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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Dec 05. 2020

#10. 퇴고하면 최고가 된다. ②

동료의 눈으로 퇴고하라. 


초안이 마무리되면 주변 동료에게 보여주어라. 부끄러워하지 말고 보여주자. 잘못된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라. 덤덤하게 동료 이야기를 들어라. 작성자 눈에 안보이는 것들이 반드시 있다. 신기하다. 꼭 있다. '왜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 왜 이것을 못 봤지?' 생각하게 된다. 


작성자 눈에 보이지 않던 실수들도 지적해준다. 당신이 보지 못했던 오탈자와 띄어쓰기도 찾아낸다. 반드시 주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필자는 최근 '비대면 교육 콘텐츠 개발'에 대한 글을 고민했다. 퇴고단계에서 동료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고서의 질이 좋아졌다. 반드시 좋아진다. 동료에게 설명하면서 상사 보고를 위한 리허설을 해보는 효과도 있다.   



저자워크샵 (Writer's Workshop) 


퇴고할 때 동료의 도움을 받는 방법 중에 저자워크샵이 있다. 저자워크샵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저작물을 수정하는 것을 말한다. 19세기 말,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시작되었다. 아이오와 대학 출신의 퓰리처상 수상자가 16명이 될 정도 성공적인 방식이다. 지금은 마케팅, 비즈니스 기획, 음악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필자가 기획실에 있을 때 활용하던 방식이다. 당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가지고 검토회의를 가진다. 팀 회의가 좋다. 공감대가 같기 때문에 의미있는 조언을 많이 받을 수 있다. 팀의 막내라서 팀회의가 부담스러운가? 팀회의가 어려운 상황인가? 당신을 도와줄 수 있는 몇 사람을 모으면 된다. 동기들에게 부탁을 해도 된다. 당신의 글쓰기와 관련이 있는 부서 사람도 좋다. 


먼저 글을 쓴 배경과 내용에 대해 작성자가 설명한다. 글을 놓고 열띤 토론을 하는 것이다. 비판의 목소리를 들으면 귀가 벌게진다. 저자 워크숍을 하다보면 작성자가 흥분하여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있다. 특히 선임이 언성을 높이면 후배들은 입을 닫는다. 후배들이 입을 닫으면 거기서 끝이다. 들어야 한다. 당신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을 열고 들어라. 작성자가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이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 워크숍은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다. 당신이 할 것을 딱 3가지다. ① 메모하기, ② 고개 끄덕이기, ③ 추임새 넣기다.('그렇군요', '좋은 지적입니다.') 이 3가지를 반복하면 된다. 당신이 저자다.  당신이 펜대를 쥐고 있다. 조언을 수용할지 여부는 당신 손에 달려있다. 여러가지 조언을 듣고 골라서 취하기만 하면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도 오탈자, 맞춤법이다. 


보고서를 올리면 오탈자, 맞춤법 한 두 개 이상은 지적이 있다. 보고서 내용에 집중하지 않고 오탈자만 찾는 것 같아 상사에게 서운하기도 하다. 상사가 너무 좀스러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상사도 사람이다. 오탈자를 보면 고치고 싶다. 오탈자를 찾아내는 상사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  


그렇게 보이지 않던 오탈자가 상사 앞에서만 서면 보인다. 환장할 노릇이다. 상사 입장에서 오탈자 몇 개는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오탈자가 너무 많으면 인내의 임계점을 넘어간다. 특히 수치는 오타가 없도록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수치가 틀리면 상사의 신뢰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수치가 틀린 보고서를 바로 결재하는 간 큰 상사는 없다. 


오탈자가 너무 많으면 글이 성의없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오탈자가 반복되면 작성자 역량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보고서를 볼 때마다 내용보다는 오탈자를 먼저 찾게 된다. 정확한 문서를 가지고 오는 직원 보고서는 신뢰하게 된다. 심지어는 결재를 먼저 하고 내용을 보는 경우도 있다. 



소리내어 읽어보자. 


오탈자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맞춤법 검사기, 동료에게 찾아달라고 하기,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기 등이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보고서 작성 후에 소리를 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 어색한 표현, 틀린 표현을 찾아낼 수 있다. 급해도 천천히 소리내어 읽어보라.    


프린트해서 보면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모니터로 바라보는 세상과 현실의 세상은 다르다. 모니터로 보는 글과 프린트해서 보는 글은 다르다. 출력한 글을 소리내서 읽어보자. 전체적으로 흐름이 어색하지 않은지, 오타는 없는지 점검해보자. 소리내어 읽어보면 생각이 추가로 정리가 된다. 글쓰기를 퇴고하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는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 두어라. 


악마의 대변인은 가톨릭에서 유래하였다. 어떠한 인물을 성인(聖人)으로 추대하는 과정에서 그릇된 추대를 막기 위해 반대편에 서서 성인 추대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말한다.  


당신이 쓴 초안에 대해 까칠한 반대를 하는 ‘악마의 대변인’을 두라. 사람들이 항상 당신 초안에 대해 칭찬만 한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냉정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어려워진다. 당신의 초안에 대해 냉철하게 이야기해주는 악마의 대변인을 두어라. 동료 중에 솔직하게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이 있다면 찾아가라. 당신의 초안에 대해 조언을 구하라.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는가? 당신 안에 스스로 악마의 대변인을 두어라. 스스로 까칠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당신이 작성한 초안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는 것이다. 최종 보고 전에 의심하고 의심하자. 보고 시 상사 앞에서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면 스스로 모질게 굴어야 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 중에 필자와 커리어가 다른 박 부장이 있다. 필자와 바라보는 관점이 항상 달랐다. 필자 초안에 대해 항상 솔직하고 까칠한 조언을 하는 편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조언들이 불편했다. 하지만 실제 실행되는 과정에서 박 부장 조언들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지금도 보고를 준비할 때 항상 먼저 찾아간다. 초안에 대해 박 부장의 의견을 구한다. 오늘도 독설을 날리는 박 부장이 있다. 고마운 마음으로 조언을 듣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글쓰기의 최종 검토단계까지 왔다면 작성자 눈이 아닌 보고서 최종소비자의 눈으로 천천히 퇴고하자. 조금만 더 노력하면 글쓰기 마지막에 도착할 수 있다. 당신 글을 한 번만 더 읽어보고 고칠 부분을 찾아보다. 완벽하려고 애쓰자. 다만 진정한 완벽은 신의 영역임을 인정하고 마무리하자. <끝>  



※ 이 글은 완성이 아닙니다. 열려있는 결론입니다. 어떠한 아이디어나 조언이라도 좋습니다. 언제든지 댓글이나 이메일로 말씀해주세요. 당신과 같이 이 글을 완성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uarter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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