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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분의 일 Aug 13. 2023

이별이 불씨가 되는 순간

이별을 서서히 받아들이면서 내가 갖게 된 순간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뜨겁게 불타오를 것 같던 저의 사랑의 감정은 점점 불의 크기가 작아지고 어느새 작지만 계속해서 잔열이 남아있는 불씨가 되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이런 저의 감정을 마주할 때마다 시간이 주는 무게, 두려움을 한 번 더 느끼는 요즘이에요. 지금은 그분과 함께일 때 저의 감정을 돌이켜보면 그분의 힘들었던 감정만큼 저의 감정도 충분히 괴롭고 아팠었다고 생각해요. 그저 작열하는 불구덩이에 제 자신을 밀어 넣더라도 그분과 함께이고 싶었기에 계속해서 제 자신을 태웠었던 거죠. 다만 그 누구도 저에게 저 스스로를 불태우라고 하지 않았어요. 제 자신에게 진실된 사랑을 해봤던 경험이 없었기에 너무나도 서툴렀던 저는 그저 사랑한다고 사랑한 거죠.


모닥불이 열심히 불타오르기 위해서는 장작이 필요해요. 저에게는 그분과 함께 했던 시간들, 쌓았던 추억들이 저에게 그런 장작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해요. 저에 대한 그분의 마음속 사랑이라는 모닥불은 먼저 꺼졌지만, 저에게 남아있던 장작들은 너무나도 많았기에 계속해서 타올랐어요. 장작 없는 모닥불은 이 글의 제목처럼 불씨가 되어 결국 잿빛이 되어버리죠. 모닥불이 있어 주변을 뜨겁게 달구어 버리던 자리는 거짓말처럼 무채색의, 차가운 공간이 되어 사라져요.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누구라도, 수많은 상처로 인해 두 번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 다짐하는 누군가라도 마음 한 구석에는 감정의 불씨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나 불을 옮겨 붙일 수 있게 묻어 두는 불덩이’


불씨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뿜어내는 열기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저 작기 만한 크기의 불씨라도 타오를 수 있는 무언가와 함께하게 되면 거짓말처럼 그 어떤 것 보다 열심히 타오르기 시작해요. 그분과 함께할 때 저의 모습도 그렇지만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요. 사고로 저의 건강을 잃고 긴 시간 동안 방 안에 저 스스로를 가두면서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그분을 만나기 전, 당시의 저에게는 쉽게 불타오를 수 있는 불씨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분과의 만남을 꿈꾸기 시작했던 때를 떠올리면 그분은 그저 무채색의, 차갑게 식다 못해 얼어붙었던 저의 감정을 서서히 온화하게 녹이고 아주 작고 소중한 불씨를 붙여 주었어요. 당시 저의 마음속에 반드시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해야 한다면 그저 주변을 빨아들이는 어둠뿐이었던 마음속에서 그분이 놓아준 하찮은 크기의 불씨는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불빛보다 저를 밝고 환하게 비추어주었다고 생각해요. 화려한 도시의 불빛들, 어두운 캠핑장에서 피우는 큰 장작불 보다 밝게 빛났고, 작열한다는 단어만으로 밖에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불타올랐어요. 그래서 처음 이런 저의 모습을 마주할 때 불씨로 변해버린 저의 감정을 부정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저 끝까지 타오를 거라, 그 어떤 불꽃보다 주변을 따뜻한 온기로 뒤덮을 거라 생각하고 다짐하면서 말이죠.


위에서 말한 것처럼 불씨로 변해버린 저의 감정을 부정했다고 해서 절대로 지금 제가 갖고 있는 감정의 불씨를 하찮게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이런 저의 감정의 불씨가 설령 다시 사라진다고 해도 쉽게, 서둘러서 불태우고 싶지 않아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훗날에 다시 저의 감정이 타오른다면 너무나 멋진 경험이 될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타오르는 감정의 불꽃이 저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분과의 만남을 통해 경험했던 것처럼 다시는 저 스스로를 집어삼킬 수 없게 더욱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온전히 제 자신에게 집중하며 스스로를 알아가고, 그분을 만나면서 쉽게 타버렸던 저의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내는 과정이 지금의 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만들고 있는 이러한 과정들 뒤에 언젠가 다시 저의 감정의 불씨가 누군가로 인해 타오르기 시작한다면 세상 그 누구보다 뜨겁게 작열하고, 주변을 온기로 에워싸고, 그 어떤 감정의 불꽃보다 크고 아름답게 태울 거예요.


지금 저에게 있는 감정의 불씨는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이 말이 그분에 대한 미련이라던가, 그리움은 아니에요. 결국 제가 그분을 저의 옆에서 떠나게 만들었고, 지금 저의 옆에는 아무도 없지만 그저 텅 비어있던 저의 내면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었고, 필요 없다고 까지 생각했던 감정의 짜릿함을 알게 해 주었어요. 그분과의 만남으로 그분을 만나기 전 어떠한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그저 차갑게 식어있고 한 줄기 빛조차 없었던 저에게 앞으로 살아가면서 다시는 꺼지지 않을 감정의 불씨를 남겨졌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저 잔열만이기에 뜨겁지는 않지만 포근하고, 밝게 빛나는 광명은 없지만 잔잔한 여명으로 저의 내면을 비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보았을 때에는 조금은 부족한 저의 감정의 불씨이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한 줄기 빛 같은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서히 그분과의 이별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그저 작기 만한 저의 감정의 불씨만으로 그분으로만 가득 채웠지만 그분이 떠난 지금은 텅 비어있는 저의 내면을 마주하면서 건강한 감정들을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그분과의 이별 직후에는 그저 부정적인 감정들로 가득 채우면서 저의 내면의 살점들이 하나씩 뜯겨 나가는 기분을 느껴봤기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감정들로 가득 채운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요.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서두르지 않고, 느리고 더디더라도 그분과의 이별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이겨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런 과정 속에 그분과의 이별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저의 내면을 건강한 감정들로 채워가면서 저에게 있는 감정의 불씨는 조금씩 더 밝게 빛나기 시작하고, 포근한 열기를 뿜어냅니다.


계속해서 그분을 통해 마주한 저의 내면에 대한 글을 써 내리면서 그분과의 이별을 마주하기 시작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가고 있는, 쌓여가고 있는 저의 모습과 내면을 마주할 때 잘 이겨내고 있다고 저 스스로를 다독이고는 합니다. 아직 제가 달라져야 할, 쌓아가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확실히 변해가는 저의 감정이 지금의 저에게 원동력이 되어 주는 것 같아요. 이런 순간들이 계속해서 흐를수록 지금 제가 겪고 있는 이 순간들은 끝이 없음을 느낍니다. 다만 이런 끝없는 순간들을 계속해서 쳇바퀴 돌 듯이 살더라도 모든 순간들을 빠짐없이 온전히 저의 순간들로 만들고 싶어요. 그분을 만날 때처럼 갑자기 누군가가 들어와서 함께 돌 수 없는 온전히 저만의 쳇바퀴로 만드는 거죠. 그렇기에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지금은 저의 감정의 불씨를 그 어떤 감정의 폭풍이 몰려오더라도 절대로 꺼지지 않는 불씨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게 언젠가 만들어진 저의 강하고 아름다운 불씨는 강하고 아름다운 불꽃이 되어 있겠죠. 그렇기에 절대로 꺼지지 않을 저의 감정의 불씨의 온기 속에서 오늘도 글을 써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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