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를 아는 법,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여정
"어리석은 자들에게는 빈 것이 깊은 것처럼 보인다. 저속한 자에게 깊이란 불가사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 어둠 속의 사건
"아는 만큼 보인다", "고수만이 고수를 알아본다" — 참 많이 듣고 쓰는 말들이다.
이 말을 쓰다가, 문득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 고수와 하수를 가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어릴 적 나에게 큰 인상을 남긴 사건이다.
어린 시절, '폴로'라는 브랜드에 대해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입은 폴로 옷이 좋아 보이고,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함께 은마상가를 둘러보다가 취향에 꼭 맞는 옷을 발견했다. 사실 그 취향의 대부분은 왼쪽 가슴에 수놓아진 말 모양 로고 때문이었다.
엄마를 졸라 결국 그 옷을 샀고, 자랑스럽게 자주 입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옆 반에 있던, 서로 데면데면하던 아이가 나를 부르더니 내 옷을 훑어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짝퉁이네!"
순간 너무 당황한 나는 "아냐, 직접 매장 가서 샀어"라고 항변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집요하게 물었다. "어디 매장?"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당당하게 "은마상가"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냉정하게 말했다.
"거긴 매장이 아니야. 그리고 그 옷은 멀티샵에서 파는 짝퉁이야."
그때의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는 그때까지 '짝퉁'이라는 개념조차 잘 몰랐고, 그저 말 모양이 있으면 다 폴로, 반짝이는 천에 세모 로고가 있으면 다 프라다인 줄 알았다.
그 사건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낀 내 인생의 첫 번째 경험이었다.
아는 사람이 보면, 폴로 정식 매장에서 파는 정품과, 멀티샵에서 파는 말 모양 자수만 흉내 낸 옷은 전혀 다르다. 그걸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냥 비슷해 보일 뿐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은,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다는 것.
모르면 그냥 다 비슷해 보일 뿐이다.
물건에도 이러는데, 하물며 사람에게는 어떨까.
고작 멀티샵의 물건과 정품을 알아보는 것도 어려운데, 깊이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건 얼마나 어려울까.
물건이 비슷해 보인다는 것은 사용하는 사람만 불편함이 없으면 그만이지만, 본인의 길을 의연하게 걷고 있는 사람의 깊이를 아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사람을 알려면 내가 먼저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니.
누군가를 평가하는 순간, 그 평가가 나를 어떻게 비추는지도 함께 생각하게 되니까, 그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아찔한 일인지 느껴진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과정을 거쳐야만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