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 당신의 글쓰기에 스토리를 입혀라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능력만으로는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다니엘 핑크 -
필자가 기획실에 근무하던 시절, 직원들이 열광한 사내 조직문화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빠는 OO인(人)'이라는 사내 조직문화 프로그램이다. 자녀가 있는 직원 중에서 신청을 받는다. 엄마 아빠가 자녀 학교를 찾아가서 일일교사를 한다는 컨셉이다. 피자를 들고 수소자동차를 타고 자녀 학교를 방문한다. 반 친구들에게 미래자동차에 대해 설명한다. 단순한 컨셉이다. 이 프로그램에 신청자들이 폭주했다. 방문한 학교 반응도 뜨거웠다.
성공의 비밀은 무엇일까. 프로그램은 단순하다. 이 프로그램에 녹아있는 수많은 스토리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학교에 적응 못하는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아빠,
직장생활로 소원한 아이들과 마음을 열고 싶다는 엄마,
교사가 되고 싶었던 꿈을 단 하루만이라도 경험하고 싶다는 20년차 직장인,
살아있는 스토리가 녹아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스토리는 노조활동을 하던 직원 사연이었다. 아들이 발달장애가 있었다. 노동운동에 전념하다 보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아내와 갈등도 빈번했다. 가족에게 잘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집 안 분위기는 냉랭해져갔다. 아이는 학교에서 발달장애로 적응 못해 힘들어했다.
아빠가 학교를 방문했다. 서투르지만 밤새 준비한 미래자동차 이야기를 프레젠테이션하고, 아이들과 모형자동차를 만들었다. 피자도 함께 나누어 먹었다. 수소자동차를 타면서 미래 자동차 기술을 경험하였다. (2010년 이야기이니 당시는 수소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전의 일이다. 회사의 특별 지원을 받아서 진행할 수 있었다.)
일일 교사로 온 아빠와 준비된 시간이 끝나갈 무렵, 아이가 일어나서 아빠에게 더듬더듬 편지를 낭독했다. 선생님과 아이가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다. '평소 아빠를 집에서 자주 못 봐서 서운했다. 장애가 있는 자신때문에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오늘 엄마 아빠가 학교에 와서 너무 행복하다.'는 솔직담백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빠!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울먹이면서 편지를 마무리했다. 미사여구가 들어가지 않는 솔직담백한 스토리였다. 교실이 눈물바다가 되었다. 선생님도, 회사 진행팀도, 아빠도, 아이도 울었다. 아빠는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직원분의 눈가가 촉촉했다. '회사라는 것은 투쟁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20년 직장생활을 했다고 한다. '회사에 이렇게 감사하기는 처음이다'라는 고백을 했다. 돈이, 노조 활동이 주지 못한 감동과 충만함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획에 담긴 좋은 스토리는 사람들의 감동을 이끌어낸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이야기를 만난다. 우리 삶의 주변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동화를 읽고 자랐고,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에 익숙해진다. 허구인 줄 알면서도 드라마와 영화 이야기에 눈물을 쏟기도 한다. 필자는 최근에 가족들과 <구미호뎐>을 시청하면서 웃고 울고 즐기고 있다. 스토리에 빠지는 것이다.
아이들을 키운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피곤한 상태에서도 아이들이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통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아이들은 귀가하면 학교와 학원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종알종알 쏟아낸다. 스토리에 빠져있는 것이다.
문자가 발견되기 전에 선조들은 지식과 정보를 이야기를 통해 전할 수 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그들에게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었다.
2008년 최초의 흑인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마바.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피부색이나, 배경이 아니었다. 미국인들의 마음을 감동시킨 것은 그의 연설이었다. 그의 스피치에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었다.
2008년 11월 4일 대통령 수락연설에서 애틀랜타주 106세 여성유권자 앤 닉슨 쿠퍼(Ann Nixon Cooper)의 스토리를 언급했다.
..중략..
오늘 밤, 특히 제 마음 속 깊이 새겨진 이야기는 애틀랜타에서 투표한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앤 닉슨 쿠퍼'라는 여성으로 106세의 할머니였죠. 그녀의 조상은 노예였습니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 그녀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투표를 할 수 없었습니다. 첫째는 그녀가 여성이었기 때문이었고, 둘째는 그녀가 백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의 목소리가 묵살되고, 그녀들의 희망들이 무너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쿠퍼씨는 살아서 여성들이 일어나 큰 목소리로 외치고, 투표용지를 향해 손을 뻗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논리가 아닌 감성이 담긴 스토리를 선택한 것이다. 미국인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열광하고 감동한 이유이다.
1991년 일본 최대 사과 생산지 아오모리 현에 태풍이 몰아친다. 대부분의 사과가 떨어져 버렸다. 사과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던 농부들은 망연자실했다. 한 농부가 태풍 속에서 떨어지지 않은 10%의 사과에 합격이라는 스토리를 담았다. 전국의 수험생들에게 팔았다. 일반 사과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날개돋인 듯이 팔려 나갔다. 아오모리 현의 '합격사과'이다. 태풍으로 인해 당도도 떨어지고 흠집도 많은 낮은 품질의 사과가 스토리를 입자 전혀 다른 사과가 된 것이다.
1970년대 대한민국은 조선소를 지을 만한 돈이 없었다. 해외에서 차관을 들여와야 하는데, 미국도 일본도 故 정주영 회장을 상대해주지 않고 미친놈 취급을 했다. "너희 같은 후진국에서 무슨 몇 십만 톤짜리 배를 만들고 조선소를 지을 수 있느냐?"
마지막으로 영국의 차관을 받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조선회사 A&P 애플도어의 찰스 롱바텀 회장의 추천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정주영 회장은 제안서에 '거북선'이라는 스토리를 담았다. 대한민국 500원짜리 지폐에 담긴 거북선을 보여주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전문가들이 만든 수많은 프레젠테이션과 보고서에도 'NO'를 외쳤던 롱바텀 회장은 스토리에 감동하여 추천서를 써주었다.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의 일개 건설사가 영국으로부터 차관을 도입할 수 있었다. 1971년 현대건설의 글쓰기에 스토리가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현대중공업도 없었을 것이다.
어떠한 스토리를 당신의 글쓰기에 담을 것인가?
<출처 :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제공>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여서는 안된다. 쉽고 익숙한 스토리여야 한다. 어려운 이야기를 읽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익숙한 스토리는 쉽게 읽힌다. 우리는 동화, 소설, 역사를 통해 익숙해진 스토리가 있다. 익숙한 스토리에 독자는 공감한다.
'신기하게도 이러한 이야기의 흐름, 즉 명확한 캐릭터 설정을 통해 정의를 지키려는 주인공과 그를 방해하는 적대자 간의 갈등이 생기고, 주인공이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내는 전개 방식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대부분의 스토리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이야기의 힘> EBS 다큐프라임 이야기의힘 제작팀
세계적인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맥기는 수 백편의 문헌과 시나리오를 연구하여 사람을 감동시키는 스토리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① [주인공] 삶의 균형을 잃은 주인공이 그 균형을 이루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② [적대 세력] 주인공을 방해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적대세력과 갈등이 있다.
③ [지원 세력] 주인공을 도와주는 세력, 인연, 도구가 있다.
④ [극복/승리] 주인공이 고난을 극복하고 승리한다. 꿈을 이룬다.
'<스타워즈>나 <해리포터>만 봐도 사람이 좋아하는 이야기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어만 바꿔놓으면 사건과 결말이 일치함을 발견할 수 있다.
<스타워즈> 고아 소년 '루크'가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초자연적인 '포스'의 영역으로 들어서 '제다이의 기사'가 된다. 그는 '오비완'의 가르침을 받아 '광선검'을 이용해 악의 세력인 '다스베이더'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게 된다.
<해리포터> 부모를 잃은 '해리’가 있다. 사촌들에게 온갖 구박을 받으며 자란다. '마법'의 영역으로 들어서 '마법사'가 된다. 그는 덤블도어'의 도움을 받아 '마법 지팡이'를 이용해 '볼드모트'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다.
심지어 이 패턴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도 적용된다.
<타이타닉> 상류사회에 숨막혀하던 '로즈가 '타이타닉'호에 올라 '금지된 사랑'을 시작한다. 잭을 통해 '자신이 진짜 원했던 삶'이 무엇인지 깨달은 로즈는 탐욕스러운 약혼자 '혁슬리'를, 그리고 타이타닉호에 닥친 '거대한 재난'을 이겨내고 '영원한 사랑'을 품고 살아가게 된다.
당신이 감동적으로 본 영화를 골라서 이 원칙을 적용해보면 맞아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장에서 글을 쓸 때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라면 스토리텔링을 담아보라. 글에 힘이 생긴다. 보고서에도 스토리를 담아보라. 스피치에도 사용해보라. 중요한 메일을 보낼 때도 유용하다.
첫째, 스피치 작성에 활용하라.
경영진의 스피치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평범한 스피치는 청중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스토리가 담겨야 한다. 필자는 멕시코에서 준공식 스피치를 작성할 때 스토리텔링의 비법을 활용했다. 청중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주인공] 멕시코 법인이 선인장만 가득한 척박한 땅에 공장을 건설하고자 도전함
[적대세력] 90일간 계속된 비, 공사 환경의 어려움으로 고난에 처함
[지원세력] 종업원의 헌신, 멕시코인 친구들의 도움이 있었음
[극복/승리] 고난에도 불구하고 그룹 역사상 최단기간 공장 건설을 이루어냄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울림을 준다. 익숙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다. 필자가 스피치에 스토리를 담으면 상사의 만족도가 높았다.
둘째, 교안 작성에 활용하라.
교육 교안을 만들 때도 사용해보라. 탄탄한 스토리 라인이 교육생을 몰입하게 만든다. 업무 관련 영상을 만들 때도 스토리의 법칙을 적용해보라. 집중도가 훨씬 높아진다. 멕시코에서 법인 홍보 영상을 만들 때도 스토리텔링 마법을 활용하였다. 필자의 30분 프레젠테이션보다도 5분짜리 홍보 영상이 더 큰 감동을 주었다. 영상이 담긴 스토리에 감동하는 것이다. 영상이 끝나면 방문자들이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셋째, 프레임을 흉내내기보다는 당신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SAWT분석(감정, 약점, 위기, 기회 분석), 4P분석(Price, Product, Place, Promotion), 3C분석(Customer, Company, Competitor), 4C 분석(Customer, Company, Competitor, Channel), 5 WHY, AIDMA (Attention, Interest, Desire, Memory, Action), 맥킨지 7s모델(shared value, strategy, structure, system, staff, 스킬, 스타일)과 같은 다양한 분석 툴이 있다. 좀 있어 보이는가? 분석 툴을 흉내내면 글쓰기가 멋져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가?
상사의 눈으로 바라보자. 상사는 수많은 글쓰기를 경험했고, 수많은 보고서들을 읽은 베테랑이다. 그 상사가 임원급이라면 경영진이라면 더할 것이다. 당신이 분석 툴을 흉내내서 작성했다면 '음 맥킨지 7S모델을 이용해서 조직을 진단했군' 이 정도로 끝이다. 실제 당신의 상사를 감동시키는 것은 당신의 보고서에 녹아있는 스토리이다.
"팀장님! 코로나 19 시대 비대면 교육 컨텐츠에 대해 SAWT분석과 4C 분석을 통해서 필요성을 검토했습니다. 분석을 통해 보면 해외 주재원 비대면 교육 컨텐츠 개발이 필요합니다."
"팀장님!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교육 중단으로 해외법인에서 주재원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주재원 황 과장 사고 사례는 주재원 사전 교육이 진행되었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비대면 교육 컨텐츠를 개발하여 제공한다면 앞으로 황 과장과 같은 사고사례는 반드시 예방될 것입니다."
당신이 임원이라면 어떤 보고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위로 올라갈수록 분명해진다.
지금도 당신 회사에서는 하루에 수백 개 이상의 보고서가 만들어진다. 버려지는 보고서를 만들 것인가? 위대한 보고서를 만들 것인가? 당신의 보고서를 부각시키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는 글쓰기에 스토리를 담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