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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Dec 28. 2020

#23. 쓰기는 읽기에서 나온다 _ 김병완


나는 죽도 밥도 아닌 어정쩡한 인생을 40년 살았다.
김병완




11년차 직장인이 있다. 10년 이상 직장인 글쓰기를 했다. 잘 나가는 삼성에서 글쓰기를 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도서관에서 천일 독서를 하기로 결심한다. 신화에서는 곰이 백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다. 그는 천일 동안 책을 먹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이후 10년 동안 끊임없이 글을 쓰고 있다. 평생 한 권도 쓰기 힘들다는 책을 100여 권 출간했다. 글쓰기의 작은 거인 김병완 칼리지 김병완 작가 이야기다.


필자는 올해 직장생활 20년차이다. 20년 근속패를 받았다. 20년차가 되면 무엇인가 달라질 줄 알았다. 삶이 저절로 안정되는 줄 알았다. 스스로 통제하는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20년이 되어도 일상은 같았다. 새벽 출근, 늦은 퇴근, 피곤을 달래는 주말, 오히려 방향을 잃어버린 직장생활이었다. 공허함이 가득한 일상이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변화가 간절했다. 책에서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름휴가에 나만의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해보리라 마음먹고 2주 동안을 도서관에서 살았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잡은 책이 김병완의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이다. 작가의 인생 스토리에 놀라서 휴가 기간의 절반을 김병완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보냈다. 한 작가의 책을 따라가면서 읽는 것을 '전작주의(全作主意)'라고 한다. 필자가 처음으로 전작주의를 경험한 것이 김병완 작가의 책이다.
(사가독서 : 세종이 집현전 학자들에게 휴가를 주어 책을 읽도록 독려한 특별 휴가 제도)



미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


가장이 2주간을 가족과 따로 시간을 가지는 데도 용기가 필요했다. 가족의 눈치도 보였다. 매일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뒤통수가 따가웠다. 그런데 김병완 작가는 3년이다. 한창 나이인 40대가 3년을 책읽기에 투자한다는 것이 상상이 가는가? 세상의 편견이 그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삼성 출신의 엘리트가 모든 것을 버리고 책만 읽었다. 이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는 그렇게 3년 동안 1만 권을 읽고 또 읽었다. 엉덩이가 욕창이 생기도록 도서관의 자리를 지켰다. 지독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세상으로 나와서 1만 권 안에서 뛰놀던 생각을 하나씩 토해내기 시작한다. 저절로 글쓰기가 되었다. 그렇게 100권이 쏟아져 나왔다. 김병완은 독서와 글쓰기에 미친 사람이다.


<김병완 작가>


직장인이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하는 이유


김병완 작가는 그의 저서에서 '독서는 지식 습득이 아니라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큰 충격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큰 울림이 있는 한 문장이었다. 20년 동안 직장인의 독서를 하면서 지식을 습득하는 데 급급했다. 내 생각을 만든다는 것을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했다. 책의 내용을 기억하고 한 번 써먹으면 그것으로 만족했었다.


이제 독서를 하면 내 생각을 정리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저자의 생각에 비판도 해본다. 한 문장이라도 내 생각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특별히 울림이 있는 책들은 초서(抄書)를 하면서 읽는다. 김병완 작가는 그의 저서에서 초서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초서는 간략하게 말하면 책을 읽고, 생각하고, 쓰고, 창조하는 독서법이다.


직장에서 글쓰기의 신이 되고 싶다면 실패하지 않은 성공률 100%의 비법이 하나 있다. 책을 읽는 것이다. '글쓰기로 도약한 거인들의 천년 경험을 간접 체험하라.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다면 책을 통해 거인들과 대화하라.' 이것이 김병완 작가가 우리 직장인들에게 전하는 성공의 비밀이다.


필자도 3년은 아니지만 여름 2주를 도서관에서 살았다. 다음 3달 동안을 읽고 또 읽었다. 한 해 독서 리스트가 100권이 되었다. 시대를 앞서나간 천재들에게는 보잘 것 없는 독서량일 수 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읽어낸 100권이 소중했다. 나이 50이 되어 가지만 이렇게 집중해서 독서를 해본 일이 없었다. 아내가 '남편이 요즘 왜 이러나?' 생각했다고 한다. 짧은 기간에 집중해서 100권을 읽고 나니 글쓰기가 한결 편해졌다. 글이 써내려가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지금 이 글을 써내려가는 것도 작년의 나를 생각해보면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런데 1만 권이다. 그래서 김병완 작가의 글에는 편안함이 있다. 독자가 글을 따라 사고하기에 막힘이 없다. 독자를 배려하는 글쓰기를 한다. 독자가 들을 수 있도록 글로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김병완 작가의 책을 읽고 나면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그는 무언가를 실천하고 싶게 만드는 글쓰기를 한다.



글쓰기에 강한 직장인을 만드는 초서 독서법


다산 정약용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초서 독서법의 비밀을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그 생각을 기준으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어느 정도 자신의 견해가 성립된 후에 선택하고 싶은 문장과 견해는 뽑아서 따로 필기해 간추려놓아야 한다. 그런 식으로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자신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뽑아서 적어 보관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재빨리 넘어가야 한다. 이렇게 독서하면 백권이라도 열흘이면 다 읽을 수 있고,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다.'
다산 정약용, <두 아들에게 답함>


초서 독서법을 실행해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40여 년의 독서와 여름 3개월의 독서를 비교조차 할 수도 없다. 지난 여름 3개월의 독서가 가치있었다. 더 많은 성장을 이루어냈다. 생각을 써내려갔다. 출판사와 계약을 할 수 있었다. 20년 동안 버킷리스트 한 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글쓰기 목표를 이루어냈으니, 성공적인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 초서(抄書)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김병완의 <초서 독서법>을 참조할 것을 추천한다. 직장인의 독서에 대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직장인에게 필요한 플랫폼 독서법


플랫폼 기업이 대세다. 아마존, 구글, 애플, 네이버가 플랫폼 기업이다. 플랫폼 기업은 연결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말한다. 독서에도 플랫폼 기법을 적용하면 비약적으로 독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직장인 글쓰기에도 플랫폼 독서법을 적용하면 글쓰기 효과가 배가 된다.


김병완 작가는 <한번에 10권 플랫폼 독서법>에서 “주제와 연관이 있으면서 배울 것이 많은 책, 많은 독자에게 인정받는 책 위주로 10권 정도를 선정하여 구입해 읽는다. (중략) 반드시 읽은 내용은 초서해야 한다. (중략) 초서한 노트를 중심으로 이제는 연결하고 융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재창조하고 재구성을 한다.”라고 플랫폼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필자도 브런치 글인 '직장인 글쓰기의 신'을 쓰는 동안 플랫폼 독서를 했다. 먼저 50여 권의 글쓰기 관련 도서를 가볍게 읽었다. 핵심이 되는 10권의 책을 선택했다. 10권의 책을 초서했다. 초서한 내용을 다시 읽으면서 연결하고 생각들을 정리했다. 목차가 나오고, 글감이 나왔다. 스토리가 나오고, 문장이 만들어졌다. 평범한 직장인인 필자도 플랫폼 독서법을 활용하면서 당신과 이 글을 통해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가 글쓰기를 위해 선택했던 10권의 책을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1. <강원국 백승권의 글쓰기 바이블> 강원국, 백승원, 박사
2.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3.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4.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5. <한번에 10권 플랫폼 독서법> 김병완
6. <Editology> 김정운
7. <150년 하버드의 글쓰기 비법> 송숙희
8. <강원국의 글쓰기> 강원국
9. <직장인을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 사이토 다카시
10.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킹


당신이 직장에서 중요한 보고서를 작성한다면, 10가지 정도 검증된 자료를 모으라. 관련 내용을 읽으면서 초서를 하라. 노트에 해도 좋고, A4지에 해도 좋다. 필자는 전지에 한 적도 있고, 회의실의 대형 화이트 보드판에 초서를 한 적도 있다.


이제 준비가 되었다면 초서한 내용을 읽고 또 읽는다. 눈이 아닌 뇌가 읽는다는 느낌으로 생각을 정리해나간다. 내 안의 온 신경을 초서한 내용에 집중한다. 비슷한 내용은 연결하고, 서로 다른 내용들은 융합한다. 나만의 해결책이 만들어지도록 내용들을 재창조하고 재구성한다. 직장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이렇게 하고 있다. 배우지 않았어도 오랜 글쓰기 경험을 통해 체득한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논어의 유명한 한 구절이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뜻이다.


그는 도서관에서 보낸 3년이 즐거웠다고 한다. 즐겁지 않다면 40대에 3년을 도서관에서 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늘 즐거워 보인다.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즐거워 보일 수 없다. 그는 '책을 읽는 것은 뛰어난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통해 천재들과의 대화를 즐기는 것이다.


직장인의 글쓰기를 즐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즐기면서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하면 결과물이 달라진다. 시간이 언제 지나가는 줄 모를 정도로 몰입하게 된다. 즐기면서 글을 쓰는 당신을 이길 사람이 없게 된다. 글에 설득력이 넘치게 된다. 회사에서의 글쓰기를 즐기려고 노력해보자.   




평범한 직장인 김병완도 자신만의 독서를 통해 개인의 혁명을 이루어냈다. 100여권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김병완 작가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평범한 직장인인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자신에게 적합한 독서법을 찾고 일정량 이상의 책을 읽으면 생각이 생긴다. 생각이 모이면 글이 된다. 글이 모이면 책이 되고 컨텐츠가 된다.


글쓰기에 강한 이 차장은 업무시작 후 1시간을 경영 및 비즈니스 관련 자료를 읽는 시간으로 보낸다. 아는 것이 없으면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읽지 않으면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입력이 없으면 출력이 나올 수 없다. 직장인은 양질의 자료를 많이 읽어야 글쓰기에 힘이 생긴다. 자료를 읽지 않고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하는 동료는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당신에게 직장인으로서의 독서는 무엇인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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