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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Nov 17. 2020

#1. 일단 써라

첫번째 : 일단 써라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글쓰기로 프로야구단 단장이 된 후보선수


한 프로야구 선수가 있다. 후배에게 밀려서 주전 자리를 내주고 후보선수가 되었다. 쓸쓸하게 은퇴를 결정한다. 타율 0.195의 초라한 성적으로 선수생활을 마친다. (KBO에서 1500타석 이상을 기록한 타자 중에서 역대 최하위 기록). 구단에서는 야구단 프런트에 작은 자리를 하나 준비해준다. 야구선수에서 직장인이 된 것이다. 직장인으로 살아낼 수 밖에 없었다. 15년 후 그는 프로야구 감독으로 돌아온다. 프로 야구단의 단장까지 승진한다. 야구인으로서는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간다. 자신의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다.


전 SK 와이번즈 단장을 역임한 염경엽 감독 이야기다. 그가 다른 선수, 다른 감독과 달랐던 점은 매일 글쓰기를 한다는 것이다. 매일 경기를 보고 생각들을 정리해 내려간다. 그리고 쓰는 것이다. 16년 글쓰기를 하니 노트가 세상에 하나뿐인 프로야구 빅데이터가 되었다. 10여권에 달하는 야구관련 노트를 직접 집필해서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준다. 팀이 지식을 공유하니 우승을 향하는 강한 팀이 된다. 16년 동안 매일 쓰는 야구노트 쓰기에 그의 승리의 비밀이 숨어있다. 


                            <출처 : 조선일보>


직장이라면 누구가 잘하고 싶은 것이 글쓰기이다. 보고서 작성이다. 그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당신이 육상선수라고 생각을 해보자. 달리기에 관한 이론을 배웠다. 다른 선수도 벤치마킹하면서 달리는 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합장에 나간다. 잘 달릴 수 있겠는가? 그렇다. 시합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달려야 한다.



당신은 일단 써야 한다


당신은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오피스 프로그램을 연다. 그리고 제목이든 첫 문장이든 쓰는 것이다. 위대한 보고서도 여기에서 시작한다. 생각만으로 아무 것도 이루어낼 수는 없다. 쓰기 시작해야 직장인의 글쓰기는 완성을 향해 갈 수 있다.


글쓰기 고전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는 “열망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게을리 하거나 회피하는 사람에게 절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에는 “그냥 쓰라”고 한다. 


글쓰기는 훈련이고, 훈련은 시합 전 선수가 스트레칭을 하는 것과 똑같다. 미국 메이저리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류현진 선수는 시합 전에 선발 경기 전에 시간에 맞추어서 철저한 루틴을 지켜 스트레칭과 투구연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장내 동료들을 보면 의외로 소홀히 하는 것이 글쓰기 훈련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잘 쓰게 된다고 생각한다. 단언컨데 그렇지 않다. 필자 주변에10년차인 후배들도 20년차인 동료들도 여전히 글쓰기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글쓰기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조금만 훈련하면 5년, 10년 직장선배를 앞지를 수도 있는 것이 글쓰기이다.


주재원으로 나가기 전에 후배와 같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필자가 보고서 작성에 대해 알려주었다. 주재원을 다녀와보니 사람이 달라져 있었다. 후배는 본부 전체의 글쓰기를 담당하고 있었다.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성장한 것이다. 지금은 본부를 전담해서 글쓰기를 하니 다른 사람들과는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선배를 뛰어넘는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선배들도 글쓰기로 성장하는 후배들에게 언제든지 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직장내에서 고참이라고 하더라도 후배들에게 글쓰기를 시키기만 해서는 안된다. 상사들도 글쓰기 훈련을 해야 생존할 수 있다.


최근에는 언택트 근무 환경이 증가하면서 임원들도 글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면 보고보다는 간단한 이메일 보고 문화로 바뀌고 있다. 이메일 보고 문화로 바뀌고 나서 초기에는 실무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임원들 때문에 중복해서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1차로 파워포인트로 보고서를 만들면, 임원이 문서내용을 보고 이해를 한다. 2차로 담당 임원이 회사 대표에게 보낼 내용을 이메일 형태로 다시 작성을 한다는 것이다. 같은 내용으로 글쓰기를 2번 하는 것이다.


지금은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그렇게 2번씩 일을 해서는 속도가 날 수 없다. 변화에 뒤쳐지게 된다. 임원들 스스로 안다. 그렇게 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 임원들이 스스로 글쓰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젊은 임원들이 증가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젊은 임원들은 이메일을 통해 최고경영층과 소통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글쓰기는 훈련이 필요하다.


입사 후에 바로 글쓰기를 잘하는 신입사원은 보기 어렵다. 회사에는 직장인의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의 언어와는 다르다. 회사의 글쓰기는 그 회사의 조직문화, 전통, 업종 특성, 업무스타일, 분위기가 녹아 있는 특별한 언어이다.


아이가 걸음마를 하듯 회사의 글쓰기도 걸음마가 있다. 육상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달리기 훈련이 필요하다. 달리기 훈련없이 바로 우승을 할 수는 없다.


“나는 매일 9000번의 슛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300번도 넘게 져봤죠. 난 실패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했었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죠.” 

-마이클 조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을 농구 천재로 알고 있지만, 노력형 천재이다. 함께하는 연습시간 외에도 하루에 9천번씩 슛연습을 했다. 골드황제 타이거 우즈는 3살때부터 골프를 시작했고, 축구계의 신 호날두는 가장 먼저 경기장에 도착해서 연습을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한국 프로야구 라이온킹 이승엽 선수도 지독한 연습벌레로 알려져 있다. 매일 훈련이 쌓이면 경기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일단 쓰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방법론이 필요하다. 6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같이 따라해보자.

              <마이클 조던>


 1. 평범한 것을 매일 써라


식상한 이야기이겠지만 매일 한 줄이라도 써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직장인에게는 일일 업무, 주간 업무, 월간 업무 보고자료도 글쓰기 훈련이 된다.  직장에서 의미 없는 글쓰기는 없다. 간단한 시장동향이나 트렌트 보고와 같은 반페이지 보고도 훈련이 된다. 회의 결과 보고도 좋은 훈련의 교재다. 매일 쓰다보면 팀의 사업계획을 쓸 수 있는 근육이 만들어진다. 팀의 사업계획을 쓸 수 있게 되면 회사의 사업계획도 작성할 수 있다. 매일 써야 한다. 갑자기 잘 할 수는 없다.


1993년 10월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이 농구에서 은퇴하고,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미국 프로야구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을 맺고 야구선수로 변신을 시도했다. 4개월만에 농구선수에서 야구선수로 변신한 것이다.


그의 야구실력은 수준 이하였다. 메이저리그는 커녕 마이너리그 트리플A팀으로 밀려났고 그것도 다시 더블A로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프로야구 선수로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서 활동해야 했다. 야구선수로서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배팅, 주루, 수비 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 훈련 없이 천하의 마이클 조던도 갑자기 잘할 수는 없다. 직장인의 글쓰기도 이러하다. 훈련이 필요하다.



2.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잘 못 쓸까봐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있다. 글쓰기는 배우면 된다. 틀라는 것을 걱정하는 동료들이 있다. 틀린 것은 고치면 된다. 조금밖에 못 쓸 것 같아서 시작하는 것을 주저하는 회사원도 있다. 내용은 채우면 된다.  제일 위험한 것은 쓰지도 않고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이다.



3. 매일 읽어라.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나온다. 입력이 있어야 출력이 나온다. 먹은 것이 있어야 화장실을 간다. 필자는 건강을 위해 10일간 단식을 한 적이 있다. 단식 3~4일차부터는 화장실을 안 가게 된다. 먹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읽은 것이 있어야 쓸 것이 있다.   


직장인이 기본적으로 읽어야 할 것들이 있다.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연구 자료, 관련 논문,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연구소 발표자료, 회사 경영환경 분석, 분기별 실적 발표자료, 회사 주간/월간 보고자료 등이 있다. 조금은 지루한 작업이어도 매일 읽어두어야 한다.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4. 조직에 하찮은 글쓰기는 없다. 


2020년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는 각본없는 드라마가 연출되었다. 9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평소 대주자나 대수비 요원으로 활용하던 브렛 필립스라는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결과는 역전타점을 올리고 영웅이 되었다. 9번타자에게도, 대주자 요원에게도 기회는 찾아온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항상 타석에 나갈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간단한 글쓰기를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후배들이 있다. 조직에는 시간은 걸리지만 조직을 위해 해야 하는 일상적인 일들이 있다. 일일 동향보고, 주간 업무보고, 월간 업무보고, 회의결과 정리와 같은 일들이다.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 글쓰기를 하자. 작은 일에 최선을 하다보면 정보가 집중된다. 팀이, 본부가 돌아가는 일을 알게 된다. 작은 글쓰기를 하다보면 위대한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찾아온다.


은행에 다니는 황 과장은 회의록 작성의 귀재다. 전임자들은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그 대로 따라 적어만 두었다. 해당 팀 회의 결과는 금융감독원의 공식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정확하고 맥락에 따라 잘 정리를 해야 한다. 황 과장은 회의 목적을 생각했다. 주요 안건별로 정리를 했다. 나중에 회의 내용을 찾아보기 쉽게 하도록 목차를 달고 요약을 만들어두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글쓰기 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정리를 해두었다. 한 번은 차이가 나지 않지만 1년이 지나면 큰 격차가 생긴다. 임원들이 회의 관련한 정보가 필요하면 황 과장을 찾게 되었다. 황 과장이 가장 잘 정리를 해두었기 때문이다. 임원들이 황과장의 글쓰기를 신뢰하게 되었다. 회의록뿐 아니라 전략보고 및 조직의 중요 보고도 결 황 과장이 주도하게 되었다. 



5. 습관의 힘을 활용하라  


양치질은 전 셰계인이 공통으로 하는 습관이다. 책은 읽지 않아도 양치는 한다. 1900년대초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양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양치질은 어떻게 전 세계인의 습관이 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비밀이 있다. 보상이다. 양치를 하면 '개운함(시원하고 얼얼한 느낌)'으로 보상을 받는 것이다. 치약 회사들은 양치 습관을 만들기 위해 치약제조 과정에서 시원하고 얼얼함을 느낄 수 있는 물질을 추가한다. 이 물질은 양치 효과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당신의 양치 습관을 위해 개운함을 느낄 수 있는 물질을 추가한 것이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에서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 중에서


글쓰기 훈련을 위해 매일 쓰는 것이 필요하다면 보상하라. 보상의 루틴을 만들어라.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맛있는 커피 한잔, 쿠키 한조각, 사탕 하나 같은 작은 것도 상관없다. 


필자의 경우에는 정해진 아침 글쓰기를 하고 달달한 봉지 커피 잔을 마신다. 주재원 시절에는 매일 스페인어 어휘 한 장을 정리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커피 한 잔으로 보상했다. 커피 한 잔을 마신다는 생각에 즐겁게 어휘 한 장을 정리했다. 그렇게 매일하니 600여 페이지의 책이 되었다. 스페인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매일 10여분 습관의 힘을 실천했을 뿐이다.


 위대한 직장인의 글을 쓰고 싶은가? 위대한 글쓰기를 위한 오늘의 조각을 채워넣으라.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펜이 지나가면 쓰면 쓸수 있다. 일단 써라. 될까 하는 의심을 버려라. 당신이 부러워하는 위대한 보고서도 첫 문장을 쓰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자 이제 컴퓨터를 켜서 써보기 시작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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