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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Dec 10. 2020

#13. 직장인 글쓰기는 노트에서 시작한다. (上)

인사팀 김 부장은 ’그룹 우수인재 유치 전략‘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팀 회의를 호출한다. 회사의 채용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해당 전략을 위해 필요한 주요 업무들을 이야기한다. 팀 막내인 박 대리가 눈만 멀뚱멀뚱 뜨고 김 부장을 쳐다만 보고 있다. 김 부장의 마음속에 걱정이 몰려온다. ’박 대리가 이 과제들을 다 기억할까?', '자기 업무분장이 무엇인지 기록을 해야 하지 않나?' 


역시나 이틀 뒤 박 대리가 가져온 보고서에는 전혀 엉뚱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팀장인 김 부장 생각은 반영이 안 되어 있고, 박 대리가 조사한 몇 가지 내용만 달랑 들어가 있다. '이러면 무엇하러 박 대리랑 그토록 긴 시간 회의를 했나?'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왠지 팀장인 자신이 무시당한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생각해보자.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김 부장이 박 대리를 잘 평가할 수 있을까? 장인에게 노트는 전장의 총과 같다. 상사가 업무지시를 한다면, 당신이 회의에 참석한다면 노트를 먼저 집어 들어야 한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다이어리라도 좋고,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대학노트라도 좋다.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쓰기가 가능한 에버노트(Evernote), 원노트(OneNote)라도 상관없다.  


회사 내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을 보면 어떤 형태로든 자신만의 노트 작성법을 가지고 있다. 기록은 기억을 앞서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글쓰기는 노트에서 시작한다.

  


류현진의 노트메이저리그를 정복하다. 


류현진은 2013년부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포수의 사인대로 공을 던지는 선수였다. 포수가 시키는 대로 던지기만 한 것이다. 그렇게만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선수에 속했다. 2015년 그에게 치명적인 어깨 부상이 찾아온다.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이 류현진의 야구인생이 그렇게 끝날 것이라고 했다. 30대를 넘어선 투수의 어깨 수술은 재기 성공률이 7%도 안 되는 도박이다. 수많은 천재 투수들이 어깨 부상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류현진도 어깨 수술 후 구속의 저하가 찾아왔다.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구속이 된 것이다. 좌절하는 대신 류현진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한 가지를 시작한다. 노트를 적는 것이다. 경기 전날 상대팀 타자의 영상을 미리 본다. 이 타자의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적는다. 다음 날 볼 배합을 미리 생각하면서 적어둔다. 적고 생각하고 다음 날 경기를 미리 상상해본다. 재기를 위해 그저 노트에 상대팀 타자와 볼배합을 적었을 뿐이다.  


류현진 선수는 2019년 방어율 2.32로 메이저리그 방어율 타이틀을 차지한다. 화려하게 재기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에서 최고의 선수가 된다. 노트를 작성하면서부터 다른 선수가 된 것이다. 경기에 미리 이겨두고 나가는 것이다. 상대 타자를 이미 아웃시키고 경기에 임한 것이다.  


류현진 선수는 2019년 시즌을 마치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8000만 달러 FA 계약을 한다. 한화로 900억 원이다. 류현진 선수는 2020년도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 (단축시즌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 코로나 19로 힘든 대한민국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와 희망이 되고 있다. 노트 쓰기가 아니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기적이다.                                                    


  경기 중 덕아웃에서 상대 타자 분석이 적힌 노트를 보고 있는 류현진 선수 <애너하임 AP>



노트쓰기로 당신의 천재성을 이끌어내라 


여기 자존심 강한 전도유망한 과학자가 있다. 어느 날 연구와 글쓰기가 갑자기 막히는 일명 블록현상에서 좌절하게 된다. 좌절감, 상실감이 마음을 지배했다. 해서는 안 되는 결심을 한다. 교수실 문을 걸어 잠그고 죽기를 결심했다. 유언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첫 기억부터 시작해서,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못난 아비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쓰고 또 써내려갔다. 미친놈처럼 3일 밤낮을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그저 쓰기만 했다. 


노트를 쓰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방문한 재래시장에서 깻잎을 파는 할머니의 주름살을 보면서 마음의 깨달음을 얻는다. '위대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구나, 살아내는 것이 위대하구나.' 그 날 이후 노트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3~4일간 글을 몰아 쓰고 1~2주면 책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한동대학교 기계제어공학부 이재영 교수의 이야기다.  


이 교수는 노트에 대한 4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① 정자체로 또박또박 쓰기, ② 쓴 노트는 반드시 다시 보기, ③ 노트 처음 20%를 단숨에 쓰기, ④ 수첩을 활용하기’이다. 특히 노트를 다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인 중에는 노트를 쓰되 다시 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노트를 제대로 활용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트를 다시 볼 수 있어야 기억이 정리되고, 생각이 확장된다.  


유튜브강의 : 노트쓰기로 당신의 천재성을 끌어내세요(이재영 교수)

https://www.youtube.com/watch?v=g-39OF50pUw&t=18s



천재들의 노트 엿보기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회화, 건축, 음악, 수학, 철학, 해부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적인 업적을 남겼다. 그는 23세부터 죽을 때까지 4만여 장의 노트를 남겼다고 한다. 그의 천재성과 열정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노트 안에서 글을 쓰는 다빈치는 천재가 아니다. 그저 글쓰기를 하는 평범한 인간이다. 우리처럼 천재들을 질투하고, 열등감을 느꼈다.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노력하고 노력하는 인간이었다. 노트를 쓰고 또 쓰면서 좌절을 딛고 천재적인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 


빌 게이츠가 3천 만 달러에 구입한 다빈치의 노트 (코덱스 레스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죽는 그 순간까지 노트를 썼다고 한다. 그에게 노트는 자신이 연구한 것을 기록하는 공간이었다.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방대한 실험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적는 기록의 공간이었다. 그에게 노트와 글쓰기는 연구를 지속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가 되었다.  

어느 날 아인슈타인이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자, 그의 아내가 찾아 나섰다. 그녀는 현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노트에 글쓰기를 하면서 몰입하고 있는 아인슈타인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렇게 남편을 문 앞에서 발견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은 노트 안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노트 안에서 위대한 과학자의 실험들을 해나갔다. 노트 안에서 몰입했던 것이다.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는 ‘패러데이 법칙’을 발견한 천재 과학자이다. 14살 제본소 제본공이 어느 날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노트를 쓰기 시작한다. 수만 페이지의 노트를 쓰면서 영국 왕실이 인정하는 천재 과학자가 되었다. 가난한 제본소 제본공도 노트쓰기를 통해 천재 과학자로 자기 혁명을 이루었다.  


패러데이의 노트 (출처 : Royal Institution)

이 시대의 글쓰기 천재들은 천재여서 노트를 남긴 것이 아니다, 노트를 쓰면서 천재가 된 것이다.
<하편에서 계속>


※ 이 글은 완성이 아닙니다. 열려있는 결론입니다. 어떠한 아이디어나 조언이라도 좋습니다. 언제든지 댓글이나 이메일로 말씀해주세요. 당신과 같이 이 글을 완성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uarter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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