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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May 01. 2021

비이성을 먹고사는 터틀 이야기 #3.

# 2편에 이어

터틀 트레이딩이 사용한 전략에는 어떠한 비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추세추종 전략들 중 가장 기본적인 채널 돌파 전략만을 사용했다. 물론 터틀들은 트레이딩 전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위험관리와 자금관리라는 사실을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파산 확률을 제로로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자신들의 전략을 사용해 그토록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터틀 트레이딩은 매매 방식이나 전략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전혀 특별한 것이 없었다. 리처드 데니스와 윌리엄 에크하르트는 터틀들에게 같은 기간 동안 같은 내용의 강의를 했고 모든 상황과 조건은 동일했다. 하지만 모든 터틀들이 같은 내용의 강의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성과는 매우 천차만별이었다. 대부분 터틀들이 좋은 성과를 내었지만 몇몇 터틀들은 프로그램에서 중도 탈락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좋은 성과를 낸 터틀들도 그 성과의 편차가 매우 컸다.


우리는 이러한 터틀 실험의 결과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왜 모두가 같은 내용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성과는 그토록 천차만별인 것이었을까? 터틀 트레이딩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 근본적인 원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터틀 실험이 정말로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 터틀의 성패를 가른 본질 : 원칙과 일관성

터틀들의 성패를 좌우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원칙이었다. 즉, 원칙을 지키는 매매를 한 터틀은 좋은 성과를 낸 반면 데니스와 에크하르트가 가르쳐 준 방법과 원칙에서 벗어난 매매를 한 터틀들은 퇴출되거나 좋지 못한 성과를 냈던 것이다. 실제 터틀 실험의 멤버였던 커티스 페이스는 터틀 트레이딩에 관한 내용을 다룬 자신의 저서 『터틀의 방식』에서 교육을 받은 모든 사람들이 모두 원칙을 잘 지키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으며, 이것이 터틀의 성과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라 밝혔다.

터틀의 방식
이러한 작업을 하는 동안 이상한 부분이 나의 눈에 띄었다. 사실 원래 있었던 부분이지만 그제야 갑자기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싶다. 그것은 바로 터틀 훈련생 가운데 나만이 풀 포지션을 취했다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묘한 이유를 들어 데니스와 에크하르트가 제시한 트레이딩 시스템을 따르지 않았다. (중략) 똑같이 훈련을 받고도 나 외에 난방유 2월물에 대해 풀 매수 포지션을 취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터틀의 방식 中


결국 트레이딩의 성패를 가른 것은 원칙을 지키는 매매를 했냐 그렇지 못했냐이다. 그런데 이렇게 원칙을 우직하게 지키는 것은 과연 이것을 일관성 있게 실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천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 다시 말해 원칙을 대충 지키는 것이 아닌 항상 일관성 있게 그리고 꾸준하게 지키는 것이 트레이딩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열쇠였던 것이다. 커티스 페이스는 이러한 일관성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트레이딩 비법이랄까 터틀의 성공 비결은 다름 아니라 이미 잘 알려져 있어서 꽤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트레이딩 규칙이나 개념 속에 모두 들어 있다. 다만 터틀은 그것들을 '일관되게, 꾸준히' 따랐다는 사실이다.
- 터틀의 방식 中


즉, 원칙을 일관성 있게 지킬 수 있는가, 이것이 터틀 트레이딩의 성패를 가른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3할 타자는 10번 연속 삼진 아웃을 당해도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등판해 방망이를 잡는다. 3점 슈터가 10번 연속 3점 슛에 실패했다고 농구공 놓아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트레이더 또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트레이딩 시스템이 확률적으로 우위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믿고 우직하게 일관성 있는 트레이딩을 고수해나가야 한다.



# 왜 원칙을 지키기가 힘든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일관성 있는 원칙을 지키는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어렵다. 데니스와 에크하르트는 배운 대로 하라고 가르쳤고 그렇게 하면 성공적인 트레이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원칙을 지키는 매매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 트레이딩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을 찾기가 매우 힘든 것이다.


왜 그럴까? 배운 대로만 하면 되는데 말이다. 그것은 바로 트레이딩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인간의 본성'과 정면충돌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본성, 감정, 편향 등을 스스로 극복하고 그것을 초월하여 원칙에 기반한 매매를 해야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커티스 페이스 또한 이러한 심리적, 정서적 편향을 극복하는 것이 승리하는 트레이딩의 본질임을 밝힌 바 있다.

성공적인 트레이딩을 하고 싶다면 인간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이익을 내는 트레이더는 다른 트레이더가 일관되게 보여주는 비합리적 행동 패턴 덕분에 돈을 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비합리성이 내재돼 있고, 터틀은 여기서 비롯된 시장 변동을 토대로 트레이딩을 하기 때문에 성공하는 것이다. 인지적 편향은 트레이더에게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지적 편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트레이더가 있다면 그에게는 큰돈을 벌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 터틀의 방식 中


터틀들이 배웠던 추세추종 전략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에 매우 반하는 전략들 중 가장 대표적인 전략이다. 그 이유는 추세추종 전략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질 때문이다. 우선 추세추종 전략의 승률은 그렇게 높지가 않다. 터틀들의 평균적인 승률은 3,40%에 불과했다. 그들이 돈을 벌 수 있었던 이유는 승률이 아니었다. 그것은 큰 추세가 발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손익비 덕분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추세추종 전략을 일관성 있게 따르지 못한다. 그 이유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단지 승률이기 때문이며, 손실 회피 편향의 영향으로 인해 추세가 나지 않는 기간 동안 칼 같은 손절매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터틀들의 성과를 나타낸 아래의 그래프를 다시 한번 보자.

위의 그래프는 각각 추세장과 횡보장에서 터틀들의 성과 추이를 표시하고 있다. 터틀들은 추세가 아닌 대부분의 기간 동안에는 큰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시장이 횡보장일 때는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략의 승률이 그리 좋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추세가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결국 추세장이 형성되었을 때 그 추세에 놓치지 않고 올라타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세추종 전략을 사용했을 때의 지루한 횡보장을 기다리지 못한다. 왜 그럴까? 이러한 횡보장에서 대부분의 매매가 손실로 끝날뿐더러 계속해서 눈물을 머금고 손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훈련이 잘 되어있지 못하다면 추세추종 전략을 함부로 썼다가는 결국 그 전략을 포기하게 될 수밖에 없다. 리처드 데니스 또한 자기가 아무리 전략을 세상에 공개해도 그것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말한 바 있다.

나는 늘 매매 규칙을 신문에다 공개해도 아무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자제력이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교육생에게 가르친 매매 규칙이 내는 효과의 80퍼센트의 효과를 발휘하는 매매 규칙을 세울 수 있다고 봐요.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은 상황이 안 좋아졌을 때 자신들이 세운 규칙을 고수하는 것이죠.
- 리처드 데니스와의 인터뷰, 시장의 마법사들 中


결국 터틀 실험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트레이딩 전략을 학습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인내심과 믿음을 가지고 그것을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즉, 어떤 것을 아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 비이성적 마인드는 트레이딩 수익의 원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듯 원칙대로 매매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감정적, 인지적 편향에 휩싸여 결국 이성적인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인간의 행동 패턴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더욱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터틀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편향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극기(克己)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 그리고 그에 따른 각종 인지적 편향들은 트레이딩 수익의 원천인 동시에 엄청난 걸림돌로 작용한다. 매매를 하거나 전략을 만드는 그 주체는 결국 인간이며, 이 인간이란 존재는 감정과 편향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공한 터틀들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철저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 오롯이 반영된 시장의 움직임 속에서 그것을 수익의 원천으로 삼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결국 터틀 트레이딩은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전신(前身)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알고리즘 트레이딩이라는 것은 어떤 특정 원칙에 의해 기계적으로 매매를 하는 방법을 일컫는데, 터틀 트레이딩도 결국 감정을 배제하고 원칙에 기반한 매매를 했기 때문이다. 데니스와 에크하르트, 그리고 터틀들은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생기기 이전부터 시장에 존재하는 인간의 비합리성과 비이성성을 간파했던 것이다.



# 트레이딩과 인생, 그리고 인지와 실천의 괴리

결국 트레이딩의 성패를 좌우한 비결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은 트레이딩 전략과 매매 기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편향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많은 트레이더들이 트레이딩의 성배를 찾아 떠난다. 하지만 정작 성배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닌 자기 내부에 있다. 그 진리를 깨우친 터틀들은 트레이딩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처럼 단순하지만서도 쉽사리 체화할 수 없는 진리는 트레이딩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반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다. 예를 들어, 열심히 공부를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모든 학생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는가? 이러한 현상은 서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점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자기 계발서들이 즐비해 있으나, 자기 계발서의 내용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별로 없다. 영어회화 학원을 가도 마찬가지다. 하루도 결석하지 않고 꾸준히 나오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정말 쉽지 않다. 온라인에 있는 각종 환급과정들 또한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이용하여 수익을 창출하며, 그것은 피트니스센터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정말이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극기를 통해 꾸준함과 일관성으로 자신들의 삶을 묵묵히 개척해나간다.


트레이딩도 인생도 결국 나 자신과의 한판 승부이다. 시장과 같은 외부 요인을 탓하는 것은 하등 의미가 없다.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한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결국은 게임에서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레이딩에서 승리하기 위한 특제 소스와 같은 엄청난 비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이해하고 이기는 것이다. 우리 모두 비이성을 먹고사는 한 마리의 거북이가 되어야 한다. 우그웨이 사부님의 용의 문서가 어떠한 비법도 기록하고 있지 않은 채 잔잔히 포의 얼굴을 비추기만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은 아닐까. 아, 우그웨이 사부님은 참고로 거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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