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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Feb 28. 2021

공주는 잠 못 이루고

Nessun dorma(네순 도르마)

휴일 아침,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의 '네순 도르마'를 들었다. 곡의 마지막 부분인 '빈체로~~~♩'를 들을 때는 전율이 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97SC9MZAFYA



공주여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들리...♬


한국인에게 친숙한 오페라 아리아가 있다. '오알못(오페라를 알지 못하는 사람)'인 내 귀에도 익숙한 아리아다. 'Nessun dorma(네순 도르마)'다. 이태리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에 나오는 아리아다. 한국에서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고 의역되었으나, Nessun dorma의 정확한 번역은 '아무도 잠들지 말라'이다.


nessun[네순]은 nessuno(아무도~않다)에서 모음 o가 축약된 것이다. 로망스계 언어에서 접두어에 ne-가 들어가면 부정의 의미가 들어가는 것이 많다.

dorma[도르마]는 동사원형 dormire(자다)에서 3인칭 명령법 동사변화를 한 것이다.


투란도트(Turandot)는 중국 베이징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이다. 황제의 딸 '투란도트'가 공주에게 청혼한 남자들에게 3개의 수수께끼를 낸다. 만약에 풀지 못하면 목을 베어버린다. 멸망한 작은 나라 왕자 '칼리프'가 공주 미모에 반하여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칼리프 왕자는 3개의 문제를 모두 맞춘다. 그리고 역으로 공주에게 '자신의 이름을 맞추라'는 문제를 낸다. 만약 공주가 왕자의 이름을 맞추면 왕자는 목을 내놓고, 그렇지 못하면 왕자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건다.


공주 투란도트는 왕자의 이름을 알아낼 때까지 베이징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아무도 잠들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것이 'Nessun dorma'다. 왕자는 내기에서 이길 것으로 확신하고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들리...♪ 새벽이 되면 나는 이기리...♩"라고 노래한다.


세계적인 테너들도 Nessun dorma를 부를 때는 긴장한다고 한다. 아리아 마지막 부분인 'Vincerò(빈체로, 이기리)'의 음이 높아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서라고 한다. 



평범한 휴대폰 판매원의 Nessun dorma(네순 도르마)


2007년 영국의 TV 경연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렌트>에 초라한 중년의 남자가 섰다. 휴대폰 판매원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에는 왕따를 당했고, 큰 교통사고도 당했다고 한다. 종양으로 인해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Nessun dorma를 부르겠다고 했다. 노래를 통해 꿈을 이루고 싶다고도 했다. '조금은 어수룩한 남자가 이렇게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를 부를 수 있을까?' 심사위원을 포함해서 모두가 의심했다. 그의 입에서 Nessun dorma가 흘러나오자 모두 전율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그에게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Nessun dorma를 통해 꿈을 이룬 폴 포츠(Paul Potts)의 이야기다.



1:05초경, 전혀 기대를 하지 않던 심사위원들의 깜짝 놀란 표정이 재미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C9Qq79izJ4



Nessun dorma 가사


나는 이태리어를 할 줄 모른다. 눈으로 천천히 노래 가사와 번역을 따라가보았다. 




생각보다 아는 단어가 많네...!!


잘 모르는 이태리어지만 곰곰히 들여다보면 모양이 익숙한 단어들이 제법 있다. 라틴어를 어원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언어들과 비슷한 모양의 단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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