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티브 펀드의 성장과 전통적 포트폴리오의 한계
펀드 매니저들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안정적인 플러스 수익률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플러스 수익률을 만들어 내기 위해 펀드 매니저들은 펀더멘털 분석, 계량적 분석, 주주 행동주의,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 엣지, 거시경제에 대한 이해, 지정학적 상황 등과 같은 다양한 방법론들을 사용해 시장을 분석하고 투자를 집행한다.
과거 20년 동안 액티브 펀드 업계는 강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시장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알파를 찾으려는 매니저들의 노력, 그리고 이와 더불어 상관관계가 약한 자산군들을 편입하여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고자 하는 매니저들의 노력이 배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예를 들어, 1990년대에 매니저들은 포트폴리오의 상관계수를 낮추기 위해 기존의 전통적인 포트폴리오에 이머징 마켓의 자산들을 편입하였고, 그것은 꽤 좋은 성과를 보여주었다. 또한 원자재나 부동산 같은 대체 자산들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였고 위험 조정 수익률의 관점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주식-채권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가볍게 뛰어넘기도 하였다. 이러한 노력들은 매니저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었고, 이러한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레버리지 사용의 증가를 초래했다.
하지만 항상 과유불급이라 하였지 아니한가. 이러한 액티브 펀드 산업의 성장과 레버리지 사용의 급격한 증가는 알파를 서서히 고갈시켰고 동시에 위험 자산들의 상관계수 상승을 야기했다. 결국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는 전통적인 포트폴리오의 분산 효과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고, 포트폴리오의 위험과 손실은 급격히 증가했다.
2008년의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많은 펀드 매니저들은 자산군들의 변동성을 예측하고 관리하는데 점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였다. 공분산에 대한 보다 나은 추정치를 가지는 것이야말로 전통적인 리스크 모델의 성과를 확실히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의 저금리 환경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옵션 매도와 같이 보다 위험하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투자 하도록 만들었다.
# 새로운 투자 방식 : 리스크 팩터 투자
어떤 투자자들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투자 방법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자산군을 투자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체 자산들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이상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새로운 자산들은 보다 낮은 상관계수를 가질 수 있으며, 또한 새로운 위험 프리미엄의 원천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자산들은 종종 소위 '대체 리스크 팩터(Alternative Risk Factors)'라고 불렸으며, 혹은 '대체 베타(Alternative Beta)'나 '이색 베타(Exotic Beta)'로 불리기도 했다.
전통적인 자산군들과는 달리 리스크 팩터는 구체적인 트레이딩 법칙을 통해 시장에 존재하는 위험 프리미엄을 향유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다. 이러한 리스크 팩터는 새로운 위험 프리미엄의 원천(Source of Risk Premium)을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보다 안정적인 변동성과 상관계수(Stable Volatility and Correlation)를 가진다.
이러한 리스크 팩터 기반의 접근법이 많은 투자자들에게 생소할지는 모르나, 사실 이것은 퀀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글로벌 자산 배분 펀드, CTA 펀드, 글로벌 매크로 헤지 펀드 등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해왔던 개념이다. 예를 들어, 주식 퀀트 매니저는 전통적인 섹터 접근법 대신 성장, 밸류, 모멘텀 등과 같은 주식 리스크 팩터에 기반에 투자를 집행하며, CTA 펀드들은 종종 원자재 및 기타 자산들이 보이는 모멘텀 패턴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리스크 팩터 기반의 접근법이 가지는 장점은 바로 전통적 위험 자산들 간의 상관계수와 비교했을 때 리스크 팩터들 간의 상관계수가 더 낮다는 점이다.
실행 가능한 투자전략이 되기 위해서 리스크 팩터는 반드시 양의 프리미엄(Positive Premium)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상적인 경우 이러한 리스크 팩터 프리미엄은 전통적인 자산군들이 제공하는 프리미엄보다 더 높다. 안정적인 프리미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리스크 팩터는 반드시 그러한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고 건전한 경제적 논리(Economic Rationale)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프리미엄은 시장 참여자들이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일관적인 행동들, 특히 행동경제학이 말하는 인간의 선천적인 인지적 편향들(Cognitive Bias)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경제 펀더멘털 변화에 대해 사람들이 보다 과하게 반응하여 시장에 쏠림 현상이 생길 때 우리는 그것을 모멘텀(Momentum)이라 부른다. 이와 반대로 어떤 변화에 대해 사람들이 다소 늦게 반응을 하여 자산의 가격이 서서히 그것의 가치로 수렴할 때 우리는 이러한 팩터를 밸류(Value)라고 부른다. 또한 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 새로운 형태의 프리미엄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캐리(Carry)라는 팩터이다. 캐리 팩터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일본 와타나베 부인들의 환 캐리 트레이드이다. 파생상품 활용의 급격한 증가와 더불어 이와 관련된 옵션 시장의 수급 불균형 또한 종종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 팩터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변동성(Volatility) 팩터이다. 이러한 변동성 팩터는 실현변동성 대비 구조적으로 높게 형성되어 있는 옵션의 내재변동성, 내재 변동성 기간구조 상의 수급 왜곡, 또는 옵션 헤징으로 인한 가격 패턴의 효과 등을 사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
각각의 리스크 팩터가 개별적으로 좋은 샤프 비율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리스크 팩터 기반의 투자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파워는 팩터 개별 전략이 아닌 포트폴리오 레벨에서 나온다. 그 이유는 리스크 팩터들 간의 낮은 상관관계가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 및 그것이 내재하고 있는 테일 리스크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머징 통화에 대한 모멘텀 팩터는 보통 주식에 대한 밸류 팩터와 낮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다른 자산군임에도 불구하고 이머징 통화와 주식이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QE에 대한 테이퍼링 때문에 발생한 주식-채권 상관관계의 불안정성에 비해 주식 밸류 팩터와 채권 모멘텀 팩터 간의 상관관계는 보다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아래의 그림은 캐리, 모멘텀, 밸류와 같은 보다 일반화된 리스크 팩터 간의 평균적인 상관계수 추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확실히 전통적인 자산군들의 상관계수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낮은 상관계수 덕분에 리스크 팩터를 통한 동일가중 포트폴리오는 전통적 동일가중 포트폴리오보다 높은 위험 조정 수익률 그리고 낮은 변동성을 보여준다.
정리하자면 리스크 팩터 기반의 퀀트투자는 크게 두 가지 주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이것이 기존에 고려하지 않았던 비전통적인 프리미엄의 원천을 포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 리스크 팩터들 간의 평균적인 상관관계가 낮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양의 프리미엄 그리고 팩터 간 위험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팩터 포트폴리오가 전통적 개념의 알파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위험 프로파일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 리스크 팩터 투자의 잠재적 위험
그러나 당연히 이러한 리스크 팩터 퀀트투자는 잠재적인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투자자들이 리스크 팩터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별 리스크 팩터가 가지고 있는 생애 주기 그리고 그것의 한계를 간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리스크 팩터라는 것은 어떤 트레이딩 규칙에 의해 정의되는데, 문제는 우리가 아무렇게나 규칙을 만들 수도 있고 또 그렇게 아무렇게나 만든 규칙이 좋은 백테스팅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주지해야 할 사실은 임의의 트레이딩 규칙 그리고 타당한 리스크 팩터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리스크 팩터는 그 정의상 시장에 존재하는 특정한 비효율성을 기반으로 디자인된다. 다른 말로 하면, 모든 리스크 팩터의 뒤에는 해당 리스크 프리미엄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경제적 논리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이는 다양한 시장 국면 상에서의 성과 자체가 팩터가 상정하는 위험의 기댓값에 일관성을 보여야 함을 의미한다. 더불어 개별 리스크 팩터는 모델 패러미터의 사소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서는 안 되며, 또한 리스크 팩터는 가능한 한 적은 수의 패러미터를 가져야 한다. 이는 리스크 팩터가 가져야 할 두 가지 성질, 즉 1) 팩터의 견고함(Robustness of Factor)과 2) 팩터의 단순함(Simplicity of Factor)이다.
리스크 팩터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저지르는 또 다른 실수는 패러미터 설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표본 내 편향이다. 이것은 전략 자체가 결국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백테스팅에서 기인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어떤 기간 그리고 어떤 종류의 데이터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같은 전략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과거에 최고의 성과를 보였던 패러미터 값은 계속해서 달라진다. 이러한 실수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리스크 팩터를 디자인한다면 백테스팅 과정에서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향후 실제 트레이딩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전략의 실패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잠재적 위험은 바로 리스크 팩터가 가지고 있는 생애 주기에 대한 몰이해이다. 매우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한다면 리스크 팩터는 안정적인 프리미엄 및 리스크 프로파일을 가진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매우 다르다. 현실 세계에서는 새로운 파생상품의 등장 혹은 새로운 형태의 규제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행동 패턴이 바뀌면서 새로운 팩터가 나타나기도 하고, 혹은 시장 참여자들이 기존의 패턴을 인지하고 거기에 돈이 몰리면서 원래 존재했던 팩터가 수명을 다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 중 후자는 특히나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많은 투자자들이 어떤 팩터가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돈이 투입되면 시장에서 해당 팩터의 효과가 사라질지에 대한 고민 없이 리스크 팩터를 디자인하고 또 백테스팅하기 때문이다.
팩터의 생성과 소멸 이외에도, 팩터의 유효성은 각각의 시장 국면(Market Regimes)에 따라 달라진다. 시장 국면의 변화는 팩터에 대한 시장의 인식 그리고 이를 통한 차익거래 기회의 정도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팩터라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시장 상황에서는 꽤 작동을 잘하는 반면 다른 시장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음을 관찰할 수 있다. 일례로 몇몇 주식 팩터들은 여전히 이머징 마켓과 미국 소형주 영역에서 아직까지 잘 작동을 하는 반면, 미국 대형주의 영역에서 이 팩터는 더 이상 좋은 수익을 내지 못한다. 거시경제 상황 또한 팩터의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캐리 팩터를 사용한 전략의 성과가 부진했던 점이 이것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항상 팩터 간의 상관계수, 그리고 각각의 시장 국면에 따른 팩터들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리스크 팩터는 각각의 생애 주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팩터를 발굴하고 테스트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기존에 존재하는 팩터들의 유효성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검증해나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