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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Apr 30. 2021

비이성을 먹고사는 터틀 이야기 #1.

# 트레이딩 세계의 다이나믹 듀오 : 리처드 데니스 & 윌리엄 에크하르트

리처드 데니스(중간)와 윌리엄 에크하르트(왼쪽)

1980년대, 리처드 데니스(Richard Dennis)는 트레이딩 업계에서 일찍이 유명 인사였다. 그는 '거래소의 왕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리처드 데니스는 처음 200만 원 정도의 돈으로 트레이딩을 시작하여 10년 만에 그 돈을 2,000억 원 정도로 불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레이딩을 시작할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17살이었는데 그 말인즉슨 그가 트레이딩을 통해 큰돈을 거머쥐게 된 때가 그가 불과 20대였을 때라는 의미이다. 그에게 붙여진 이러한 거래소의 왕자라는 별명은 절대 과언이 아니었다.


리처드 데니스에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이었던 윌리엄 에크하르트(William Eckhardt)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또한 1974년부터 트레이딩을 시작했다. 에크하르트는 원래 수학과 과학에 매우 심취해 있었고 트레이딩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카고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준비하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에크하르트는 그의 지도교수가 바뀌고 바뀐 지도 교수와의 마찰이 격화되면서 박사과정을 그만두었다. 대신 그는 절친 데니스와 마찬가지로 트레이더로서의 커리어를 선택했다.


리처드 데니스와 윌리엄 에크하르트는 결국 합심하여 C&D Commodities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데니스와 에크하르트는 그곳에서 자신들의 트레이딩 기법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또한 그들만의 전략을 통해 돈을 벌었다. 그 둘은 트레이딩을 통해 트레이딩 업계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그들은 시카고 거래소의 다이나믹 듀오였다.



# 트레이딩 능력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이 두 사람은 모두 트레이딩을 통해 큰돈을 벌었고 이로 인해 유명 인사가 되었으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견해는 매우 달랐고 그러한 차이는 매우 다양한 주제에 걸쳐 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그들이 가장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던 주제가 바로 그들의 전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트레이딩이었다.


우선, 리처드 데니스는 트레이딩이란 배워서 될 수 있는 것이며 결국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발현되는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파트너 윌리엄 에크하르트의 의견은 그의 생각과 너무나도 달랐다. 즉, 그는 트레이딩 능력이란 선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배워서 깨우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매우 지루하고도 오랜 논쟁 끝에 결론이 나지 않자 데니스는 에크하르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직접 실험을 통해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증명해보자는 것이었다. 이른바 터틀 트레이딩(Turtle Trading)이라는 실험의 포문을 연 순간이었다. 실험의 이름이 터틀 트레이딩이었던 이유는 그들이 싱가포르의 한 거북이 사육농장에 방문했을 때 거북이를 키우는 것처럼 데니스도 그가 트레이더를 키워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실험의 시작 : 터틀 트레이딩

1983년, 결국 이들은 긴 논쟁 끝에 누구의 의견이 옳은지를 검증해보기 위해 터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들은 월스트리트 저널과 같은 금융 시사지에 일정 기간의 교육 후 자신들의 돈을 위임받아 트레이딩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지원자를 구한다는 공고를 냈다. 그들의 사무실엔 엄청난 지원서가 몰려들었고 그들은 약 1,000명의 지원자 가운데 최종적으로 10명의 교육생을 선발하였다. 그들의 출신 성분과 직업, 성격 등은 모두 달랐고 대부분이 트레이딩 경력이 전혀 없었던 일반인들이었다. 1984년에 바로 1세대 터틀 실험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들은 1985년도에 또 한차례의 터틀 수련생들을 선발했는데, 그리하여 그들이 가르친 터틀 수련생들은 총 23명이었다.


리처드 데니스와 윌리엄 에크하르트는 그들이 선발한 터틀 수련생들을 한데 모아 자신들의 트레이딩 기법을 교육하였고, 교육이 끝난 후에는 직접 자신들의 자금을 할당하여 터틀 수련생들로 하여금 그들이 가르친 트레이딩 기법에 따라 매매하도록 하였다. 놀라운 점은 그들을 가르친 교육 기간이 2주, 즉 14일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2주간의 교육 후 터틀 수련생들은 할당받은 자금을 가지고 선물시장에서 트레이딩을 시작했다.



# 터틀 실험, 과연 그 결과는?

터틀 트레이딩은 트레이딩 역사상 전대미문의 실험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트레이딩 능력이란 것이 과연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 행해졌던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레이딩이란 것이 트레이더의 주관적 판단과 직관에 의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으며 따라서 트레이딩이 가르쳐서 되는 것이라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처드 데니스는 자신이 트레이딩으로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 자신의 선천적인 능력이 뛰어나서 혹은 자신의 운이 엄청나게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데니스는 그 자신이 그렇게 트레이딩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감정을 배제하고 철저히 원칙에 의해 매매를 해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에크하르트와의 내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터틀 실험이라는 것을 기획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터틀 실험의 결과는 어땠을까? 실제로 데니스가 주장한 것처럼 트레이딩은 가르쳐서 될 수 있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에크하르트가 말한 대로 트레이딩은 단지 선천적인 재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었을까?


아래의 그래프는 현재까지 데이터로 남아있는 몇몇 터틀들의 실제 성과이다.

터틀 수련생들의 실제 성과 (출처 : 터틀 트레이딩)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터틀 수련생들 대부분이 3년 남짓한 다소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최소 4배에서 최대 14배까지의 성과를 보여준 터틀 실험은 결국 리처드 데니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결론적으로 그의 주장대로 트레이딩 실력이라는 것은 후천적인 노력과 연습을 통해 길러질 수 있는 것이 이 실험을 통해 밝혀진 셈이었다. 리처드 데니스 자신도 『시장의 마법사들』의 저자 잭 슈웨거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실험 결과에 의해 자기 자신 또한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 그 또한 자신이 옳다는 것을 일관성 있게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걱정을 했었나 보다.

시장의 마법사들
하나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실험이었어요.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 사람들을 교육했죠. 그래야 올바른 실험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나는 시장에 관해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성문화 하려고 했어요. 우리는 확률, 자금 관리, 그리고 매매에 관해서 교육을 실시했죠. 결과는 내가 옳은 것으로 드러났어요. 자랑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나도 그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걸 보고 놀랐어요. 교육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 리처드 데니스와의 인터뷰, 시장의 마법사들 中


터틀 실험은 트레이딩 경험이 전혀 없었던 일반인들도 올바른 교육을 통해 트레이딩 영역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시간이 지나 터틀 실험에 참가했던 터틀 수련생들은 자신들의 실력을 더욱 갈고닦았고 이중 몇몇은 자신들의 트레이딩 컴퍼니를 설립했는데, 이러한 사람들 중에서는 터틀들의 어머니 격이었던 윌리엄 에크하르트도 있었다.


그들이 설립한 투자회사들의 성과는 터틀 트레이딩의 실험 결과에 쐐기를 박았다. 다시 한번 리처드 데니스의 주장이 더욱더 단단해진 순간이었다. 무슨 말이냐고? 아래의 그래프를 보자. 아래의 그래프는 터틀들이 설립한 트레이딩 컴퍼니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터틀들의 트레이딩 컴퍼니 실제 성과 (출처 : 터틀 트레이딩)

터틀들이 설립한 투자회사들의 성과는 위와 같이 꽤 오랜 기간 동안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터틀 실험을 통해 터틀 수련생들이 배웠던 트레이딩 기법과 방식이 시장에서 꽤 잘 먹힌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었다. 올바른 교육을 받은 터틀 수련생들은 점차 그 기법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고 이를 자기 자신에 맞게 좀 더 발전시켜 놀라운 성과를 거두어냈던 것이다.


그렇다면 리처드 데니스와 윌리엄 에크하르트가 2주 동안 터틀 수련생들에게 가르친 그 비법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대체 무엇을 배웠길래 그들은 이토록 트레이딩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일까?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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