의 질문들은 이미 이전 연구들에 의해 해답을 찾았거나 다루어진 것들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기에 앞서 선행연구를 우선적으로 검토해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선행 연구가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만약 많은 질문들을 생각해보았고 이에 대한 이전 연구들도 많이 리뷰를 해보았다면, 이후에는 몇 가지 주요 아이디어들로 생각이 정리가 될 텐데 우리는 이러한 자신만의 핵심 아이디어를 이제 검증가능한 과학적 가설로 예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3) 가설 형성

가설(Hypothesis)이란 어떤 변수들의 구체적인 관계를 주장하는 선언적 명제를 의미한다. 좋은 가설은 간결하고 선언적이어야 하며 쉽게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명제는 좋은 가설이라고 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명제 자체의 의미가 모호하며 따라서 쉽게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 수익률은 랜덤워크를 보인다. 왜냐하면 시장이 빠르게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가설을 세우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방법을 사용해 해당 명제를 반박할 수 있을만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우리는 이를 검증가능성(Testability)이라고 일컫는다. 가설 검증을 통해 일반 이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가설로 설정되는 모든 명제가 검증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4) 실험을 위한 데이터 수집

말 그대로 실험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이다. 데이터는 실제 세계로부터 수집을 하거나 혹은 가설에 부합한 시뮬레이션된 데이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각각의 방식은 그 방식만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 과거 데이터는 실제 데이터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과거 편향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와 다르게 시뮬레이션된 가상의 데이터는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데이터를 실험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반대로 시뮬레이션된 데이터는 특정 모델을 반영하여 생성된 데이터라는 점에서 실제 현실의 특징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5) 실험 및 가설 검정

수집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우리는 기존에 세워놨던 가설을 채택하거나 기각할 수 있는 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만약 이 실험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가 가설을 기각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통계적으로 해당 가설이 틀리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게 되며,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가설이 기각되며 새로운 방향의 아이디어를 찾거나 기존 가설의 수정을 모색하게 된다. 이전까지 학계에서 일반적 원리로 받아들여졌던 효율적 시장 가설이 새로운 연구와 실험 결과로 인해 폐기되고, 그 자리를 행동재무학이나 적응적 시장 가설에게 내어주게 된 것들이 바로 가설 수정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6) 일반 이론 도출

마지막으로 일련의 엄격한 실험 과정을 거치면서 살아남게 된 가설은 좀 더 일반적인 이론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지금은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마코위츠의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 즉 위험과 수익의 관계는 과거 어떤 한 사람에 의한 가설일 뿐이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여러 검증 과정 속에서 살아남아 현대 금융 이론을 지탱하고 있는 하나의 뼈대가 되고 있다.



# 칼 포퍼의 반증주의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철학자인 칼 포퍼 경은 고전적인 귀납적 과학 방법론을 거부하고, 과학자가 개별적으로 제시한 가설을 경험적인 증거가 결정적으로 반증하는 방법을 통해 과학이 발전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즉, 그는 어떤 명제가 과학적 진술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반증 가능성 혹은 검증 가능성에 두었다. 결국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함에 있어 그것의 검증 가능성에 방점을 둔 것이다.


결국 퀀트는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가?

과학적 방법론과 검증 가능성, 여기에 그 두 번째 마인드셋이 있다.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라.
이를 통해 가설과 가정, 그리고 이론을 검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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