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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Dec 14. 2020

#14. 직장인의 글쓰기는 설득이다.


기획팀에 있을 때 필자와 비슷한 연배의 최 과장이 있었다. 일도 잘하고 뛰어난 동료였다. 보고서를 올리면 팀장과 항상 논쟁이 붙었다. 팀장 조언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자신 생각을 팀장에게 관철시키려고만 했다. 팀장을 논쟁으로 이길 때도 있었다. 최 과장의 연말 고과는 항상 기대보다 낮았다. 최 과장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이해하지 못했다.


직장인 글쓰기는 상사를 진심으로 마음먹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상사가 당신 제안대로 하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것이 글쓰기 목적이다. 상사가 당신의 글에 반하여 진심으로 움직이면 대부분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 상사를 설득했다는 것은 당신 글과 관련된 사람들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을 가지고 상사와 논쟁하지 말라


데일 카네기는 <인간 관계론>에서 논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논쟁을 하고 반박을 하면 상대방을 이기는 경우도 있다. 그 승리는 헛된 것이다. 상대방의 호감을 절대로 얻을 수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논쟁에서 승자는 없다. 부하 직원의 날 선 논쟁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상사는 거의 없다. 상사는 업무에 있어서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상사로서의 자부심과 자존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논쟁에 열린 상사를 만났다면 행운이라고 생각하자.)


상사는 회사에서, 관련 사업에서 오랜 경험이 있다. 당신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경영층에 근접하여  더 높은 수준의 정보를 얻는다. 상사와 논쟁을 해서는 이기기 어렵다. 당신이 이겼다고 하더라도 상사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상사의 마음은 논쟁으로 바뀌지 않는다. 글을 가지고 상사와 논쟁하는 것이 아니다. 글로 상사를 설득하는 것이다.



상사를 설득하는 말 습관


원 과장은 팀에서 가장 오랜 근무한 직원이다. 팀장을 비롯하여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원 과장보다 부서 전입이 늦다. 당연히 원 과장이 부서 업무의 이력을 가장 많이 알고 있다. 원 과장은 팀장에게 보고를 할 때면 팀장과 논쟁을 벌인다. 팀장이 부서 업무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팀장님! 잘 모르셔서 그런데.. 이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주장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인다. 팀장은 원 과장과 일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꼭 원 과장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다른 직원에게 일을 맡긴다.


상사가 모든 것을 잘 알 수는 없다. 상사가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 답답하다. 상사가 잘못된 해결책을 제시하면 큰일 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깊게 고민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당신이 더 전문가일 수도 있다. 상사에게 '그건 아닙니다.'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다고 생각해보자. 상사도 자신은 없지만 해결책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일언지하에 부하직원으로부터 반대 의견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상사의 의견 반대 → 자신의 의견 주장하기가 아니라,

상사의 의견 인정 → 자신의 의견 제안하기로 가야 한다.


'팀장님 말씀대로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경우는 이런 방법도 생각해   있을  같습니다.'라고 상사 권위를 존중해주면서 자신의 주장 글을 펼치는 것이다. 지난 20 동안 상사와 논쟁을 자주 하는 직원이 임원까지 가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상사는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어 한다. 솔직해지자. 당신의 후배 사원이 당신의 글에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면 항상 웃는 표정으로 그 후배를 대할 수 있겠는가? 상사의 의견에 항상 논쟁을 벌이는 직원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시 강조하지만, 상사와는 논쟁하는 것이 아니고, 설득하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남의 떡이 커 보인다. 


반드시 상사를 설득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심리학적으로 '대조효과(The Contrast Principle)'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상사의 결정을 위해 보고서에 2가지 옵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상사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정말로 당신이 추진하고 싶은 안이 있다면 그보다 약간 부족한 안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대조효과다.


상사들은 항상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매여있다. 한 가지 해결책만 가지고 가면 상사들은 일단 합리적인 해결책인지 의심을 해본다. 2가지 안이 있다면 Yes or No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전제조건은 당신이 설득하고 싶어 하는 제안이 최선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손한 목적을 가지고 대조효과를 이용한다면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있다.


옵션이 많은 것도 좋지 않다. 부득이한 경우라도 3개를 넘어가서는 안된다. 비즈니스는 배스킨라빈스 31이 아니다. 골라먹는 재미를 주는 것이 아니다. 옵션이 너무 많으면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준다.



보고부터 시작하는 문전 걸치기 기법 (The foot in the door technique)


'단계적 요청기법' 이라고도 한다. 1996년 심리학자 프리드만 (J.I Freedman)과 프레이저(S. C. Fraser)에 의해 처음 연구가 진행이 되었고, 후에 '문간에 발 들여놓기'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작은 요청에 동의하게 되면 나중에  요청에도 동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처음의 요청과 다를 수도 있는 다른 요청에도 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 이해하기 쉽게 실험 결과를 한번 보자. 미국의 정원이 있는 집이 실험대상이다. 정원이 있는 주택의 소유자를 찾아갔다. '어려운 아동을 돕자'고 써있는 볼품없는 표지판을 정원에 꽂게 해 달라는 요구를 한다. 2 가지 접근방법을 사용했다.


첫번째 접근은 아무런 준비없이 바로 표지판을 들고가서 꼽도록 해달라고 요청한다. 두번째는, '어려운 아동을 돕는 것에 동의하는지'에 대한 서명운동을 한다. 서명을 받은 집에 방문해서 표지판을 꼽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결과는 어떨까? 첫번째의 경우 10% 미만이 동의했지만, 두번째의 경우 90% 이상이 동의했다. 려운 아동을 돕는 것에 동의한다고 서명하고 나서, 표지판을 꼽는 것에 쉽게 동의하게  것이다.


문전 걸치기 기법은 이렇게 검증된 설득의 기법이다. 직장인 글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작은 보고'부터 시작해서 상사를 설득하는 것이다. 작은 보고라는 것은 2가지이다.


첫째는, 초안을 보고하는 것이다. 초안 단계에서부터 상사 의견을 충분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초안 보고를 통해 상사 마음에 한 발을 들어놓게 된다. 최종본을 보고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상사 생각이 들어간 보고이므로 설득력있는 보고가 된다.


둘째는, 글쓰기 일부분을 먼저 공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추진과제가 6가지라면 그 중에 가장 설득력이 있는 과제를 먼저 공유해보는 것이다. 상사와 전체 보고내용 중에서 작은 부분에 대해 먼저 공감대를 형성한다. 전체 보고서가 완성되면 종합본을 보고한다. 상사는 이미 작은 부분에 대해 동의를 했기 때문에 나머지 내용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처음부터 무겁고 어렵고 방대한 내용의 글이 상사에게 보고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상사는 '어디 제대로 한번 봐볼까?'하는 공격적인 마음으로 보고서를 검토하게 된다. 이미 한번 봐서 상사 자신이 공감을 했던 내용이 담겨있는 보고가 올라온다면 훨씬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고서를 검토하게 된다. 작은 동의가  동의를 불러온다.



상사들이 벤치마킹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필자는 자동차그룹에 근무하고 있다. 그룹사에서 가끔 연락이 온다. 그룹사는 해외 인사제도 관련하여 완성차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한다. 완성차는 다른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어떻게 하는지 항상 궁금해한다. 심지어 전문 컨설팅 회사를 이용하여 공식적으로 벤치마킹을 하기도 한다.


상사는 당신의 글을 보고받고, 다른 팀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경쟁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어볼 것이다. 환장할 노릇이다. 경쟁사에 아는 친구도 없다. 어떻게 추가로 조사할 지 답답하다. 소신있게 보고서대로 시행했으면 좋겠는데. 상사는 왜 꼭 다른 회사 사례를 물어보는 것일까? 자신이 없는 것일까?


사람은 주어진 상황이 애매모호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쉽게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행동하는, 즉 사회적 증거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매우 높다(Tesser, Campbell, & Mickier, 1983 : Wooten & Reed, 1998).


상사들의 마음이 그렇다. 당신의 보고가 불확실성이 높거나, 상사 스스로 확신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행동을 궁금해 하게 된다. '사회적 증거'를 찾는 것이다.


직장인 보고서에서 벤치마킹 자료는 가장 완벽한 '사회적 증거'가 된다. 기획을 한다면 보고서를 마무리하면서 다른 유사한 사례는 있는지, 경쟁사들은 어떻게 하는 지 조사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사가 당신 보고서의 설득력을 높여준다. 물론 벤치마킹 자료 제시가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는 보고 내용과 관련한 공신력있는 데이터를 조사하여, 보고 내용의 사회적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보고서입니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홈쇼핑을 즐겨보던 시절이 있었다. '한정판매! 이제 얼마 없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오면 어느덧 주문 번호를 누르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양복도 사고, 셔츠도 샀다. 가전제품도 제법 구입했다. 지금은 모바일로 쇼핑을 해서 홈쇼핑은 보지 않으니 '한정 판매'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그의 저서 <설득의 심리학>에서 이러한 심리학적인 현상을 '희귀성의 법칙'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쉽게 얻어지지 않는 것은 상대적으로 그 가치가 높다는 인식이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금과 다이아몬드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쉽게 얻어지지 않는 희귀한 광물이기 때문에 가치가 높은 것이다.


직장인 글쓰기도 그러해야 한다. 누구나 쓰는 글은 상사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없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희귀한 글을 써야 한다. 당신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그래야 가치가 있는 글이 된다. 저절로 설득력있는 글이 된다.


전에 있던 것도 다시 있을 것이며 이미 한 일도 다시 하게 될 것이니 세상에는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 없다.
(전도서 1:9절 현대인의 성경)


문제는 그런 주제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필자의 보고 노하우가 있다. 누구보다 빨리 쓰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들이 검토하기 전에 가장 빠르게 보고하는 방법이다. 내용이 조금 미비해도 일단 가장 빠르게 보고한다. 내용의 보완은 추후 해도 된다.


2020년 미국 대선이 끝나고 '바이든의 노동정책 전망'에 대한 글을 썼다. 당시에는 누구도 검토를 한 사람이 없었다. 가장 먼저 검토를 해서 보고를 했다. 첫 보고여서 관심도가 높았다. 많은 부서에서 필자의 보고서를 참고했다. 그룹사에 관련 내용을 전파했다.


미국 대선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부서에서, 외부 전문가들이 보고서를 쏟아냈다. 바이든의 노동정책에 대한 글들이 넘쳐났다. 필자는 미국 인사노무 전문가들만큼 글을 심도깊게 쓰지는 못했다. 하지만 가장 빨랐고, 가장 먼저 이슈를 제기한 글쓰기가 되었다. 당시에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보고서였다.




직장인 글쓰기는 개인의 만족을 위한 놀이가 아니다. 반드시 조직 내에서 실행을 전제로 한다. 실행을 위해서 결재권자인 상사를 설득하는 것이 필수이다. 글쓰기 거인들은 자연스럽게 상사를 설득할 수 있는 포인트를 알고 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당신은 어떻게 상사를 당신의 글로 끌어들일 것인가? 어떻게 상사를 설득할 것인가?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완성이 아닙니다. 열려있는 결론입니다. 어떠한 아이디어나 조언이라도 좋습니다. 언제든지 댓글이나 이메일(quarterb@naver.com)로 말씀해주세요. 당신과 같이 이 글을 완성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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