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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Dec 09. 2020

#12. 그래도 매일 써라


위대한 작품은 힘이 아니라 인내에 의해 이뤄진다.
하루에 3시간씩 활기차게 걷다보면 7년 후에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새뮤얼 존슨



매일이 쌓여 위대한 글이 된다.


필자는 새로 전입오는 후배들에게 매일 글쓰기를 하도록 지도한다. 업무 특성상 글로벌 동향을 쓰도록 한다. 해외법인에는 다양한 이슈들이 있다. 인사 이슈도 있고, 생산 이슈도 있다. 안전 이슈도 있다. 발생한 이슈들을 하나씩 분석해보는 것이다. 하루에 한 가지씩 쓰면 1년이면 200여 개 주제를 분석하게 된다. 매일 쓰면 글쓰기 실력이 성장한다. 더불어 글로벌 전문가가 된다.


1년 전에 전입온 후배가 최근에 보고서를 작성했다. 생각보다 잘 써서 놀랐다. 해외법인에서 발생한 문제의 시사점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한 해 동안 써온 글로벌 동향이 실력을 향상시킨 것이다. 업무 보고서는 쓰면 쓸수록 실력이 늘어난다.


글쓰기에는 글쓰기 근육이 필요하다. 글쓰기 근육은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다. 훈련은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매일 하는 것이다. 



글쓰기의 거인들은 매일 쓴.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원고지 20매를 작성했다고 한다. 잘 써진다고 20매보다 더 쓰는 것도 아니다. 안 써진다고 그냥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 매일 매일 원고지 20매를 작성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하면 한 달에 600매, 반년이면 3,600매 분량이 나온다. 매일의 채움이 지나면 책이 한 권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노르웨이의 숲》과 같은 대작들이 나왔다. 43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였으며 일본 내 소설 최대 발행부수 신기록을 세우는 등 일본 전국적으로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루키는 매일 썼을 뿐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18년의 유배 시간 동안 500여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과골삼천(踝骨三穿)'이다. 복숭아뼈가 3번 구멍이 나도록 글을 읽고 책을 썼다. 유배지에서 매일 글을 썼다. 독자가 없어도 하루를 글쓰기로 채워나갔다. 매일 쓰기가 다산 정약용 선생을 조선의 위대한 학자로 만든 것이다.


<매일 아침 써봤니?>,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저자 김민식 PD도 매일 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고백하고 있다. 김민식 PD는 매일 블로그를 쓴다. '글이 재미있을지, 사람들이 보러올지, 글을 흉보지는 않을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그저 쓴다고 한다. 김 PD는 드라마국에서 송출실로 부서 변경되었다. 힘든 상황에서 매일 글쓰기 했다. 자신의 의미를 찾기 위해 매일 글을 썼다. 그 글들이 모여 7권의 책들이 되었다. 그저 매일 썼다.


엔절라 더크워스(Agela Duckworth)는 그녀의 책 <그릿 (Grit)>에서 '인생에서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끈기다. 그릿(Grit)이란, 한 가지를 꾸준히, 오랜 기간 동안 추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릿은 재능을 압도하며, 진정한 성공의 비결은 그릿이다. 질적으로 높고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직장인의 글쓰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매일 꾸준하게 반복하는 것이다. 


소설가 김훈의 필오서(必五書)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를 악물고 반드시 하루 5페이지의 원고지를 쓴다. 그렇게 5페이지가 모이고 모여서 <남한산성>이 되고 <칼의 노래>가 되었다. 우리라고 못할 것이 무엇인가? 매일 조금씩만 써내려가면 된다.



매일 쓰면 자신감이 생긴다.


매일 무엇인가를 쓰면 글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 당신은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가? 자신감은 당신에 대한 믿음이다. 믿음은 매일 꾸준하게 무엇인가를 하는 성실함에서 나온다. 매일 글을 쓰다면 스스로를 믿을 수 있게 된다. 글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상사에게서 글쓰기에 대한 업무 지시가 내려오더라도 자신있게 임할 수 있다.


당신이 글쓰기 실력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동료와 선배들도 첫 글이 있었다. 매일 쓰는 훈련을 통해,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통해 오늘의 위대한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일단 매일 펜을 들어야 한다. 매일 키보드를 두드려야 한다. 한 문장이라도 좋다. 한 장이라도 좋다. 매일 한 장만 두드리면 1년이면 책이 한 권이다. 매일 무엇을 쓸 것인가?


<게티이미지뱅크>



첫째업무 관련 기사 요약하기를 하라


직장인의 가장 기본은 업무 관련 글쓰기를 잘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일하는 산업과 관련된 신문기사들을 찾아서 요약을 해보라. 경영 관련 잡지도 좋은 글쓰기 재료다. 기사를 읽고 핵심 내용을 요약해서 써보는 것이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신문 스크랩이 있다면 쉽게 글쓰기 재료를 찾을 수 있다. 자신이 속한 산업에 관련된 기사를 매일 요약하면 글쓰기 실력이 늘어난다. 


필자는 자동차 산업에서 일하고 있다. 2020년 요약한 글들을 보면 '코로나 19 전망, 우버의 코로나 대처법, 차박에 꽂힌 2030세대, 고성과 조직의 공통분모, 이재용은 왜 펠리세이드를 타고 왔나, 전기차 굴리고 남은 배터리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버는 왜 자율주행차 사업 매각했나' 이런 기사들이다. 


업무 관련 지식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매일 하면 자신이 속한 산업과 관련된 지식이 단단해진다. 요약하다보면 보고서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기사 요약하기를 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어서 '코로나 19 관련 미국 노동환경 분석'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평소 요약을 해둔 덕분에 쉽게 작성할 수 있었다. 평소 큰 흐름을 잡아두어서 편안하게 작성할 수 있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처음부터 글쓰기 실력자가 될 수는 없다. 매일 당신이 일하는 산업에 관련된 기사를 읽고 요약하라. 당신의 생각을 적어보라. 3개월이면 이야기할 거리들이 생긴다. 6개월이면 당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이야기할 수 있다. 1년이면 책도 쓸 수 있는 실력이 된다. 필자의 경우에 이러했다. 필자보다 뛰어난 사람이라면 훨씬 빠른 시간 안에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목표를 매일 쓰라.


1979년 하버드 MBA 졸업생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목표에 대한 연구이다. 졸업생의 84%는 인생의 목표가 없었다. 13%는 목표가 있었지만 따로 쓰지는 않았다. 3%의 졸업생들은 자신의 목표와 달성 계획을 적어두었다. 10년을 추적 관찰을 했다. 10년 후 뚜렷한 목표를 가진 3%는 나머지 97%보다 무려 평균 10배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조사되었다. 


동기부여 강의에서 이미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삶과 직장생활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가능한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목표를 글로 남기는 것에 멈추지 않고, 매일 쓰면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는 10년을 실천해오고 있다. 돌이켜보면 깜짝 놀랄 성취들이 있었다. 주재원 경험이 그랬다. 주재원으로 나가고 싶다는 목표를 플래너에 적었다. 당시 국내 업무를 담당하는 팀에 있었다. 해외 업무 부서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주재원을 다녀오게 되었다. 


올해는 작가의 꿈이 그렇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출간을 목표로 정하고 '올해는 책을 발간한다'를 매일 3번씩 수첩에 적었다. 출간하자고 약속한 출판사가 없어도 매일 목표를 썼다. 거짓말처럼 좋은 출판사를 만나서 11월에 출간 계약을 했다. 목표 쓰기의 힘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 장기, 중기, 단기 목표를 정해서 매일 3번씩 쓴다. 글에는 힘이 있다. 쓰기에는 강력한 끌어당김이 있다. 마음 속으로만 목표를 생각만 하지 말고 매일 쓰기를 통해 세상으로 끌어내자. 눈으로 보면서 목표가 이루어지도록 강력하게 염원하는 것이다.


목표를 정하고 매일 쓰기를 하면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위로를 받는다. 직장생활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원치 않아도 찾아온다. 목표를 매일 적으면 위안과 위로를 받는다. 작은 고난에 흔들리지 않게 된다.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다.



셋째매일 감사를 쓰자.


미국의 작가 팀 페리스는 200명이 넘는 타이탄(자기 분야에서 월드 클래스에 오른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그들의 공통점을 모아 '타이탄의 도구들(Tools of Titans)'를 썼다. 인생의 거인들은 아침을 열어가는 루틴을 가지고 있었다. 잠자리 정리하기, 명상하기, 한 동작을 5~10회 반복하기, 차 마시기, 아침 일기 쓰기이다. 아침 일기에서는 매일 감사하게 여기는 것을 3가지 쓰도록 조언하고 있다. 


필자도 감사 일기를 매일 쓰고 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삶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사의 감정들을 써내려간다. 대단한 감사를 적는 것이 아니다. 아내, 아이들, 친구, 동료, 건강, 경험, 기회, 만남, 지식, 작은 성공 경험 등 그저 그런 내용들을 적는다. 아침의 짧은 명상이 된다. 흔히 이야기하는 소확행을 감사 일기를 쓰면서 느낄 수 있다. 


주재원 시절 필자의 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두 팀원 간의 갈등이 전체로 번져 조직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팀 내부의 불편한 진실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다. 리더로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괴로웠다. 리더로서 최선을 다했는데 팀이 망가져가는 것에 상실감, 무기력감을 느꼈다. 극한의 스트레스에 몸이 반응했다.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이유없이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문서를 작성하는 데 손이 덜덜 떨렸다. 증세는 점점 심해졌다. 주말에는 증세가 없다가, 일요일 저녁부터 출근할 생각을 하면 증세가 나타났다. 나중에야 알았다. 일종의 공황 증상이었다. 극한의 스트레스에 몸이 반응한 것이다. 해외에 있는 상황에서 마음에 찾아온 감기를 치료하기 어려웠다. 스스로 치유해야만 했다.


이 때 필자의 마음을 다잡아 준 것이 목표 쓰기와 감사일기였다. 매일 감사를 찾으면서 위로를 받았다. 어려운 상화에서도 감사할 거리가 있다는 것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가슴 한 켠에서 몽글몽글 따뜻함이 피어오르는 날도 있었다. 마음에 찾아온 감기는 더 심해지지 않았다. 아침에 1분이면 할 수 있는 것이 감사 일기 쓰기이다. 아침에 1분짜리 마음의 백신을 맞아두면 하루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매일 3~4줄이라도 좋다. 1년이면 1000줄을 쓸 수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두드린 글들이 모여서 당신의 실력이 된다. 필자도 20년 동안 직장에서 매일 글쓰기를 했다. 그 덕분에 오늘 이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매일 펜을 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당신의 머릿속의 생각을 노트에 적어두라.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키보드로 두드리자. 글로 남겨두자.


꾸준하게 오늘을 채워야 가치있는 내일이 있다. 매일 매일 쓰는 습관을 가지면 직장 내 글쓰기는 해결이 된다. 매일 걷기를 해야 건강하다. 매일 써야 당신의 글쓰기는 건강해질 수 있다. 당신은 매일 무엇을 쓸 것인가? <끝>




※ 이 글은 완성이 아닙니다. 열려있는 결론입니다. 어떠한 아이디어나 조언이라도 좋습니다. 언제든지 댓글이나 이메일로 말씀해주세요. 당신과 같이 이 글을 완성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uarter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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