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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Dec 03. 2020

#10. 퇴고하면 최고가 된다. ①

"모든 초고는 걸레다." 
- 헤밍웨이



글쓰기 초안이 완성되었다면 이제 종착역이 눈 앞에 보인다. 초안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추가한다. 중복되는 내용을 삭제하기도 한다. 글의 맥락을 바꾸어보기도 한다. 다른 단어를 사용해본다. 조사를 적절하게 바꾸어 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당신의 글이 점점 읽을만한 글로 바뀌는 것이다. 이것이 퇴고다. 


이 글을 쓸 때 필자의 초고는 눈뜨고 보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퇴고를 통해서 그나마 당신이 읽을만한 내용으로 거듭난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는 두려움과 갈등을 겪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는 당신께 항상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초안을 그대로 보고하는 직장인은 없다. 백이면 백 모두 퇴고를 거친다. 퇴고에 따라서 환골탈태하는 보고서도 있다. 얼마 전 후배가 '조직 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아이디어가 창의적이었다. 팀원들이 모여 함께 퇴고를 했다. 초안은 아쉬웠지만 퇴고를 통해서 명품 보고서로 탈바꿈했다.   


첫 시도에서 완벽한 글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직장인의 글쓰기는 퇴고에 의해서 최종 완성된다. 일 잘하는 직장인은 쏟아내듯 일단 쓴다.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다. 그러는 사이 글은 완성도를 더해간다. 초고는 대부분 글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수 차례의 수정을 거치면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글이 탄생한다.  


대작가 버나드 쇼의  아내는 남편이 쓴 초고를 보더니 "이건 완전히 쓰레기잖아요?"라고 이야기했다. 버나드 쇼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래, 쓰레기나 다름없지. 하지만 일곱 번째 수정 원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라고" 응대했다. 그는 이렇게 퇴고를 거친 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수상 작가인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의 결말을 마흔 네 번이나 고쳐 썼다고 한다. 톨스토이도 <정쟁과 평화>를 무려 35년간 고쳐 썼다. 당신의 글도 퇴고를 거치면 최고의 글이 될 수 있다.   



짧은 글일수록 퇴고가 중요하다. 


<1 page proposal> 패트릭 G. 라일리는 퇴고의 7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1페이지의 짧은 글쓰기일수록 퇴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짧은 글에서의 실수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1. 흥미롭지만 불필요한 사실들을 잘라내라
2. 과다한 정보는 잘라내라
3. 뻔한 사항은 잘라내라
4. 같은 단어의 반복을 피하라
5. 형용사, 부사 및 꾸며주는 말들을 없애라
6. 지나치게 세부적인 것들을 제거하라
7. 동의어의 반복을 피하라


<게티이미지뱅크>



전지적 상사 시점 


퇴고의 가장 기본은 상사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글의 소비자가 상사이기 때문이다. 작성자의 눈으로 보는 것을 멈추고 상사의 눈으로 초안을 점검해야 한다. 보고서의 흐름은 매끄러운지, 팀과 회사에 도움이 되는 내용인지, 불필요한 내용은 없는지, 상사의 결심을 이끌어내는지, 상사의 눈으로 퇴고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글쓰기는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하수는 자기 생각을 적지만, 고수는 상사의 생각을 보고서에 적는다. 철저하게 상사의 눈에서 퇴고를 해야한다. 상사의 눈으로 퇴고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고서의 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첫째상사의 눈으로 글쓰기의 양을 조절하라 


"어느 조직이든 업무의 성격과 지위에 따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보고서나 기획서 분량이 있다. 회사원이라면 상사의 취향에 맞추어야 한다. 사장님이 평소 12포인트 글씨로 A4 반쪽이 넘는 보고서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평소 모든 글을 A4 반쪽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국장님이 10포인트 글씨로 A4 두 쪽 정도의 비교적 상세한 보고서를 선호하는 편이라면 그 비슷한 분량의 글을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민간 중소기업에서부터 육군본부와 대통령 비서실까지 조직사회에서 읽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어 분량을 정하는 것이 정답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중에서 


당신에게 불편한 메시지가 될지 모르겠다. 당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은 상사이다. 그들이 독자이다. 상사는 당신의 고객이다. 읽을 준비가 안되어 있는 상사에게  100페이지 짜리 보고서를 내밀어 보아야 의미가 없다. 많은 양의 상세한 보고서를 기대하는 상사에게 반페이지 짜리 보고서를 내밀면 낭패다. 상사가 원하는 분량에 맞추는 것이 기본이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조직 전반적으로 1페이지 보고가 정착되는 분위기이다. 쓸데없는 보고서를 줄여나가는 분위기다. 1페이지라고 해서 안심을 해서는 안된다. 1페이지 안에서 설명해야 한다. 설득해야 한다. 더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1페이지 보고서의 퇴고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둘째상사가 무엇을 강조하는지 관찰하라 


글의 내용중에서 상사가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있다. 상사가 어떠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아둔다면 글쓰기가 쉬워진다. 당신의 상사가 그의 상사에게 보고할 때 따라가게 된다면 귀를 열고 집중해서 들어보라. 많은 내용들 중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몇 번 반복되면 상사가 강조하는 부분이나 패턴을 알 수 있다. 퇴고할 때 상사가 중요하게 생각할 만한 내용을 미리 강조하라. 부각되도록 수정하라. 상사는 당신의 보고서를 자신의 것인 양 편안하게 느낄 것이다.  



셋째상사는 노안과도 싸우고 있다. 


서글픈 이야기다. 내가 모시던 임원분과 술자리가 있었다.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다. '글자가 10포인트 이하면 잘 안 보게 되더라'라고 고백하시는 것을 들었다. 노안이 와서 작은 글자에  집중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실무자 시절이라서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40대 후반이 되어 노안이 오고 보니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당신은 실무자로서 모든 이야기를 다 보고서에 빽빽하게 넣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모든 컨텐츠가 하나 하나가 자식 같을 것이다. 글자 포인트는 9포인트, 8포인트까지도 내려간다. 당신 글의 최종 소비자는 회사의 임원이나 경영진이다. 이들은 40대 중후반, 50대일 것이다. 빽빽한 보고서를 읽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보고서에 빽빽하게 당신의 생각을 넣었다고 뿌듯해하고 있는가? 당신 보고서의 최종 소비자인 고객은 당신의 보고서를 읽지 않고 있다. 자존심 높은 임원들이 노안 때문에 안 보인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당신 보고서에 핵심이 안 보인다고 질책할 것이다. 그들은 진짜로 안 보인다. 보고서로 싸워보기도 전에 이미 지고 들어간 것이다. 당신의 상사가 보고서를 읽게 하려면 폰트 크기까지도 생각을 해야 한다. <2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 이 글은 완성이 아닙니다. 열려있는 결론입니다. 어떠한 아이디어나 조언이라도 좋습니다. 언제든지 댓글이나 이메일로 말씀해주세요. 당신과 같이 이 글을 완성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uarter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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