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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Dec 21. 2020

#18. 당신만의 글쓰기 플랫폼을 만들어라.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디자인이나 비전이 아닌
기존 제품을 개량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편집능력에 있다.
말콤글래드월(Malcolm Gladwell)



당신 상사에게서 보고서 작성 지시가 내려왔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지 모르겠다. 일단 컴퓨터를 켠다. 오피스 프로그램을 열어본다. 키보드로 몇 자 두드려본다. '역시 생각을 먼저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노트를 들고 몇 자 적어내려간다. 노트에 쓰다보니 관련 자료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을 열어본다. 자료를 검색한다. 생각보다 온라인에 자료가 많지 않다. '경험자의 의견이 최고다'라는 생각이 든다. 관련 부서 담당자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관련 부서에 가서 이야기를 듣고 온다. 관련 부서에서도 딱히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냥 커피 한 잔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여전히 당신의 PC 화면에는 빈 화면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일주일이 지나도 보고서는 그대로이다. 어떠한가? 이 모습이 당신의 글쓰기 일상이지는 않은가? 직장에서 글쓰기는 항상 고민이다. 평범한 직장인에게 글쓰기는 항상 쉽지 않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당신만의 글쓰기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글쓰기 플랫폼을 만들어라. 플랫폼에서 고속철도에 올라타듯 글쓰기 플랫폼에 올라타면 목적지에 빠르게 데려다줄 것이다. 직장인에게는 자신만의 글쓰기 플랫폼이 필요하다.


플랫폼 기업, 플랫폼 비즈니스 등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도대체 플랫폼이 뭐냐? 먼저 '플랫폼'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해야 나만의 글쓰기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플랫폼의 사전적 의미 


플랫폼(Flatform)은 프랑스어에서 유래가 되었다. 플랫(flat)은 '평평한'을 의미한다. 폼(form)은 '형태'를 의미한다. 주위보다 조금 높으면서 수평으로 평평한 장소를 뜻한다. 플랫폼은 기차역 같은 곳에서 승객들이 타고 내리기 쉽게 단을 높인 평평한 장소를 말하는 것이다. 바로 승강장이다.


첫번째, 플랫폼은 승객과 교통편을 연결해준다. 기차, 지하철, 버스를 타려는 승객은 플랫폼으로 모여든다. 교통수단도 플랫폼으로 진입한다. 승객이 플랫폼에서 교통편을 이용하고 '이동'이라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두번째, 승강장은 승객과 상점을 연결해준다. 잡지, 기념품, 먹거리를 판매하기도 한다. 승객이 플랫폼 안에서 소비를 함으로써 수익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플랫폼의 확장 ... 플랫폼 비즈니스


플랫폼은 사전적 의미로는 기차역의 승강장을 의미하지만 확장된 의미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어 서로 원하는 가치를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업자가 플랫폼을 형성하여 운영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한다.


하버드대학교 마르코 이안시티 교수는 플랫폼을 구성원들이 여러 접점과 인터페이스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문제 해결책들의 집합체'라고 확대하여 정의한 바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복수의 그룹이 서로 연결하여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얼마 전 필자는 다이어트를 위해 해독주스를 준비했다. 필요한 재료는 당근, 브로콜리, 토마토, 양배추, 바나나, 사과였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연결되는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플랫폼 사이트에 접속하여 구매했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 플랫폼이 되어 소비자와 생산자를 직접 연결하고 저렴한 가격, 신속 배송이라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플랫폼 기업들의 가치는 더욱 상승하고 있다. 플랫폼은 기존의 전통적인 비즈니스가 따라잡기 어려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인스타그램, 이베이, 우버, 에어비앤비, 쿠팡 같은 기업들이 플랫폼 기업들이다.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인 페이스북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에도 대표 SNS 싸이월드가 있었다.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해, 2000년~2010년 초반까지 ‘국민 SNS’였다. 필자도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열심히 관리했던 기억이 난다. 현재는 매년 도메인 연장을 해야하나 고민할 정도로 쇄락했다. 사실상 폐업 상태이다. 싸이월드는 플랫폼이라는 시대의 변화에 한발 늦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사용자와 회사 사이에 연결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용자는 싸이월드를 외면했고 페이스북으로 이동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네트워크 연결과 플랫폼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 외부 개발자들에게도 페이스북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다. 사용자에게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관리하고 데이터화했다. 그것을 활용하는 거대한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이라는 SNS 플랫폼에 열광하게 된 것이다.


멈추지 않고 성공하는 기업들은 절대로 어제의 성공에 자만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혁신하고 연결하고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특징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제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혁신하고 연결하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한번에 열권 플랫폼 독서법> 김병완 작가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의 글쓰기, 플랫폼에서 배운다.


해외법인에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이 과장이 보고서를 작성하면 본사 실무자들이 술렁거린다. 이 과장 보고서의 퀄리티를 보고 다들 놀라는 것이다. 이 과장은 짧은 시간에 높은 수준의 보고서를 만들어 낸다. 이 과장의 보고서는 실행력도 있다. 실제 실행되어 법인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필자는 궁금해서 글쓰기 비결을 물어보았다.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물어보았다. 이 과장은 '자신의 글쓰기 플랫폼'을 공유해주었다. 자신의 업무인 인사와 관련된 주제를 분류하고 각각에 적합한 보고 양식, 보고 내용을 미리 세팅을 해둔 것이다.


업무지시가 내려오면 해당 주제의 보고서를 열고 어느 정도 정보와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을 하는 것이었다. 이 과장은 빨리 쓰면 30분 만에도 보고서를 마무리한다고 한다. 자신만의 강력한 글쓰기 플랫폼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 만들어놓은 플랫폼은 직장생활 내내 이 과장의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글쓰기에서도 자기가 가진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연장들을 골고루 갖춰놓고 그 연장통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팔심을 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놓으면 설령 힘겨운 일이 생기더라도 김이 빠지지 않고, 냉큼 필요한 연장을 집어들고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플랫폼은 비즈니스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글쓰기에도 적용이 된다.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은 '연장통'이라는 형태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직장인의 글쓰기에도 플랫폼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평범한 직장인도 글쓰기 플랫폼을 잘 만들어두면 가치있는 글쓰기, 수준높은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심지어는 빠르게 쓸 수 있다. 어떻게 나만의 플랫폼을 만들 것인가? 직장인 고수들의 글쓰기 비법들을 정리해보았다.



첫째, 당신만의 정보 분류 체계를 만들어라.


직장인 글쓰기의 80~90%는 기존의 글들이다. 쓰는 글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기존 영역이 아닌 아예 새로운 글쓰기는 20%가 채 되지 않는다. 항상 반복하여 쓰고 있는 80~90%의 글쓰기 체계를 탄탄하게 잡아놓아야 한다.


자신이 그리고 팀이 1년 동안 어떠한 글을 썼는지 분류하여 보라. 앞서 이 과장의 사례처럼 이를 분류하여 자신만의 분류 체계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인사 담당자라면 채용, 보상, 승진, 평가, 교육, 징계 처럼 자신의 인사업무를 재정의하여 분류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다음은 각 분류체계에 관련된 글과 보고서를 모으는 것이다. 하나의 폴더에 모을 수도 있다. 하나의 오피스 프로그램(엑셀, 워드, 파워포인트)에 모아둘 수도 있다. 당신만의 글쓰기 구조를 가지는 것이다.


직장인 글쓰기의 신들은 이미 이렇게 하고 있다. 바닥부터 시작하여 쓰는 것과 이미 기본 정보가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은 다르다. 일의 속도와 질에서 차이가 난다. 글쓰기 목적지로 가기 위해 탄탄한 플랫폼에 올라타는 것이다. 글쓰기 플랫폼은 당신을 목적지로 빠르게 데려다줄 것이다.


나만의 글쓰기 플랫폼을 만들어 놓으면 그 안에서 정보와 정보가 연결된다. '주재원 교육'에 대한 글쓰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의 플랫폼 안에서 주재원 교육은 채용, 보상, 승진, 평가 같은 다른 영역의 정보들과 서로 연결된다. 아이디어를 융합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기 위하여 재창조하고 재구상을 할 수 있게 된다. 주재원 교육과 관련하여 기존에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경우에도 실제 실행이 가능한 탄탄한 해결책이 나온다. 이렇게 정보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책은 당신의 플랫폼을 다시 채우고 다음 글쓰기를 도울 재료가 된다.


<에디톨로지>의 저자 김정운 교수가 뛰어난 학자,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플랫폼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나름대로의 분류체계를 만들어 그저 플랫폼에 자료가 모이도록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새로운 내용이 나올 때마다 개념별로 정리해 넣는다. 어떤 주제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는 그것을 자신의 플랫폼에서 검색했다. 그러면 관련 정보와 데이터들이 올라왔다. 그렇게 자료를 읽고, 정리하고, 분류하고, 재구성한다. 간단한 리포트나 글쓰기는 분류된 데이터를 정리하기만 하면 되었다.



둘째, 정보들이 당신에게 모여들어야 한다.


자신만의 플랫폼을 만들려면 적정량의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한다. 양질의 정보가 축적되어야 한다. 그러면 편집과 창조, 재구성과 재창조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김정운 교수도 이런 창조의 비밀을 자연스럽게 깨닫고 실천했다.


회사의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일정량의 글쓰기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일단 플랫폼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넘치는 정보를 축약하고, 부족한 정보를 관련 부분을 통해 추가하면 된다.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플랫폼 안으로 들어간다. 생각들이 확장되고 정리된다. 글쓰기가 점점 더 정교해진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글쓰기의 5할이다.


회사에서 주요한 정보들을 모으기 위하여 노력을 해야 한다. 가만히 있는 당신에게 정보를 물어다주는 사람들은 없다. 당신이 직접 뛰어야 한다. 당신에게 회사의 주요 정보가 모여 들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예들 들자면 사업계획, 주요 실적, 경영진 회의 결과, 경쟁사 동향, 산업 트렌드, 본부 주간업무보고 같은 자료들이다. 그외에도 당신의 업무와 관련된 유용한 정보들이 있을 것이다. 그 정보들이 정기적으로 당신에게 모일 수 있도록 세팅을 해두어야 한다. 그래야 정보를 놓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


기획실 강 과장은 회사 정보의 대가이다. 회사의 주요 경영 정보들을 받을 수 있도록 세팅해두었다. 이러한 정보들을 자신의 글쓰기에 십분 활용한다. 강 과장의 보고서는 상사들이 좋아하는 보고서이다. 회사의 최근 경영흐름에 꼭 필요한 글쓰기가 되기 때문이다.



셋째,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전 과장은 총무팀에 근무하고 있다. 자신의 업무가 아니면 총무 업무 관련 문의가 와도 응대하지 않는다. '그건 제 업무가 아닙니다.'라고 매몰차게 끊는다. 물론 이해는 간다. 하루 종일 전화만 붙잡고 일할 수는 없다. 그래도 누가 담당이라고 안내만 해줘도 될 텐데, 무관심하다. 회사 사람들은 전 과장에게 연락하는 것을 꺼린다.


한 과장은 인사팀 소속이다. 인사팀에 문의가 오면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도 내용을 확인해서 알려준다. 바빠서 직접 대응이 어려우면 누가 담당인지 알려준다. 사람들은 인사팀과 관련된 업무들은 한 과장에게 문의를 한다. 한 과장도 타 부서 문의에 하나씩 대응하면서 인사업무 전반을 꿰뜷게 되었다. 인사팀에서는 한 과장이 가장 폭넓게 업무를 아는 직원이 되었다. 이렇게 행동하니 타 부서에서 인기가 많다. 고마운 마음에 한 과장이 협조 요청을 하면 다들 도우려고 한다. 인사팀장도 타 부서 자료와 협조가 필요한 보고서는 꼭 한 과장을 찾는다. 한 과장을 통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면 타 부서 협조를 쉽게 얻기 때문이다.


필자가 20년 동안 경험한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이다. 사람간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당신에게 사람들이 모여들어야 한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당신 글쓰기의 조력자가 기꺼이 된다. 어떠한 일이든 당신을 통하면 된다는 인식을 주변에 심어 주어야 한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작은 차이가 당신 글쓰기의 위대함을 결정할 수 있다.


한 과장은 코로나 19이후 노동환경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평소 한 과장이 도와주었던 경영연구소와 기획팀 직원들이 참고 자료를 보내왔다. 외부 연구기관에서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내부 자료를 아낌없이 지원해주었다. 한 과장은 모은 정보들을 연결했다. 융합해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한 과장만이 쓸 수 있는 글쓰기가 된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정보가 모인다. 아이디어가 생겨난다. 새로운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실제 일 잘하는 직원들이 지금도 하고 있은 방법이다.



플랫폼은 연결이다.


직장 내에서 혼자 쓸 수 있는 글은 많지 않다. 부서와 부서, 정보와 정보간의 연결을 통해 글쓰기가 이루어진다. 그 속에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 직장인의 글쓰기이다.


정보의 연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 플랫폼이다. 당신만의 플랫폼을 만들어두면 다음은 일사천리다. 정보와 지식과 경험을 연결하고 융합하고 구축하여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가치있는 직장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 필자도 오늘부터 필자의 글쓰기 플랫폼을 점검해보려 한다. 당신은 어떻게 플랫폼을 만들 것인가? <끝>



[작성후기]

브런치에 올린 글들 중에서 가장 고민이 많았습니다.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만족스럽지 못한 글입니다. 아직 완전하게 익지 못한 글이지만 함께 공유합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더 가치있는 글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믿고 올립니다.


이 글은 완성이 아닙니다. 열려있는 결론입니다. 어떠한 아이디어나 조언이라도 좋습니다. 언제든지 댓글이나 이메일로 말씀해주세요. 당신과 같이 이 글을 완성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quarter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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