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고객

서버실 그 남자

by 퀀텀

이 경력쯤 되면 ‘나쁜 고객’과 ‘착한 고객’이라는 구분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그렇지만 경력을 막 시작했을 때~대리 시절까지는 참 나쁜 고객을 많이도 만났다.

2010년,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맡게 된 한 중견기업이 있었다.
온라인 사업보다는 오프라인 매장 운영이 주력이었던 고객이었고, 나는 서버 구입 스펙 작성부터 셋업 가이드, 그리고 웹서버 로그 남기기 작업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런데 서버 담당자는 며칠이 지나도 작업을 하지 않았고, 몇 주째 계속 미루기만 했다.
전화를 걸어 “작업을 해주셔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돌아온 대답이 이랬다.

“야, 넌 을이고 내가 갑이야.
어따 대고 일 시키고 지랄이야?”

지금 들으면 유쾌하진 않아도, 어떻게 받아칠지는 알겠다.
하지만 그땐 눈물을 참으며 전화를 끊고, 뒤돌아 통곡했었다.

이런 사람은 단언컨대 ‘나쁜 고객’이다.


뒤끝이 남았는지, 그 이름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마음가짐 그대로라면 분명 망했을 거라—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갑이다’ 하는 회사에 다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상대방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는 쪽의 뉴런만 발달했을 뿐, 일부러 상처 준 적은 없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늘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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