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퀀트대디 Mar 26. 2021

귀납적 추론과 블랙 스완

퀀트의 마인드셋 #1.

# 퀀트가 된다는 것

"퀀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금융공학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퀀트를 커리어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퀀트 투자를 통해 자신의 계좌를 안정적으로 불리고자 하는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당연한 생각과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관점을 좀 달리하여 테크니컬이 아닌 마인드셋, 즉 퀀트의 내면과 퀀트의 사고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다소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왜냐하면 직업적 관점에서 퀀트가 된다는 것을 논하기 전에 앞서 심리적 그리고 사상적 관점에서의 퀀트가 된다는 것을 논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테크니컬한 지식이 해박하다고 해도 결국 이를 실제 시장에 적용하는 과정에 있어 자기 내면의 사고방식이 합리적이고 건강하지 못하다면, 퀀트가 사용하는 각종 계량적 도구들은 그 효용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즉, 퀀트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확률모형을 사용해 복잡한 이색 옵션의 이론적 가치를 추정하거나 통계적 기법을 사용해 트레이딩 전략을 개발하고 이를 운용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좀 더 근본적인 의미에서의 퀀트가 된다는 것은 금융시장을 연구함에 있어 과학적 방법론을 신뢰하되 그것의 한계를 인지하고, 나아가 이를 합리적으로 적용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고를 가지기 위해서는 퀀트적 사고의 기반이 되는 과학적 사고, 그리고 그 과학적 사고의 기반이 되는 과학 철학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 과학 철학

과학 철학을 이해하고 또 그것을 기반으로 금융공학의 사상적 토대를 쌓는 일은 퀀트로서 매우 중요한 내면의 작업이다. 과학 철학(Philosophy of Science)이란 철학의 한 갈래로, 과학의 방법이나 과학적 인식의 기초에 대한 철학적인 탐구를 하는 학문이며, 과학 철학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왜 과학은 작동하는가?"

"과학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은 무엇인가?"


과학철학에는 여러 사상적 갈래가 존재하지만 이들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상 이면에 어떤 원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주의, 그리고 원리는 관찰에 대한 확률적 명제일 뿐이라는 실증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과학적 사실주의(Realism)는 과학에 의해 묘사되고 있는 세계가 실제 세상 그 자체라고 보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사실주의는 근대 철학에서의 대륙 합리론과 그 생각이 맞닿아있으며, 과학적 사실주의는 실제 세상이 우리의 인식이 아닌 어떤 근본적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이와 반대로 실증주의(Empiricism)는 지식이라는 것은 경험에 의한 것이며, 따라서 모든 지식은 잠정적이며 확률적이고 따라서 오류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하는 사상이다. 이는 서양 철학에서 말하는 영국 경험론과 일맥상통한다. 사실주의와 실증주의에 대한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들이 각각 연역적 추론과 귀납적 추론이라는 논리적 사고방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연역적 추론 vs. 귀납적 추론

추론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또는 확인된 정보로부터 논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즉, 추론은 어떠한 판단을 근거로 삼아 또 다른 판단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연역적 추론과 귀납적 추론의 차이는 어떤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전제 혹은 근거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에 따라 달려있는데, 연역과 귀납은 각각 앞서 언급한 사실주의 그리고 실증주의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우선 연역적 추론(Deductive Reasoning)은 하나 이상의 논리적 전제가 특정한 논리적 귀결로 이어지는 추론의 방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수학과 과학 그리고 컴퓨터과학 같은 학문에서 이러한 연역적 추론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귀납적 추론(Inductive Reasoning)은 경험과 관찰, 그리고 증거에 기반한 전제들을 통해 확률적으로 옳은 결론을 도출해 내려는 논리적 추론의 방식이다. 연역적 추론과 달리 귀납적 추론의 영역에서는 절대적 진실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이러한 추론에 반하는 단 하나의 반례가 발생한다면 기존에 옳다고 생각했던 결론은 폐기된다.



# 귀납적 추론과 블랙 스완

귀납적 추론의 가장 큰 결점은 바로 이러한 귀납에 의해 형성된 지식이 깨지기 쉬운(Fragile)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귀납적 추론의 결점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나심 탈레브가 주창한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만약 지금까지 관찰된 모든 백조가 흰색이라면, 귀납적 추론은 이러한 관찰을 토대로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는 명제를 결론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어느 날 검은색의 백조가 한 번이라도 관찰되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이러한 명제는 더 이상 참이 아니게 된다. 즉, 귀납적 추론에 의해 얻었던 지식이 일순간에 깨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금융공학 이론과 모델들이 하나같이 실증적 관찰에 기반한 귀납적 추론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배운 계량적 모델들은 필연적으로 블랙 스완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취약성을 무시한 채 맹목적으로 모델을 따른다면 언젠가는 결국 블랙 스완을 맞닥뜨리게 되고, 이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면 퀀트는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가?

퀀트의 마인드셋 그 첫 번째는 다음과 같다.

실증적 분석 그리고 귀납적 추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라.
모든 금융 이론들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모든 계량 모형이 취약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라.


매거진의 이전글 롱숏 비대칭과 공매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