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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분의 일 Oct 13. 2023

이별을 이별하는 순간

결국 나에게 찾아온 순간

뜨거운 더위로 작열하던 여름이 흘러간 뒤 선선하다 못해 쌀쌀해진 날씨처럼 저의 삶도 이제는 흔들림이 가라앉고 견고해졌다 말할 수 있는 요즘입니다. 저는 마지막 글을 올린 뒤에 한 달이 넘을 정도로 제가 써 내렸던 주제를 마무리하지 못했어요. 원래 오늘 올릴 글의 제목은 '이별을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제목으로 정말 여러 개의 글을 써 내렸고 그 글들은 결국 저의 글들이 모여있는 파일에 묻어 놓았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강렬하고 인상 깊었던 경험이었기에 제가 정해놓은 제목의 글을 써 내릴 만큼 저 스스로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었다고 생각해요. 위에서 말했던 제목으로 여러 개의 글을 아무리 써 내려도 제가 쓰려고 했던 제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글이 되어버렸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그저 짧은 시간 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 누구보다 제 삶을 견고하게 만들어 내었다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원래 정해 놓았던 '이별을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아닌 이 글의 제목처럼 지금 제가 마주하고 있는 '이별을 이별하는 순간'에 대해서 써 내려보려고 합니다.


 


상대방과의 이별을 마주하고 저 스스로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고, 만들어 내야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별에 공감하는 수많은 분들이 이런 것들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기에 그저 이미 떠나간 상대방과 함께 하던 순간에 머물러 있는 채로 괴로워하기만 하는 분들이 계시는 거라 생각해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저 또한 그런 순간에 스스로를 가두고 제 자신을 자책하며 이미 흘러 지나가버린 과거만을 바라보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괴로워하기 바빴던 것 같아요. 다시는 볼 수 없을 저를 보며 웃어주던 그 사람의 온화한 미소와 다시는 느끼지 못할 그럴 수 있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건네었던 포근한 손길을 떠올리면 저 스스로 제 마음을 찢을 수 있을 만큼 찢어내는 기분이었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저는 저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찢어 낼 수 있는 만큼 찢어 내는 것뿐이었어요. 취미활동을 하거나 일에 집중을 하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이별을 이겨내는 방법이 있듯이 저는 저만의 방법으로 당시에 제가 마주했던 이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했던 것 같아요. 당장 마주한 상대방과의 이별이 힘들고 싫다고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상처받고 무너져 내리는 것은 저였기에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계속해서 마주하려고 했습니다.


 


위에서 말했던 순간들이 지나고 난 뒤 저의 사랑과 이별을 돌이켜 보았을 때에는 그저 다른 사람들도 모두 경험했던 만남이었고 이별이었어요. 상대방과 했던 사랑은 지금의 저에게는 존재하지 않기에 그저 지나간 만남이 되었고, 상대방과의 이별을 마주하며 파도처럼 몰려왔던 저의 수많은 감정들과 기분들 또한 지금의 저에게는 이미 지나간 뒤 찾아온 고요함을 마주하고 있기에 그저 지나간 헤어짐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절대로 저의 입에는 오르지 않으리라, 못하리라 생각했던 말들을 써 내리니 기분이 참 이상하네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그저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달콤한 감정뒤에 따르는 책임과 몰아치는 감정들을 견뎌내면서 이제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난 다는 것이 너무 무서웠어요. 당연히 새로운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황홀한 경험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저 달콤하기만 했던 순간들이 지나고 그 속에서 제가 했던 모든 선택들과 느끼고 나눴던 모든 감정들에 대한 책임을 진 뒤에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 또한 제가 언젠가는 이겨내야 할 생각이겠죠.


 


이 제목의 글을 써 내리는 지금 마음 한 편으로는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감정의 고요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흘러간 과거 속에서 제 자신을 탓하며, 떠나간 상대방을 탓하며 이 고요를 망치고 싶지 않아요. 그저 잔잔한 물결 위 아름다운 윤슬처럼 아름답지만 시간이 흘러 하늘에서 해가 떨어지면 사라질 정도의 여운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에게는 그저 그 정도의 감정이기에 제 자신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의 늪에 잠기지 않고 더욱 성숙하고 건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휘몰아치는 감정에 휩쓸리고 잠겨 버렸다면 제 자신을 놓고 떠 내려갔다면 지금 이 글을 써 내리지도 못했겠죠. 누군가 저에게 어떻게 당신이 전부 이겨내었고 견뎌 낸 것을 증명할 것이냐 물어본다면 지금 써 내리는 이 글이 그 대답을 대신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지금 써 내리고 있는 이 글이 저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워요. 휘몰아치던 감정을 풀어낼수록 쌓이던 글들과 다르게 지금은 그저 차분하게 휘몰아치기 바빴던 저의 감정들을 하나씩 끄집어내며 써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글을 써 내리는 지금도 저를 찾아내고 제가 되어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왔던 경험들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안다고 쉽게 말하고, 스스로가 이별에 아파하지 않는 사람이라 말했던 저의 오만함을 알았습니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제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야기할 때 절대로 가볍고 쉬운 마음으로 말할 수 없어요. 이러한 경험이 있기에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욱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의 곁을 지켜주는 이의 소중함을 진심으로 느끼며 살아갈 수 있겠죠. 계속해서 흘러가는 시간은 저를 더욱더 견고하고 우직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알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는 경험을 했었습니다. 좋아하는 감정은 사랑이라 굳게 믿을 정도의 감정으로 깊어져 갔죠. 점점 깊어지는 감정 속에서 다시는 저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저를 괴롭혔고 상대방까지도 괴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그저 저 스스로를 탓하며 제 자신을 계속해서 몰아세웠고 상대방과의 이별을 마주했을 때에는 스스로 감정의 벼랑 끝에서 버티기 바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생각해 보면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이고, 저의 손에서 떠나갔어도 사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때 무너져 내렸던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고 제가 놓았던 순간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던 저의 감정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가장 안온하고 빛나던 순간들 중 하나였던 때를 떠올리고 마무리하며 마침표를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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