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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Apr 30. 2021

비이성을 먹고사는 터틀 이야기 #2.

# 1편에 이어

트레이딩의 전설 리처드 데니스와 윌리엄 에크하르트는 트레이더를 키울 수 있냐 아니냐를 놓고 한 가지 실험을 하게 된다. 그 실험은 바로 트레이딩 역사에 길이 남을 터틀 트레이딩이었다. 그들은 23명의 터틀 수련생들을 뽑아 2주간의 트레이딩 교육을 진행하였고, 이후 그들에게 각자 자금을 분배하여 그들이 교육을 받은 대로 매매를 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전대미문의 실험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전 포스팅에서 살펴본 대로 터틀 트레이딩의 실험 결과는 리처드 데니스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터틀 실험을 통해 트레이딩이란 선천적인 재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 올바른 교육을 통해 계발할 수 있는 노력의 산물임을 입증해냈다.


그렇다고 터틀 트레이딩에서 가르친 매매 기법이나 내용들이 엄청난 비밀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데니스와 에크하르트가 일반인이었던 23명의 터틀 수련생들에게 단 2주간 가르칠 내용이었다면 그리 내용의 난이도가 높지 않았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마이클 코벨의 저서 『터틀 트레이딩』에서도 리처드 데니스는 자신의 트레이딩 기법에 전혀 신비스러운 것은 없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터틀 실험에는 어떤 비밀 레시피가 있다고 믿고 있지만 말이다.

터틀 트레이딩
저는 트레이딩 기법은 전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르칠 수 있고 신비롭지 않다는 게 확실해 보였습니다. 신비스러울 것이 없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게 할 수 있다고요. 더 이상 쓸데없는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고, 트레이딩에 수수께끼 같은 대단한 비법 따위는 없다는 점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 리처드 데니스와의 대화, 터틀 트레이딩 中


그렇다면 데니스와 에크하르트가 터틀 수련생들에게 2주간 가르쳤던 트레이딩은 과연 어떤 내용이었을까? 자, 이제 베일에 싸였던 터틀들의 트레이딩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은 그들의 매매 기법에는 어떠한 비밀도 없었다는 점이다.



# 터틀 트레이딩 기법

1) 자금 관리

터틀 실험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윌리엄 에크하르트가 터틀 수련생들에게 가르쳤던 내용은 바로 매매 기법이 아닌 위험관리였다. 돈을 버는 법에 대한 논의가 아닌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로 첫 강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터틀 수련생들은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터틀들은 자금 관리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는데,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과도하게 베팅을 한다면 결국은 높은 확률로 파산을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었다. 터틀들은 거래 한도라는 것을 지켜야 했는데, 그것은 한 번 매매를 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체 자금의 1%만 베팅을 하는 규칙이었다. 그들은 이렇듯 안전한 방법의 자금 관리를 통해 장기적 파산 확률(Risk of Ruin)을 제로로 만들 수 있었다.


- 거래 한도 = 전체 자금의 1%


2) 포지션 사이즈 결정

거래 한도가 결정이 되었다면 그다음은 그 거래한도로 매매를 할 때 특정 시장에서 몇 계약을 거래할 수 있는가를 정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포지션 사이즈에 대한 결정 방식이었다.


데니스와 에크하르트는 터틀들에게 ATR이라는 개념을 알려주었다. 이 ATR이란 평균 실효 변동폭(Average True Range)의 약자로 특정 기간 동안 실제 가격이 움직인 변동폭을 측정하여 평균화한 지표였다. 그들이 이러한 지표를 사용한 이유는 이 ATR이 현재 시장의 변동성(Volatility), 즉 리스크의 정도를 나타내 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시장의 ATR을 측정하였다.


- ATR = TR의 20일 평균

- TR = TR1, TR2, TR3 중 최댓값

- TR1 = 오늘 고가(High)와 저가(Low)의 차이

- TR2 = 전일 종가(Close)와 오늘 고가(High) 차이의 절댓값

- TR3 = 전일 종가(Close)와 오늘 저가(Low) 차이의 절댓값


터틀들이 매일매일의 ATR을 계산한 이유는 이 지표를 기반으로 하여 얼마나 많은 계약 수를 거래할 것인지를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한 번에 거래할 수 있는 거래 계약 수는 거래 한도에서 ATR과 거래 승수를 나눈 값이었다. 이 값을 그들은 1 유닛이라고 불렀는데, 터틀들은 트레이딩 전반에 걸쳐 이 유닛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매매와 위험관리를 했다.


- 거래 가능 계약 수(유닛) = 거래 한도 / (ATR X 선물 1 계약당 승수)


요새는 세상이 좋아져서 아래와 같이 대부분의 HTS들이 이 ATR 지표를 자동적으로 계산해서 보여준다.

S&P 500 지수와 ATR의 추이


3) 매매 기법 : 진입과 청산, 그리고 필터 규칙

터틀 수련생들은 보수적인 자금 관리와 포지션 관리에 대한 내용을 숙지하고 나서야 비로소 매매 기법, 즉 진입과 청산에 대한 규칙을 배웠다. 유도를 배울 때도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바로 낙법(落法)이지 않는가. 그들은 공격을 하기에 앞서 우선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셈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터틀들이 사용하는 매매 기법에는 뭔가 엄청난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 추측은 틀린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배웠던 매매 기법은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추세추종 전략(Trend-Following Strategy)이었고, 다양한 추세추종 전략들 중에서도 매우 기본적인 채널 돌파 전략(Channel Breakout Strategy)이었기 때문이다. 채널 돌파 전략이란 가격이 기존의 가격 레인지를 뚫고 신고가, 신저가를 형성하면 추세가 형성되었다고 판단하고 매수 혹은 매도 포지션으로 진입하는 방법이다.


터틀들은 시스템 1과 시스템 2라는 전략을 사용했는데, 이 두 가지 시스템은 모두 채널 돌파 전략이었다. 다만 두 가지 시스템의 차이는 그 시간적 프레임이 단기냐 장기냐 하는 문제였다. 아래는 두 가지 시스템을 정리한 내용이다.


- 시스템 1 : 20일 돌파 시 진입, 10일 돌파 시 청산

- 시스템 2 : 55일 돌파 시 진입, 20일 돌파 시 청산


예를 들어, 터틀들은 가격이 20일 신고가를 형성하면 매수 포지션으로 진입하였다. 이후 터틀들은 추세를 타다 그 추세가 꺾이고 10일 신저가를 형성하면 빠져나왔다. 시장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터틀들은 같은 방법을 사용해 매도 포지션으로 진입했다. 터틀들은 시스템 1에 대한 시그널을 놓쳤을 경우 시스템 2를 통해 자신들의 전략을 보완하였다.


이러한 두 가지 시스템 말고도 터틀들은 시스템 1이 발생시키는 노이즈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터 규칙을 적용하였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시스템 1을 사용한 이전 매매가 수익으로 결론 났을 때 다시 나타난 시스템 1의 신호는 무시하도록 교육받았다. 또한 최근 20일 돌파가 발생하여 수익 포지션으로 이어졌으나 실제로는 진입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이후 연달아 나타난 시스템 1의 신호는 무시하도록 배웠다. 다만 이전 매매에서 손실을 기록했다면 새로 나온 시스템 1의 신호는 실제 매매의 시그널로 생각하고 진입하였다.


이처럼 터틀 수련생들이 배웠던 매매 기법은 전혀 비밀스럽지도 신비하지도 않은 일반적인 추세추종 기법 중 하나였다. 그들의 트레이딩에 비밀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4) 손절

앞서 말했듯이 터틀들은 에크하르트로부터 위험관리에 대해 매우 철저히 교육받았다. 그만큼 이익보다는 손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트레이딩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들의 위험관리 방식은 손절 방법에도 똑같이 적용되어 있었는데, 데니스와 에크하르트는 그들의 변동성 측정 지표인 ATR을 사용하여 만약 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그 변동폭이 2 ATR에 도달할 경우 기존의 포지션을 정리하고 손절할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는 어떠한 예외도 없었다. 원칙에 입각한 칼 같은 손절이야말로 추세추종 전략에서 자신의 계좌를 지키는 안전한 방어막이기 때문이다.


- 손절 라인 : 2 ATR


5) 피라미딩

터틀들은 또한 추세가 형성되어 기존 포지션이 돈을 벌고 있는 상황에서 그 추세를 좀 더 확실하게 이용하기 위해 불타기, 이른바 피라미딩(Pyramiding)을 하도록 교육받았다. 그들은 추세가 지속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원칙에 따라 최소 4 유닛에서 크게는 12 유닛까지 포지션을 추가했다. 위험관리에도 철저한 터틀 그룹이었지만 추세는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고 또한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이러한 피라미딩 기법을 사용하여 수익의 극대화를 도모한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불타기를 했던 것이지 절대 물타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물타기는 손실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자살행위라고 여겼다.


6) 시장

마지막으로 터틀들은 선물시장에서 매우 다양한 상품들로 트레이딩을 했다. 아래는 그들이 트레이딩한 상품들의 리스트이다.


- 30년 만기 미 재무부 채권, 10년 만기 미 재무부 채권, 90일 만기 미 재무부 채권, 유로달러

- 커피, 코코아, 설탕, 면화

- 스위스 프랑, 독일 마르크, 영국 파운드, 프랑스 프랑, 일본 엔, 캐나다 달러

- S&P 500 주가지수

- 금, 은, 구리

- 원유, 난방유, 무연 휘발유


도대체 왜 그들은 한 가지 상품이 아닌 매우 다양한 상품들로 매매를 했을까?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추세라는 것이 어디서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추세추종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추세를 놓친다는 것은 그 해 트레이딩 농사를 망칠 만한 매우 중차대한 실수이다. 추세추종 전략은 기본적으로 승률이 아닌 손익비로 쇼부를 보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추세추종 트레이더들의 승률은 통상적으로 3,40%를 넘지 못한다. 이 승률은 잘하는 트레이더들의 승률이다. 그 대신 그들은 큰 추세를 놓치지 않고 거기에 올라타 엄청난 손익비를 만들어내어 그들의 계좌를 불린다. 터틀 그룹이 매우 다양한 시장에서 매매를 했던 이유 또한 모든 시장에서 시시각각 발생하는 추세들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었다.



# 트레이딩에 결코 비밀 레시피는 없다

어떤가? 터틀 수련생들이 데니스와 에크하르트로부터 배웠던 트레이딩 기법에 원조 맛집의 비밀 레시피 같은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는가? 전혀 아니다. 그들이 배웠던 트레이딩 기법은 전혀 새로울 것도 신비스러울 것도 없는 그저 일반적인 추세추종 전략에 불과했다. 리처드 데니스가 누누이 말했듯이 그들의 트레이딩 기법에는 아무런 비밀도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틀들은 트레이딩으로 큰돈을 벌었다. 터틀 실험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던 것이다.


터틀들이 배웠던 이러한 매매기법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추세추종 전략은 이미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매매기법이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왔고 또 사용하고 있는 전략이다. 하지만 추세추종 전략을 사용한 모든 사람들이 터틀들과 같은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또한 터틀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몇몇 터틀들은 실험 도중 부진한 성과를 기록하자 데니스로부터 퇴출을 당하기도 했다. 모두가 똑같이 같은 사람에게 같은 매매기법을 배웠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성과는 정말로 천차만별의 결과를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또 한 가지 의문점이 들 수밖에 없다. 터틀 트레이딩에 비밀은 없었다. 하지만 모든 터틀들이 성공한 것은 아니었고, 추세추종 전략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성공한 터틀들과 실패한 터틀들을 구분 짓게 만든 그 원인은 무엇인가? 왜 어떤 사람들은 트레이딩으로 큰 부를 일구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트레이딩으로 인해 장기적 손실을 경험할까?


터틀 실험의 진짜 비밀은 매매기법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어떤 요인이 트레이딩의 성공과 실패를 구분 지었는가를 터틀 실험이 밝혀냈다는 점이다.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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