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 Dec 07. 2020

#11. A4 한 장으로 승부하라

1 Page Proposal


"1 Page Proposal은 나의 성공 비결 중 하나요. 
당신에게도 매우 귀중한 성공 비결이 될 수 있소. 
거래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있는 사람치고 
한 쪽 이상의 분량을 읽을 만큼 시간이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문 법이오.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소." 

                                                패트릭 G. 라일리 <One page  proposal >



열정 넘치는  대리의 50페이지 보고서


'공장 조직문화 개선'에 대해 검토를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필자가 기획실에 전입온지 얼마 안되었던터라 의욕이 불타올랐다. 공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자신있었다. 공장 상황도 조사하고, 공장 현장관리자 인터뷰도 진행했다. 경쟁 기업 사례도 정리했다. 현장 사진도 첨부했다. 5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보고서가 되었다.


"팀장님! 보고서가 완성되었습니다."

'김 대리 잘했어 역시 소문대로 일을 잘하는구만'이라는 칭찬을 잔뜩 기대했다.

최 이사는 새로 전입온 대리가 정성스럽게 작성을 해오니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대보다 더 열심히 조사를 했는걸? 한 번 볼까"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는 최 이사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김 대리! 보고서 내용이 너무 많아서 지금 판단이 어려우니 잠시 후에 오세요"


잠시 후에 최 이사가 불러서 자리로 갔다.

"김 대리! 현장 조직문화의 핵심이 중간관리자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어디에 있나요?

"25페이지에 내용이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들이 추진되는데 예산은 어떻게 하죠?"

"40페이지에 있습니다."

"김 대리, 이 보고서에서 말하려는 것이 뭡니까? 

"공장 조직문화를 바꾸자는 것입니다."

"김 대리! 추진하려는 내용이 전반적으로 담겨있는데 최종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핵심만 한 장으로 간단하게 정리를 해주세요"


허탈했다. '모든 내용이 다 핵심인데 무엇을 정리하라는 것일까? 모든 아이템이 다 중요한데 어떻게 요약을 하나? 일단 실행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필자의 보고서를 다시 열어보고 얼굴이 화끈해졌다. 과제 간 균형도 맞지 않았다. 내용도 이것저것 다 해보자고 하는 제안이었다. 보고서 양만 믿고 글을 잘 썼다고 생각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상사는 수십 건, 수 백건에 달하는 보고서를 받아 본다. 당신 보고서만 검토하고 있을 수 없다. 다 읽을 수도 없다. 아무리 좋은 말도 양이 늘어나면 보기 싫은 것이 상사 마음이다. 당신이 주장하는 바를 최대한 간략하게 요약해야 한다. 



   보고서인가?


첫째 장 보고는 생산성이 높아진다. 쓸데없이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면 과도한 업무시간이 투입된다. 보고서를 한 장으로 작성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보고서 양을 늘리기 위해 필요 없는 장표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필요 없는 보고서 페이지를 만드는 시간만 절약해도 생산성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둘째상사의 시간이 절약된다필자도 회사에서 중간관리자로 있다. 토해야 하는 보고서들이 몇 개씩 된다. 필자가 모셨던 임원들의 책상에는 언제나 검토하고 결재를 해야 하는 보고서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한 장 보고서는 상사가 의사결정하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당신이 상사의 의사결정하는 시간을 줄여주면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일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보고서 양이 너무 많다.


필자의 본부장에게 질문했다. '직원들을 위해 글쓰기에 관한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곰곰이 생각하시더니 한 마디했다. '최근 보고서들이 내용이 너무 많다보고서를 압축하여 쓰는 것도 능력이다'라는 것이다. 실무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겠지만, 임원과 경영자 입장에서 '궁금한 것은 한 가지'라고 한다. '명확한 결론'이다.  


소프트뱅크에서 분초를 다투는 손정의 사장은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사무실에서 자리 잡고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엘리베이터 앞, 화장실 앞 등 짧은 시간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바로 보고한다. 소프트뱅크에 필요한 보고서는 손정의를 10초 안에 설득할 수 있는 보고서다. 딱 보고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드는 보고서'다. 손정의 사장에게 결재를 받으려면 1페이지 보고서여야 한다. 10초 안에 판단할 수 있는 한 장 짜리 보고서여야 한다.



  보고서를 요구한 레이건 대통령


레이건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에 모든 보고서를 한 장으로 작성하여 올리도록 하였다. 보고 문화 정착이 레이건을 미국에서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도록 만들었다. 


미국의 공문서는 어려운 글쓰기로 악명이 높다. 일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기로 유명하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후 정부 문서를 쉽게 작성하라는 대통령령(Presidential Act)을 내렸다. 보좌관들이 작성한 이해하기 어려운 공문서에 분노했다. 그래도 변화가 되지 않았다. 보고서를 들고 온 보좌관을 향해 소리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요점만 말해. 이 바보야!(Keep It Simple, Stupid!)”

당신 상사도 지금 당신에게 마음 속으로 이렇게 소리치고 있을지 모른다. "요점만 말하라고. 이 바보야!"



처칠도 강조한   보고서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은 한 장 이상의 보고서는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정부 각료들에게 메모를 보냈다. "우리에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서류를 읽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서류의 대부분이 너무 길어 시간이 낭비되고 있고 요점을 파악하는 데 불필요한 시간이 걸립니다. 여러분들이 보고서를 좀 더 짧게 만들도록 배려해주었으면 합니다"



도요타의 종이 한 장으로 요약하는 기술


도요타는 경영학 차원에서 여러모로 연구 대상이 되는 기업이다. 안정적 노사관계, 철저한 원가절감, 자동차 기술 연구, 강력한 인재육성, 독특한 경영철학 등에서 시사점이 많다. 글쓰기 측면에서 참고할 만한 것은 한 장 보고문화이다. 삼 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통 보고서 양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한 장 보고서이다. 회의할 때는 한 장 짜리 보고서를 가져와서 짧은 시간 안에 의사결정을 한다. 핵심이 담긴 보고서 한 장이 도요타의 의사결정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고서의 구조


한 장 보고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 먼저 한 장 보고서의 양식이다. 직원들이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않도록 글자 모양, 폰트 크기, 작성 구조를 정해주는 회사가 있다. 이러한 경우 조직과 직장에서 정해주는 양식을 최대한 활용하라. 이 표준 양식을 활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보고서 구조는 목적에 따라 각기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이 되는 구조는 동일하다. 기본적인 구조는  도입문,  사실관계,  내용,  결론(해결책제안권고, 검토 의견, 향후 계획결과시사점)이다. 이를 기본 구조로 하고 보고서 목적에 따라 조금씩 변형하여 작성하면 된다.  


첫번째는 도입문이다. 제목, 요약, 검토배경, 목적이 들어간다. 보고서는 제목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요약에는 보고의 전체 내용을 적어 주는데 보고서가 1장을 넘어간다면 삭제해도 무방하다.  보고서를 검토하는 배경이나 목적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검토 배경이나 목적이라면 빼도 된다.


두번째는 사실관계이다. 추진사항, 현황 같은 내용이다. 배경이 되는 사실관계를 작성하면 된다. 업무 추진 사항, 업무 현황, 추진 경과와 같은 내용을 적어준다. 시간대별로 의미가 있는 경우라면 날짜별로 적어둔다. 너무 상세해서 1장이 넘어갈 것 같으면 첨부로 넣어도 좋지만,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핵심만 적어준다.


세번째 내용이다. 보고서의 주된 내용을 적는다. 분석 결과, 문제점, 예상 리스크 등이 해당된다. 보고서 목적에 따라 내용도 달라진다. 행사 계획 보고라면 세부 일정이 들어가고, 동향을 보고하는 경우에는 동향 내용이 들어간다. 경쟁사 벤치마킹 보고라면 경쟁사를 분석한 내용이 들어간다. 


번째 결론이다. 해결책, 제안, 권고, 검토 의견, 향후 계획, 결과, 시사점 같은 내용이다. 보고서의 가장 핵심이 되는 단락으로 작성 시 가장 많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결론에는 실무자 의견이 들어가고 실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결론이 빠진 보고서는 상사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없다. 문제점에 대한 보고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결론(해결방안)이 없는 보고서는 상사를 맥빠지게 할 수 있다.


한 장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상사이다. 상사와 일을 하다보면 상사가 좋아하는 보고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상사 스타일에 맞추어 한 장 보고서를 구성하면 된다. 상사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무엇을 원하는 지를 보고서에 담는 것이 중요하다.  



  요약을 하라


보고서를 잘 쓰는 컨설팅 회사 보고서를 보면 특징이 있다. 한 장표에 아무리 내용이 많더라도 한 줄 요약을 집어넣는다. 바쁜 경영진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경우에는 핵심 한 줄에 집중한다. 


한 줄 요약은 상사에게 보고할 때 힘을 발휘한다. 음식을 먹기 전에 메뉴를 알려주는 것과 같다. 오늘은 '등심스테이크가 메인인 요리입니다.'라고 말해주면 식사를 하는 사람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위장이 스테이크를 소화할 준비를 한다. 한 줄 요약을 본 상사는 보고 내용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오늘 이런 내용이 보고되겠구나'하고 들을 준비를 한다.


보고서 내용이 복잡해 상사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한 줄 요약이 유용하다. 보고를 하는데 상사가 집중을 못하면 한 줄 요약을 먼저 이야기하고 상사 반응을 기다려보자. 상사가 전체 내용을 눈으로 훑은 후에 질문을 해오면 그 때 보고를 이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보고서의 최종 소비자를 염두에 두자


당신 상사가 한 장 보고서를 부담스러워한다면 보고서의 최종 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 보고서만으로 상사의 상사에게 설명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최종 결재권자가 할만한 질문을 예상하여 첨부를 만들어주면 상사도 곤란해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상사가 한 장 보고를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더라도 스트레스 받지 말자. 한 장 보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무조건 한 페이지만 고집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상사가 많은 양의 보고서를 요구하는 경우다. 요약 페이지를 만드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어라. 핵심은 '한 장 요약'와 '첨부'다. 한 장으로 요약한 내용을 보고하고, 나머지는 첨부로 배치하는 것이다.


'해외 거점 합리화 방안, 신상품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기획은 한 장으로 모두 담기가 어렵다. 각각의 장표를 만든 후에 전체가 완성이 되면 요약(Excutive Summary)을 만든다. 요약으로 보고하고, 첨부는 필요할 때 설명한다. 상사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첨부에서 골라보면 되기 때문에 한 장 보고서 만으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한 장 보고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한 장 보고서를 쓰는 데 정답은 없다. 상사마다 원하는 스타일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한 장 보고서의 구조를 따르고, 상사 스타일에 맞게 보고서를 수정하면 된다. 이 글을 통해서 한 장 보고서에 대한 기본기를 갖추었다. 오늘 한 장으로 보고서 마무리하고 빨리 퇴근하자. <끝>



※ 이 글은 완성이 아닙니다. 열려있는 결론입니다. 어떠한 아이디어나 조언이라도 좋습니다. 언제든지 댓글이나 이메일로 말씀해주세요. 당신과 같이 이 글을 완성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uarterb@naver.com)

매거진의 이전글 #10. 퇴고하면 최고가 된다. 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