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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Dec 25. 2020

#19. 상사의 결심을 이끌어내는 '3번 보고'

직장인에게 쉽지 않은 것 중의 하나가 보고다. 자신이 쓴 글을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이 글쓰기의 완성이다. 보고를 통해 상사의 결심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보고가 잘못 이루어지면 글을 다시 써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보고만 잘해도 글쓰기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보고에 대한 팁을 하나 공유하려고 한다.


주재원 시절, 필자의 상사는 중요한 보고는 3번에 나누어 보고해 달라고 했다. 간단한 보고는 한 번만 보고해도 되지만, 중요한 기획이나 사업계획 같은 경우는 여러 번 보고해주기를 바랬다. 처음에는 너무 자주 보고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3번 보고해보니 일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초안을 들고 상사를 만나라


나폴레옹이 이탈리아에 주둔한 오스트리아 군과 싸우기 위해 병사들을 거느리고 알프스 산맥을 넘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천신만고 끝에 한 봉우리에 올라가서 나폴레옹이 지도를 보면서 병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여기가 아닌가벼"

병사들은 죽을 힘을 다해 그 봉우리를 내려와 다른 봉우리에 올랐다. 나폴레옹 다음 말에 병사들은 그만 까무러치고 말았다.

"아까 거긴가벼"


첫째, 글의 방향성을 확인하기 위해 초안 보고가 필요하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죽도록 고생하고도 엉뚱한 글쓰기를 할 수 있다. 글의 방향성에 대해 상사와 공유하라. '이런 이런 방향으로 작성을 한다'고 상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다. 글의 방향성이 맞다면 상사는 계속 작성할 것을 지시할 것이다. 전혀 엉뚱한 방향이라면 상사가 방향을 다시 잡아줄 것이다.


둘째, 상사도 지시를 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막연한 아이디어 단계에서 업무 지시를 한 경우에 그렇다. 또는 상사의 상사 지시사항을 그대로 전달한 경우에 그렇다. 이런 경우 초안을 보고하면 상사도 초안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초안을 보면서 당신에게 추가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셋째, 상사가 초안 수준의 자료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기획실의 최 상무는 김 과장에게 경영층 스피치를 작성해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 과장은 바로 스피치 원고의 구조를 잡고 내용을 채워나갔다. 1시간 정도 작성을 한 후에 최 상무에게 가서 이런 방향으로 작성하겠다고 초안을 보고했다. 최 상무는 '이정도면 됐다'고 초안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다. 최 상무가 김 과장의 초안을 가지고 자신이 스스로 추가로 정리를 하고 싶은 것이었다. 최 상무는 김 과장이 초안 수준으로 가져와 주기를 바란 것이다. 김 과장이 며칠씩 고민하여 스피치를 작성하는 것은 애초부터 최 상무가 바라는 글쓰기가 아니다.


넷째, 초안 수준이 높아서 초안으로 보고가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다. 스피치를 쓸 때 그런 일이 많았다. 스피치가 안써지는 날도 있지만, 쓱쓱 써지는 날도 있다. 쓰면서 바로 다음 말이 생각나고, 주옥같은 표현이 써지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초안을 들고 상사에게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상사의 표정도 만족스럽다. 상사의 입에서 '이 정도면 됐다. 잘 썼네. 역시 글쓰기는 김 과장이야.'라는 말이 나오면 어깨가 으쓱하다. 글쓰기 인생에서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초안으로 보고가 마무리된다.


초안을 상사에게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도 좋다. 보고서 방향을 정해가는 단계에서부터 상사와 소통해야 한다. 완성이 되기 전에 보고를 하는 것이다. 중간중간 비어있는 곳이 있더라도 상관없다. 나중에 다 완성이 되었는데 작성자와 상사 생각이 다르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한다. 엉뚱한 이야기를 쓰면 상사에게도 나에게도 귀한 시간이 아깝게 낭비되는 것이다.


상사는 당신이 생각을 가지고 와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상사의 생각을 들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상사에게 걸어가라. 초안을 가지고 가서 상사의 생각을 들어보라. 당신이 초안보고에 투자하는 단 몇 분이 당신의 귀한 시간을 절약해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간보고를 하라.


50~70% 정도 작성을 했을 때 상사에게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계속 진행해도 좋은 지' 물어보는 것이다. 3가지 이유에서 필요하다.


첫번째, 상사의 의도를 재확인하기 위해서 중간보고가 필요하다. 상사의 의도와 다르게 작성이 되고 있다면 방향을 틀어주어야 한다. 100% 다 작성을 했는데, 방향이 틀려서 다시 작성을 해야 한다면 상사에게나 당신에게나 환장할 노릇이다.


상사 지시를 받고 며칠간 야근해서 보고했더니, 막상 상사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일했던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은가?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중간보고다. 당신의 상사가 성격이 급하고 진도를 챙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중간 보고는 더 중요하다. 중간 단계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고한다면 상사는 안심하고 최종보고를 기다릴 수 있다.  


두번째, 상황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 중간보고가 필요하다. 직장에서는 여러가지 상황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비즈니스 환경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변할  있다. 업무 지시 당시 상황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중간에 상황 변화는 없는지 상사와 점검을 해보아야 한다. 상사가 ' 정도 환경 변화는 실무자가 알고 있겠지' 생각하고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상사에게 중간보고를 해서 상황 변화를 점검해야 한다. 상황 변화에 맞추어 글쓰기의 방향도 전환을 해야 하는 것이다.


세번째,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 중간보고가 필요하다. 항상 글이 잘 써지면 좋겠지만 어려운 과제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는 수준의 글쓰기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글쓰기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가 기한이 다 되어서야 진행이 안되고 있다고 보고하면 상사도 도와줄 수가 없다. 일이 진행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상사에게 찍히는 지름길이 된다. 현재 글쓰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중간보고를 하라. 상사의 도움을 요청하라. 상사는 당신을 도울 준비가 되어있다. 당신의 글쓰기를 돕는 것이 상사의 의무다.



마지막으로 최종보고다.


100% 완성된 형태의 보고를 하는 것이다. 최종보고를 하면 상사는 꼼꼼하게 읽어볼 것이다. 상사가 추가로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당신을 부를 것이다. 더 적절한 단어로 수정, 오타, 띄어쓰기와 같은 수정일 것이다. 초안보고와 중간보고를 통해 이미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에 큰 폭의 수정은 없을 것이다. 수정해서 출력 또는 이메일로 보고하면 마무리된다. 최종보고시에는 오타가 없도록 최대한 여러 번 읽어보는 것이 기본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 버트 사이먼(Herbert Simon) 경영학과 교수는 1956년 논문을 통해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인간은 100%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정보 부족, 인지능력 한계, 물리적/시간적 제약 등으로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된다"고 주장한다.


당신도 상사도 사람이어서 모든 사안을 다 이해할 수 없다. 완벽하게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본인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해 판단하는 것이다. 제한된 합리성이라는 것은 '만족`이라는 말로 정리된다. `만족`와 `충분`이라는 수준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주식을 거래할 때, 집을 살 때 완벽하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 정도면 됐다'라고 생각할 때 최종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글쓰기는 없다. 완벽한 글쓰기보다는 충분한 글쓰기, 만족한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사와 계속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사가 3번보고를 받으면 '이 정도면 됐다'고 당신의 글쓰기를 선택하게 된다. 어떠한 종류의 글쓰기라도 3번을 보고하면 상사의 결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오늘부터 초안을 들고 상사에게 달려가보자. <끝>



※ 이 글은 완성이 아닙니다. 열려있는 결론입니다. 어떠한 아이디어나 조언이라도 좋습니다. 언제든지 댓글이나 이메일로 말씀해주세요. 당신과 같이 이 글을 완성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quarter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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