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청장은 보고를 받으면 노트에 다 적는다. 그런 노트가 몇 권이 되는 걸로 안다. 그 노트에 지시해야 될 사항, 지시한 사항, 오늘 처리해야 할 사항이 다 적혀있다. 보고할 때 예전 내용을 다 찾아본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 물론 그걸 근거로 따지는 건 못 봤다. 하지만 적는 거 자체로 부담이다. 엄청 성실하게 적는다." 정기석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2020년 초반 코로나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패닉에 빠졌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서 처절한 패배를 맛 본 국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대한민국 경제가 통째로 멈춰섰다. 국민들은 두려움과 공포로 아우성쳤다.
이 때 홀연히 나타난 직장인이 있다.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다. 그녀는 차분한 어조로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정치적 욕심도 없이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해나갔다. 메르스에서 실수한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코로나 19 방역체계를 진두지휘해나갔다. 흔들리지 않는 위기 대응 리더십에 국민들이 신뢰를 보냈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 것이다. 그녀는 정은경 청장이다. 2020년 최고의 인물들을 꼽으라면 정은경 청장이 그 중 한 명일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명단에 정은경의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대한민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이며, 하루 천 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 100만명당 발생률이 1,145명이다. 코로나가 글로벌 확산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표1 참조>
<표1> 주요 국가 확진자, 발생률, 인구수 (2020.12.29일 기준)
<Sun Kim 정리>
대한민국 방역 정책의 전도사가 되려는 의도는 없다. 이 정도에서 대한민국 방역상황에 대한 언급은 멈추려 한다. 정치적 논란을 조장하려는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방역 체계를 담당하고 있는 정은경 청장이 직장인 글쓰기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는지 순수하게 살펴보려 하기 때문이다.
첫째, 직장인은 적어야 산다.
전(前) 질병관리본부장 정기석 교수는 정은경 청장의 성공비결 중 하나로 그녀의 노트를 언급한다. 정은경은 일하는 모든 것을 적는다고 한다. 보고사항, 지시사항, 지시받은 내용, 새로운 정보, 아이디어들을 적는다. 그녀의 직원들은 정 청장에게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모든 것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노트 쓰기로 인해 상사도 조심한다고 한다. 상사의 이야기가 정 청장의 노트 안에 다 담겨있기 때문이다.
정보와 경험을 끊임없이 적는 정은경 청장의 실력은 최고일 수밖에 없다. 정 청장은 코로나 발병 6개월 전에 '집단감염병 대응절차' 메뉴얼을 준비해두었다. 선제적인 준비와 감염병 대응에 대한 뛰어난 그녀의 실력 배경에는 꼼꼼한 노트 쓰기가 있었다.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중 한 명으로 소개된 정은경 청장에 대한 타임지 기사에는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가 실려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정은경 청장은 방역 최전선에서 국민과 진솔하게 소통해 K방역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코로나 발생 6개월 전부터 ‘원인불명 집단감염 대응절차’ 매뉴얼을 마련했다”면서 그 공적을 높이 평가했다.
<Time지 선정, 2020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타임지 화면 캡쳐>
둘째, 오답노트는 수험생이 아니라 직장인에게도 필요하다.
정은경 청장은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이다. 당시 정 청장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으로 활동했다. 감염 예방과 역학조사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공식 언론 브리핑으로 국민들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메르스 감염 환자는 대부분 중동 지역에서 발생했다. 중동 이외의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발생한 환자 수는 단 27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만 무려 186명의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했다. 대한민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환자가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국가라는 오명을 떠안았다. 메르스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는 국민적인 비난을 받았다. 정 청장은 메르스 사태확산 대응 실패를 이유로 '정직' 징계를 받기도 했다.
정 청장은 좌절하지 않았다.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도약을 준비했다. 특별한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실수, 오류, 실패를 적어 내려갔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정 청장 주변 사람들은 이것을 정은경의 '오답노트'라고 부르고 있다.
정 청장은 집단 감염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 오류, 대응상 허점들을 기록하고 기록했다. 이러한 오답들이 모여 '2015 메르스 백서'가 됐다. 백서에는 메르스 질병의 특성, 글로벌 동향, 방역 대응과정, 대응평가, 교훈, 제언이 담겨있다. 실패가 모여 자산이 된 것이다. 메르스 백서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은 2020년 코로나 19 대응의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
그녀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질병관리본부 상황, 대국민 대응 상황, 코로나 확산 상황을 꼼꼼하게 메모하며 기록하고 있다. 현재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실수는 없었는지 자료를 정리하고 또 정리한다고 한다.
<정세균 총리 발언을 메모하는 정은경 본부장, 연합뉴스>
정은경의 글쓰기는 포기하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백신 이슈로 인해 최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필자는 믿는다. 정은경 청장은 도망가지 않는다. 그녀가 오답노트를 쓰기 때문이다. 한 번 한 실패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난 후에 정치적 논란의 색안경을 벗고 정 청장의 글쓰기에 대해 깊이있게 나누는 시간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끝>
※ 추신 : 코로나 19 상황에서 민감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아닐까 고민했습니다. 글을 브런치에 올리는 것을 망설였습니다. 정치적 관점을 떠나 정은경 청장을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 본다면 분명하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클릭하였습니다. 그녀가 직장인으로서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에 대해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